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촉촉하게 오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토요일에 배송 받은 <박효신 4집>을 걸어 놓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만으로 무슨 마법이 걸린 듯, 교실은 또 다른 이공간이 되는군요. 음악은 언제나, 함께하던 시간의 질감까지도 품은 채 기억에 각인됩니다. 특히, 가요는...사랑하던 시간의 추억을 저장하는데는 뛰어난 기능을 하지요. 누구나 그럴 것입니다. 매번의 사랑에는, 대표할만한 자신만의 OST가 있겠죠. 박효신은 사랑했던 기억을 불러오는 목소리는 아닙니다. <사랑을 추억하던 아쉬움>에 대한 기억이라 하면...이해가 되련지. 몇 년 전 오랜만에 다시 만난 옛 남자친구가 불시에 묻더군요.
"요즘은...어떤 일에 가슴이 뛰니?"
순간, 허를 찔린 듯 했습니다. 질문을 들은 후 몇 초 동안, 요 근래 내가 가슴이 뛴 적이 있었나...하고 망연해 지더군요. 그 때, 구원같이 떠오른 것이 박효신이었습니다. 대답했지요. 박효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뛴다고. 친구는...기대했던 것과는 답변이 딴판인 듯 피식, 웃었지만. 제게는 그 답이 매우 소중했습니다. 많지도 않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고, 이제 세상에 두근거리는 일은 없을 거라는 듯 담담하게 침잠해 가던 제게, 무엇 하나라도 떨리고 사무치는 것이 있다는 것은...아주 소중한 발견이었거든요.
복도가 점점 소란스러워져서, 볼륨을 한껏 못 키우는 것이 아쉽네요. 오늘 퇴근 시간에는 꼭 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CDP의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우산을 쓴 채 박효신과 함께 집으로 가고 싶네요.^^

이번엔, 앨범 재킷에 꽤 많은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제법 두께가 있는 재킷은...CD를 담고 있다는 기능 이외에도 그 자체가 하나의 선물 같군요. 사진은, 아이들 과자에 들어 있는 입체 딱지 같은 처리가 되어 있구요. 홀로그램...이라고 해야 하나요?
내부도 멋져요.^^ CD가운데의 push를 누르면 CD가 톡 튀어나오는데...그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잡아당기다가, 듣지도 못하고 부러뜨릴 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