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효도 해야 하는데....효도는 커녕 아이들 맡겨 놓고 여기서 이러고 있군. -.-

결혼식이 있었다. 남편과 나는 서클 커플인데, 남편에게는 후배고 내게는 선배인 사람이 오늘 장가를 갔다. 결혼식장에 갔다가 한남동으로 뒤풀이를 왔는데...술먹기는 일러서 남자들은 당구 치러 가고, 나는 아이스크림 사들고 신이 나서 피시방 행.^^ (배스킨 라빈스의 신제품, I am sam이란 독특한 이름인데...우와, 무지하게 달다.)

그나저나, 나는 심각한 길치인데...오늘 그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아니, 이건 길치와는 상관 없이 그냥 넋이 나갔을 뿐인지도. 어린이 회관 예식홀이었던지라 <어린이 대공원>역에 내려야 했다. 오래 앉아 있어서 다리가 아파 세 역 전에 일어나서 문 앞에 서 있었는데, 어라? 책 읽고 음악 듣다가 다음 역에서 문이 열리자 무심히 내려버린 것이다. 그 사실을 내가 알았느냐...그것도 아니다. 2번 출구로 나가서 주욱 걸으라기에 걸었는데, 아무리 걸어도 예식홀은 나오질 않고. 전화로 남편에게 묻는 것과 노점상인들이 가르쳐 주는 건 정 반대이고. 내가 대공원 역이 아닌 다른 역에서 내렸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채, 전화기 속의 서방님께 있는대로 짜증을 부렸다. 결국 택시를 타려고 세우니....기사 말이 반대편에서 타란다. 어.....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길을 건너서 택시를 타고 가며 정황을 파악해 보고야 내가 한 개도 아닌 두 개나 먼저 내려버린 것을 깨달았다. TT

웨딩홀에 들어서자 서방님, 인상이 상당히 험악하다. "내말이 맞지!" 소리를 지르는데, 어, 장난이 아니다. 원체 화내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 순간 눈물이 주룩....내 눈물을 보자 서방님도 허걱! 결국, 잘못은 내가 했는데 "왜 소리를 질러서 사람을 울리냐!"고 나한테 투정까지 들었다.^^; 우리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아니 사귀고 나서 지금까지(햇수로 10년이네!) 한/번/도 싸우질 않았다. 둘 다 성격 좋아서 그러는 척 자랑하고 다니지만, 사실은 그런 것보다도 싸움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나는 옛날옛적부터 싸우려고 들면 눈물이 앞서는 타입이고, 남편은 눈물을 보면 당황해서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는 것. 싸움이 될리가 없다. 이것도, 일종의 천생연분인가?^^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연엉가 2004-05-0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천생연분이군요, 싸움이 성립될래야 될 수가 없겠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바가지를 끊어도 먹혀 들지 않으니 .....흐흐흐흐 전 항상 저만 싸우고 풀고 저 혼자 난리입니다. 그리하여 싸움을 할려고 해도 성립이 안되는 관계....10년동안 안싸운 사람 아니 싸울래도 싸움이 안된 사람 조직해 봅시다.(별 걸 다 조직하고 싶어하네요. 알라딘의 영향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진/우맘 2004-05-0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책울님 글 속의 K님은, 우리 서방님이랑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원래는, 싸우고 사는 부부가 건강하다 하던데... 조직을 결성해서, 안 싸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연구 보고라도 할까요?

*^^*에너 2004-05-0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진/우맘님. 울타리님 짐 자랑하시는 거죠. (> <;;)
어린것이 이런말 하면 우짤지 모르지만 두분다 귀엽게 알콩 달콩 사시는 거 같아요. ^^

책읽는나무 2004-05-0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은 최대의 무기죠!!.....
전 서글퍼서 우는것도 있고....하다가 하다가 억울하면 그냥 바로 눈물이......
그런데....혹가다 울신랑은 우는 나를 달래기는 커녕....운다고 야단을 치니....열받아서 더욱더 눈물이~~~~ 다 울고 나면 그때서야 달래더군요!!........ㅠ.ㅠ
암튼.....그래도 여자의 눈물이 최대의 무기라는 생각 많이 합니다....^^
그런데...나도 눈물이 좀 많다고 엄마는 강해야한다고 맨날 신랑이 나한테 그러는데....
진우맘님은 더 눈물이 많은가보네요!!....우짜나~~ 예식장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니.....
왜 이리 귀여울꼬?? 님의 신랑은 당황했을테고......ㅎㅎㅎ

비로그인 2004-05-08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전 진짜 많이 싸우거든요. 옆에 사람이 그러는데 우리가 싸우면 숨을 쉴수가 없대요. 엄청난 기류가 예상이 되어서리...저흰 허구헌날 싸우는데...부럽습니다. ^^ 진/우맘님이 원체 성격이 쿨하니까~

마태우스 2004-05-0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언제나 이기는 건 아닙니다. 진우맘님의 눈물이 위력적인 것은 님께서 청순가련형이기 때문이지요.

메시지 2004-05-0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남자가 울면?

호랑녀 2004-05-08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순가련형! 내가 울면 내 남자는 짜증을 내더이다. 그래서 상황이 항상 더욱 악화되더만요.
신혼초에 눈물 뚝! 했습니다. 외면도 했다가 무시도 했다가 따발총도 쐈다가...
그래도 10년동안 손잡고 다니는 집은 우리집뿐이라고 동네사람들은 얘기합니다.
속도 모르고...

갈대 2004-05-0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여자가 울면 전 무조건 항복합니다. 무조건..^^;

비로그인 2004-05-08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는 진짜 사랑받겠네..^^

두심이 2004-05-09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부럽다. 저는 맨날 티격태격하느라 시간가는줄 모르는데..
아직 밖에는 비가 계속 내리네요.. 낼 머리하러가야하는데..

비로그인 2004-05-0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천생연분 맞네요 뭘! ^^ 그 짬을 내서도 피씨방에 가시다니, 대단해요~
 


우주가 변했다. 사랑에 빠지더니 변했다. 얘가 예전엔 안 이랬다. 실제로는 안 그럴지라도, 서재에서는 뭐랄까...참 조신했다. 폭스님 서재에 가면 순식간에 본성이 드러나서 개구져 지긴 했지만.^^

그런데 얘가 변했다. 사랑을 하더니 변했다. 코멘트 봐라. 짜식...무지하게 up되었다. 코멘트 당 느낌표 사용 평균 4.8회. ^^사용 1.2회. 기타 앗, 아, 아앗, 푸하하 다수... 저렇게나 좋을꼬. 게다가 저걸 캡쳐하면서 알아낸 사실인데, 이것이 나에게는 "요즘 뜸하시어요" 어쩌고 하더니 자기는! 하루 평균 코멘트 한 개다. 얼굴 도장만 찍고 눈썹이 휘날리게 남친 서재로 가는 것이지!!!!

우주가 변했다. 그런데 변해서 기쁘다. 참, 이쁘다. ^____^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4-05-08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대모다우십니다~ 다른분들은 지금 속고 있는거라니깐요~ "공주란디~"

다연엉가 2004-05-08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남친 서재가 있군요. 사랑을 하면 변한다지. 진우밥 눈썰미는....
그나저나 이 서재질이 끝이 없군...나무아미타불.....주여..이젠 좀 나갈란다.^^^

nrim 2004-05-08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우주님이 요즘 정말 행복한가봐요. 제가 보기에도 이뻐 보여용.. ㅎㅎ

연우주 2004-05-08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쑥스런 글을 올리시면 어떡하시옵니까. 저 무척 조신하옵니다. 진/우맘 언니, 저건 사실이 아니예요! (마태우스님 버전...--;)
원래 그랬지! (이건 폭스 버전)
앗, 너무 창피하네요... (우주 버전...^^)

진/우맘 언니, 진짜 우리 언니 같아요. 아, 날이 갈수록 언니가 점점 더 좋아지니 어쩜 좋나요...^^ 책임져요...

*^^*에너 2004-05-0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께서 사랑에 빠져 이쁘게 변하셨나봐요. ^^

연우주 2004-05-08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코멘트 많이 날려야겠다. 오해..산다...ㅠ.ㅠ 글 보고 꼭 달기! 필승! (^^)

진/우맘 2004-05-0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첫번째 코멘트에는 느낌표를 자제하더니, 역시 두 번째에서 참지 못하는 느낌표...^0^
(하긴, 느낌표와 ^^ 남발은 어쩌면 언니닮아 그런지도.^^;;;)

비로그인 2004-05-08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이 다 해먹으면 남은 이들은 몹니까? 행인1 (책울타리님) 행인2(느림님)....

이럴서가 2004-05-08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렵습니다. 어느 서재에서 나도 모르는 스캔들이 만들어지고 있을지... 스캔들제조기 우주양! 자꾸 그러면 당신 남친 좋아해버릴테야..;

비로그인 2004-05-08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렇게 코멘트를 모아두니, 역시 UP된 분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듯. 좋겠어요 연보라빛우주님~ ^^

연우주 2004-05-0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조선남자님. 역시.. 남자를 좋아하시는 게 맞았군요! 음. 이거 기사감 아닙니까? 진/우맘 언니? 기사 쓰십시요. 4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다. 마X님, 조X님, 연...우X님 이들은 무슨 관계인가?! 르포 취재! 개봉박두!

다연엉가 2004-05-0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웩 저 위의 서재의 공주란 우주란 말인가!!!!! 둘 다 잘한다 잘해... 진/우맘의 예리한 눈이 사실이었군^^^^^. 이 아줌마 보기 좋~~~습니다.
사랑이 싹트는 공간 알란딘....

책읽는나무 2004-05-0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연보라빛 우주가 아니라.....연분홍빛 우주가 될꺼 같네요...ㅎㅎㅎ
연보라라 함은......뭐랄까??....아련한 그무엇이...베일에 쌓인듯한 그청순함과 도도함이 어우러진....이지적인 분위기잖아요!!....저도 초반에 연보라님의 사진도 보고 해서....딱맞네!! 하고 있었는데......우주님이 사랑을 하고 나서의 진우맘님의 저기 페이퍼를 보니.....연분홍빛을 물들이시네요...ㅎㅎㅎ....
연분홍이라함은....발랄,쾌활,명랑 분위기가 떠오르네요!!....원래 초등학교 갓 입학한 아이들이 분홍색을 좋아하잖아요....지금 우주님의 들뜬 분위기가 초등학생같이 귀엽게 보이네요..^^

책읽는나무 2004-05-08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기 타리님 위에 우주남친님이 우주님 남친 진짜 맞습니까??.....
헉......놀랍습니다........^^
사랑의 힘은 정말 위대하네요!!..
우주님.....우주남친님 즐겨찾기해도 되나요??

진/우맘 2004-05-0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나무님> 방문 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겁니다!!!

마태우스 2004-05-08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정말 멋져요!!!!! 어케 이런 글을 올리실 생각을 다했담?????^^^^^^^^

연우주 2004-05-0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책읽는 나무님, 그건 남친님께 물어보셔야죠. 저야 좋지요...^^

마냐 2004-05-0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제가 무슨...젊은 남녀의 사랑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노인네'가 됐구나 싶은 자각이...쩝.
 



어제 저녁에는 학교에서 가족 문학의 밤이 있었습니다. 스무 가족 정도가 오붓하게 모여서 그림자 극도 보고, 퀴즈도 맞추고, 그림책 슬라이드도 보고, 가족들과 손잡고 동시도 낭송해 봤죠. 위의 이미지는, 제가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입니다. 굳이 보여드리는 이유는...말 그대로 저 작업에는 <문학의 향기> 혹은 <서재의 향기>가 배어 있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이벤트의 여왕> 페이퍼에서, 저의 작업 패턴을 알려드렸지 않습니까? 저것이 전형적인 결과물 이거든요. 칼질 한 번 하고 - 페이퍼 하나 읽고 - 프린트 하나 하고 - 코멘트 하나 달고 - 꽃 하나 찢고 - 페이퍼 제목 쓰고 - 본드 한 번 칠하고 - 페이퍼 세 줄 쓰고.^^;;; 서재 곧곧에서 생업을 걱정하는 폐인들이 늘고 계시는데,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습니다! 저는 일과 서재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두 작업 다 속도가 빨라졌거든요. 음하하하하!!!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5-0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굳이 보여드리는 이유는....자랑하려구요! 이쁘죠!!! 제가 만들었지만 어찌나 이쁜지.^^;;; =3=3=3=3

연우주 2004-05-0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멋집니다요!!!! ^^ 역시 멋쟁이 진/우맘 언니!!! 열렬 지지!!!! ^^

진/우맘 2004-05-0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우주, 요즘 느끼는 건데, 너무 up 되어 있는 거 아냐? 코멘트의 다양화를 좀 추구해봐.... 맨날 이뻐요~ 멋져요~ 만세~~~~ ^^

nrim 2004-05-0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만세~~~~~ =3=3=3=3

다연엉가 2004-05-0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진우밥...서재폐인 되어서 한턱 쓰게나.... 저렇게나 활용을 잘 하다니^^^^
정말 보기 좋습니다...예뻐요 예뻐...멋져요 멋져.만세 만세(비행기 태우자^^^)

*^^*에너 2004-05-0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멋져요. ^^
만세 삼창~ 만세~ 만세~ 만세~ ^^

비로그인 2004-05-08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는 특히 저 꽃송이들이 맘에 드는걸요?? ^^ 서재놀이 하면서도 저렇게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시다니, 역시 대단하셔요!!

책읽는나무 2004-05-0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저것이 서재의 뭐와 관련된 것인지.....한참 알라딘이라든지 서재라든지 그런 글만 찾고 있었네요!!....ㅎㅎㅎ....그런데 저걸 서재질이랑 같이 했다구요...아~~~
하여튼 젝 뒷북 치는덴 뭐가 있죠!!...ㅎㅎㅎ

마냐 2004-05-0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일과 생업의 조화를 통해 속도는 빨라지고,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이거 마치 무슨 "이론은 그런데..현실은...쩝" 류인데도...님은 이론과 현실의 완벽한 일치에 도달하셨다니....대단하십니다. ^^
 
고릴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50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앤서니 브라운의 글과 그림은, 언뜻 보면 딱딱해 보인다. 하늘하늘 예쁜 그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리 곱게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딸아이에게 사 준 <미술관에 간 윌리>가 푸대접을 받으며 굴러다니자, 나는 더 이상 그의 작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마땅한 그림책이 없어서 <고릴라>를 펴 들고 살피다가도, "에이, 재미 없겠다."하며 도로 꽂아버린 것이 몇 번 된다. 그런데 어제, 나는 이 앤서니 브라운을 재발견했다. 똑같은 책, <고릴라>로.

어제는 <가족 문학의 밤>행사가 있었다. 행사 도중에 어린이 전문 도서관에서 오신 분들이 그림책 슬라이드 상영을 해 주셨다. <돼지책>과 <강아지 똥>이었는데, 본격적인 상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강사분이 <고릴라>의 슬라이드를 가지고 그림책 읽는 법을 설명해 주셨다. 요컨데,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며, 같은 책을 반복해서 보는 것은 당연하고도 유익한 일이라는 것...특별히 새로운 사실은 없었다. 그리고는 슬라이드 속의 그림을 가지고 하나하나 분석해 나갔다. 그림책의 색조, 명암, 숨어 있는 그림들...처음 한 두페이지 동안은 조금 못마땅했다. 그림 속에 많은 사실들이 내포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림책은 편안하게 전체를 감상해야 하는 것이지 저렇게 정신분석 하듯이 해부할만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런데....신기한 일이었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그런 생각은 점점 엷어지고, 어느새 아이들과 더불어 신나게 그림 속 고릴라를 찾고, 표현기법에 따라 한나의 표정을 어떻게 유추할 수 있는가를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책은 분석 대상이 아니다>라는 사실 자체도, 어찌보면 고정관념이었다. 전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편안하게 다가서야 하는 것은 맞지만, 때로는 명화처럼 <아는만큼 보이는> 그림책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고릴라>가,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이 바로 그런 류의 그림책 이었다. 왜 한나는 빛을 등지고 서 있고, 아빠는 어두운 서재에 배치되어 있는지를 들으면서 한나의 애절함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출근길에 아빠 뒤에 배치되어 있던 담벼락과 고릴라가 한나를 데리고 뛰어 넘는 담벼락을 비교해 보며 그림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더 확실히 각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커다란 화면에 확대되어 있는 그림이었기에 숨어 있는 의미가 더 와 닿고, 소소한 부분을 찾아내는 재미가 더 쏠쏠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아이들 시선에서는 그림책 자체도 상당히 큰 사이즈, 큰 세상 아닌가?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들보다 그림책 속의 숨은 재미를 더 잘 찾아내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낀 이 감동이 식기 전에 얼른 <고릴라>를 구입하거나 대출해야겠다. 엄마가 즐거워하는 책은, 자연히 아이에게도 그 기쁨이 전이되니까. 내가 재발견한 앤서니 브라운을 딸아이와 어서 즐겨보고 싶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연엉가 2004-05-0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의미에서 브라운의 책을 다 구입하고야 말았죠... 자꾸 자꾸 보니까 자꾸 자꾸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구요.^^^^^

호랑녀 2004-05-0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실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별 생각 없이 재미있는 걸로 골라서 읽어줍니다.
그런데 앤서니브라운의 동물원을 읽어주었더니 몇몇 아이들이
고릴라 그림책이 생각나요
라고 하더군요.
어른보다 낫답니다.

진/우맘 2004-05-08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아이들은 기억하거나 느끼는게 아니라, 그냥 좌악~ 흡수해 버리는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4-05-08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글보다 훨씬 많이 깊게 이야기해주는 앤서니브라운의 그림책, 참 좋아요. 사실 글은 사족이 되는 경우를 우리 그림책에서 발견할 때가 있죠. 설명하고 가르치려드는 건 우리 어른들의 고질병일까요?

책읽는나무 2004-05-0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앤서니 브라운의 팬이 되어버린것이 바로 이<고릴라>라는 책입니다...^^
전 이그림책을 처음 읽고서....어찌나 감동적이던지!!...또한 한나가 혼자서 어두운 방에서 텔레비젼을 보는 장면은 너무도 슬퍼서 눈물이 나올뻔(?) 했습니다.....현재 이시대의 돈벌기에 바쁜 아빠들의 모습이 고대로 담겨있어서....이책은 이시대 아빠들이 가장 먼저 읽어야하지 않을까?? 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전 이상케도 아빠와 관련된 책들이 좋더군요!!...^^...그림도 특이한 느낌과 색채가 눈길을 끌기도 하고...내용도 넘 좋아서....전 그런의미에서 좋아하고...울아들은 고릴라와 슈퍼맨 영화를 보는 그장면에선 꼭 저를 안아서 슈퍼맨 날아가는 장면을 연출해주어야하거든요!!...담을 넘는 장면에선 저를 업고서 정말 담을 넘는 장면도 재연해야하구요!!...암튼...녀석은 그러한 재미때문에 이책을 좋아하더군요!!...ㅎㅎㅎ
그런데 궁금한건요!!...혹시 한나아빠의 뒷주머니에 꼽혀 있던 그바나나 있잖아요!!....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바나나때문에....꿈속에서의 고릴라가 결국은 아빠였다고 생각하는데....혹시....슬라이드 상영할때 그말은 않던가요??....그분이 내가 생각하는것처럼 고릴라가 아빠였다고 그랬죠?..그죠??....전 그게 가장 궁금합니다요....앤서니 브라운에게 직접 묻고 싶을 정도로요!!.....^^

진/우맘 2004-05-08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말씀은 안 하시던데.-.-;;; 한나아빠 꿈에도 고릴라가 나타난 거 아닐까요?^^;

책읽는나무 2004-05-08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네요!!......그런 다른 방법이!!.....그래서 바나나를 주머니에 꼽았구나!!
역시 님은 고수이십니다....^^

마태우스 2004-05-0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 중 고릴라가 별명인 애가 있었어요. 썰렁한 얘기였구요, 진우맘님 언제 시간 되세요? 1만명 이벤트 해야지요? 두명에 구애받지 말고 크게 할테니, 님께서 공지해 주세요. 참고로 전 담주 토요일만 괜찮아요. 장소는 생각해 놓겠습니다.

날아가기 2004-05-09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도 고릴라를 좋아해요. 왜 그렇게 좋아하는 지 엄마지만 잘 모르겠어요. 우리 애들은 괴물이나 호랑이가 잡아먹는 이야기를 좋아하건든요. 앤서니 브라운 책은 다 좋아하는 데 정말 이해가 안 돼요. ^^

마냐 2004-05-0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쪼금 슬프고, 허한데...그래도 애들도 저도 다 좋아하는 '고릴라'...올 어바웃 고릴라...이거 참 좋더군요.
 

저도 장애우라는 표현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쓰신 분과는 조금 다른 이유인데요...친구라며 다가서기 전에 멈칫, 나의 자격을 따지게 되거든요. 그 표현을 자신있게 쓸만큼 내가 좋은 사람, 좋은 친구인가...하구요.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표현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자, 학자, 봉사자에서는 놈 자자가 쓰이지요. 하지만, 예를 들어...그냥 친구 사이에 '에이~ 바보.'하는 것과, 정말 지능이 낮은 사람에게 '에이~ 바보.'하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잖아요.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는 사소한 글자 하나도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기자/학자에게 쓰는 글자를 왜 장애인에게는 못 쓰느냐 하는 것은...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애자보다는 장애인이 더 느낌이 부드럽지 않나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ooninara 2004-05-08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서 본글인데..아무래도 편하지않은 말이죠..제가 60대분에게 '장애우'라고 할순없잖아요? 은영이가 어른에게 그런 말 할수도 없고...

뎅구르르르~~ 2004-05-08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애우.. 란 말은 사실 별로 꺼려하시는듯.. 그냥 낯 간지럽더라구. 우리도 잘 안 써..

비로그인 2004-05-0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애우"저도 억지 표현 같은 기분이 들어요.지금까지 장애인에 익숙해졌고 나름대로 인식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다시 그걸로 두번죽이는 꼴이 되는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