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만들어 예진이에게 선물한 테디베어다. 사실, 먼저 준 놈은 카키색이고, 얘는 선물한 게 아니고 빼앗겼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저 뽀샤시한 컨셉을 보라. 황량한 군인 사택에 신혼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5살 말괄량이 조카의 선물에는 야악간 부적합한 색이다. 그런데 이모 집에 놀러간 예진이가 너무도 당연하게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인형에는 장난감 이외에 장식이라는 목적도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관계로... 이모와 이모부는 인형 갖고 놀 것 같지는 않으므로, 당연히 자기것이려니, 했겠지.^^;;

하여간 이 예쁜 곰 아가씨, 어제 벽장에서 극적으로 구출되었다. 그 많던 인형들이 며칠 안 보인다...싶더니만, 모두모두 모아서 벽장 안에 모셔놓은 것이다. 인형뿐이랴. 책꽂이 서랍, 각종 장난감, 스케치북, 엄마 머리띠 등등등... 까마귀 새끼도 아니고. -.- 어린이집 가방에도 맨날 종이들을 잔뜩 채워 온다. 제 작품(?)에 대한 애착도 있겠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의 조심스러운 추측대로 동생에게 빼앗긴 애정으로 인한 욕구불만일 가능성도 크다. 잘 해줘야 하는데...

여하간, 이 친구는 잘 갖고 노냐는 이모의 안부가 걸려서 구출해 주었지만, 나머지 인형친구들은 구하지 못했다. 하긴, 벽장 속에 그대로 있는 것이 '잘 갖고 노는 것'일 수도 있겠다. 예진에게는 그것이 소꼽놀이의 컨셉일테니까. 그런데, 도대체 무슨 컨셉일까? <구치소 놀이?> <감금 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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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이모 2004-03-18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 봤을때.. 그 몰골이 아니네.. --;;

진/우맘 2004-03-18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고생을 좀, 했지. -.-

비로그인 2004-03-1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네요~ 저두 손재주가 좋으면 배워보련만. ^^ 동생이 생긴후, 큰 아이가 심한 박탈감이 들지 않게 신경많이 써야된다고 하던데...예진이는 문제없겠죠! ㅎㅎ

진/우맘 2004-03-1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거이...문제가 많습니다. -.-

뎅구르르르~~ 2004-03-1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뭔가 처량한 표정. ㅡㅡ;;
언니 혹시 파스텔 안 필요하우? 누가 퇴사하면서 나한테 쓰던걸 주고 갔는데 내가 그걸 어따 쓰겠어.. 엿 바꿔먹을수도 없고.
이래뵈도 '발명특허' 64색이라우~~

진/우맘 2004-03-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면야 좋지~ 연우 돌에 들고 와.^^
 


아침에 출근하다가 문득 떠오른 이미지입니다. <오빠가 돌아왔다>라는 제목을 들으면 왠지 현숙의 <오빠는 잘 있단다>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것처럼, 단순한 말유희 였지요.

그런데, 막상 머리속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작업을 해놓고 보니... 제작자(저요^^)의 의도와는 다르게 여러 각도로 심층 해석, 분해, 비판의 대상이 될 소지가 다분하군요.

<노빠>라는 말에 다분히 비판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에 새삼 찾아보기도 하고...

밝히지만, 그냥 장난으로 만들어 본 것으로, 특정 정치 성향을 옹호하거나 희화할 뜻은 never! 없습니다. 아직 그런 내공도 못 갖췄다구요. -.-

그런데...옹호와 희화, 둘 중 어느 쪽으로 읽히십니까? (정말 궁금해서 순수하게^^ 묻는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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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e 2004-03-1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옹호' 쪽에 가깝게 읽히는데요... 잘 어울리는 합성이라 생각해요...

마태우스 2004-03-18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이 많으신 진우맘님... 저는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으로 들립니다. 시대가 노빠를 만들고 있다니깐요...
스탠드빠는 혹시 스탠드를 옹호하는 사람들일까요?

진/우맘 2004-03-1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ㅏ ㅎ ㅏ....
마태우스님, 썰렁함을 아예 컨셉으로 밀고 나가시는군요. -.-
 
은지와 푹신이 내 친구는 그림책
하야시 아키코 지음 / 한림출판사 / 199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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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아이,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상당히 냉철한 독자이다. (음...사실은 산만한 독자.TT) 읽던 책이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가차없이 덮고 일어나 버리는 단호함을 보여준다. (하긴, 유아 독자 대부분의 성향이 그렇겠지.^^) 그런데 이 까다로운 독자에게 한번도 퇴짜를 맞지 않은 작가가 하나 있으니, 바로 하야시 아키코이다.

어렸을 적 <달님 안녕>이나 <싹싹싹> 같은 시리즈부터 요즘 보는 <숲 속의 숨바꼭질>까지, 하야시 아키코는 한 번도 딸아이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얼마 전 주문 구입한 <이슬이의 첫 심부름> 역시 아이를 매료시켰다. 사실, <이슬이...>를 살 때 <은지와 푹신이>도 구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되도록 책 편식은 시키지 말자고 기준을 세워 두었던 터라, <은지와 푹신이>는 다음 기회로 밀리고 말았다. 그런데 어제, 퇴근길에 들른 서점에서 <은지와 푹신이>를 펼쳐 읽다가 호올딱 반해서 그냥 사들고 말았다.(나의 기준을 이렇게 쉽게 무너뜨리다니...TT)

<은지와 푹신이>는 이제껏 본 하야시 아키코의 작품 중 최고이다. 이 책에는 웃음과 눈물이 함께 녹아 있다. 아이는 푹신이에게서 친근한 또래친구의 모습을 발견한 모양이지만, 나는 은지를 돌보는 모습에서 어떤 모성의 흔적을 본 것 같다. 은지가 자라면서 푹신이에게 침을 묻히고, 타넘으며 기어다니고, 꼬리를 끌며 첫 발을 떼는 페이지에서는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다. 그래서였을까, 책의 말미에 개에게 호되게 당한 푹신이가 은지에게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를 반복하는 장면에서 딸아이와 작은 충돌(?)이 생겼다. 나는 슬퍼서 울먹울먹하며 읽어주는데(푼수 엄마 -.-), 아이는 푹신이가 똑같은 말을 계속 하는게 재미있었는지 깔깔거리며 웃는 것이다. 아직 내공이 덜 쌓인 나, '그러면 안 돼!'하는 마음 속의 제동을 뿌리치고 말했다. "엄마는 슬픈데, 예진이는 재미있니?" 슬픈가? 하며 눈을 굴리는 딸아이를 보며 아차,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마음대로 재해석하려 하다니...싶었지만, 때는 늦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잠시 생각해보는 듯 하더니 별 말 없이 다음장으로 책을 넘겼다. 그리고 새 것처럼 변한 푹신이의 모습에 둘 다 뿌듯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은지와 푹신이>가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아마 좋은 캐릭터가 작품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은지는 정말 우리 집, 혹은 옆집의 또래 아이같은 모습으로 누구나 공감하고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리고 푹신이, 곰도 아니고 토끼도 아닌 흔치 않은 이 여우 인형은 어찌나 생동감이 넘치는지! 읽는 이를 금방 울고 웃게 만든다. 시작과 마지막 페이지에 푹신이를 만들기 위한 마름질 본과 남은 천조각을 보면, <구룬파 유치원>의 첫 페이지에 쓰인 비뚤비뚤한 글씨가 떠오른다. '이것은 구룬파가 쓴 글씨입니다'라는 한 줄로 마법을 걸어, 읽는 이로 하여금 구룬파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 있는 코끼리 일 것 같은 믿음을 주던, 바로 그 페이지. 푹신이의 본을 뜬 천조각도, 푹신이는 모래 언덕 마을에서 만들어진 진짜 인형이야! 하고 소리치고 있는 것 같다.^^

<은지와 푹신이> 역시, 딸아이의 앵콜 신청을 받았다. 하야시 아키코...어떻게 그렇게 동심을 꿰뚫어 보는건지, 정말 얄밉도록(?) 고마운 작가이다. 오늘 이후로는 이 작가에게만큼은 '한 번에 한 작가의 책을 두 권 사지 않는다'는 규칙을 적용하지 않겠다. 다음 구입 예정인 <순이와 어린동생>이외에도 궁금한 작품이 있으면 그냥 함께 사련다. 하야시 아키코의 무패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가 몹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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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3-18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리 애들두 넘 넘 좋아합니다...편식..따지기엔 히야시 아키코..넘 좋아요...글구...푹신이, 정말 넘 대단하지 않아요?

진/우맘 2004-03-18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생각해보니, 유럽의 충성스러운 집사 같은 모습입니다. 주인에게 절대 충성!^^
 

2004. 3. 17.

★★★★★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지루하고, 사람 많고, 영양가 없는 출장의 날!!! 그런데 안타깝게도...예기치 않은 출장이었기에, 내 손에 들려있던 것은 언문세설이 아니라 '오빠가 돌아왔다'였다.

오호라 통제라... 내가 처음 만난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는, 지루한 출장이라는 갇힌 공간이 아니라, 건널목 건너면서 목숨 걸고도 읽을 수 있는 무지무지 재미있는 책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 feel 끊기기 전에 리뷰 쓰면 좋으련만. 예진이가 등에 붙어 존다. 이만 총총.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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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4-03-1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딱이야!
전 오늘 남편에 제 서재에 왔습니다. ^^;;
어제 늦게 들어간 이유가 들통났슴다. ... --;;

마태우스 2004-03-1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말이어요, 엊그제 영풍에 싸인본이 있어서 샀어요! 그렇게 재미있다니, 기대가 됩니다.

ceylontea 2004-03-18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슬 남편들이 아내의 서재를 기웃거리기 시작한 모양이죠?
전 서재 초기에 알려줬는데도 잘 들어와주지 않더군요..

이파리 2004-05-0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소설 중에, <아랑은 왜> 추천이요.
 


사실, 마냐님 서재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다. 그래서 어떤 컨셉으로 만들어야 할지 난감... 결국, 그냥 나의 feel대로 했다. 내가 마냐님에 대해 아는 것...신문을 만드신다는 것, 그리고 근거 없는 나만의 느낌... 왠지 섹시하고 매력적인 분일 것 같다는 것.(아마도, 마냐님이 선택하신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지성 + 미모를 상징하는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이던 끝에, 심봤다! 누가 올린 이미지인지, 신문 위에 다소곳이 높인 꽃송이. 이미지 자체도 너무 예쁘지만, 딱 내가 생각하는 마냐님이 저거다.

마음에 드시나요? ㅎㅎㅎ 마음에 안 드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진/우맘의 강제분양 대상으로 찍히면, 최소 한 달간은 저 지붕을 거셔야 해요! (뭐, 마음에 안 드는 곳 수정은 가능합니다만.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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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17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깔끔하고 예쁜데요!! 아...저두 어서 합성을 연습해야될텐데요...ㅡㅡ;; 저두 앞으로 저렇게 심플하고 깔끔하게 만들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태우스 2004-03-17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마냐님도 드디어 지붕족이 되셨군요... 맘에 들어요!

마냐 2004-03-17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이거 넘넘 감사해요. *^^* 이거 넘 큰 은혜인지, 빚인지...^^;; 정말 꿈도 못꾸던 일인데, 이렇게 고마울데가....정말 넘 예뻐요. 진/우맘님, 한달이 아니라...두고두고 아낄래요....게다가 뵙지도 못했는데, 제 '지성과 미모'를 알아봐주신 점두 감솨~. 님의 '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캬캬.

sooninara 2004-03-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갈수록 예뻐지네요...에구 배아플려구하네^^
마냐님 좋으시겠어요...

sooninara 2004-03-17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직접 서재가서 보니..양옆이 약간 휑한 느낌이..^^
예쁜 꽃그림을 하나씩 좌우로 더 붙이면 이상할까요?

진/우맘 2004-03-17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신문과 꽃 이미지는 달랑 저거 두 개 였는뎅...TT

마냐 2004-03-18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 휑해요...감지덕지..눈물 날 지경인데...괜찮아여...^^

sooninara 2004-03-1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제말에 상처가 크셨어요? 카이레님 서재지붕에도 제가 나오다니...
제말에 신경쓰지마세요...

진/우맘 2004-03-20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서재에는 소심족들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니까요.... 상처는요, 재밌으라고 한 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