'천개의 공감'에 이어 김형경작가의 심리여행에세이 '사람풍경'을 읽고 있다.
사실 출간은 이 책이 천개의..보다 먼저였는데, 친구에게 빌려서 집히는대로 읽다보니 순서가 뒤바뀌었다. 하긴, 뭐, 딱히 어느 책을 먼저 읽어야 좋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
다만, 두 책이 젓가락 두짝처럼 딱 맞는 한 세트라는, 그런 생각은 든다.
천개의 공감으로 살랑살랑 떠오른 만감이 사람풍경에 이르러서는 차곡차곡 개켜져 서랍속에 정리되는, 그런 느낌.^^
'천개의 공감;에서 꼭지마다 뒤끝에 매달린 인용문들이 인상깊어서 다이어리에 차곡차곡 옮겨 놓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 사람풍경에서는 인용된 두 편의 시가 참 마음을 파고 든다.
그중에, 방금 마음 속에 새겨넣은 뜨끈한 시 한 편....
나는야 세컨드1
김 영 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남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 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 번째,
첫 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찌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 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글쎄, 삶은 아직 내목을 거칠게 옭죄인 적이 없지만, 아마도 난.....투기심 많은 첩실처럼 매일의 일상을 향해
가당찮은 투정을 부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차분히 쌓여야 할 일상에 대고, 어째서 매일매일이 다이아 반지에 장미꽃다발이 아니냐고...
그런, 어리석은 투정을.
배혜경님이나, 로드무비님, 그리고 지금 언뜻 떠오르질 않는 많은 서재지인들이,
시를 맛깔나게 읽어내는 모습을 보면 참 부러울 때가 많았다.
어쩐 일인지 난, 그저 인용문이 될 연시나 가슴에 가끔 와 박힐까....하고.
헌데 오랜만에, 옆구리에 파고 드는 문구를 하나 붙들고, 이 시집, 보관함에 슬쩍 담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