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런!!!"
네비를 띄워 본 교봉의 사장 로렌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제까지만해도 간발의 차였지만 분야 내 2위 였던 교봉이, 하루사이 3위였던 알라딘에게 밀려버린 것이다.
"어떻게 된거야!!! 알아봐!!!!"
로렌초는 시종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꽁지가 빠져라 뛰어갔던 로렌초의 시종은 놀라운 소식을 들고 왔다. 알라딘에는 <서재>라는 블로그가 있는데, 최근 기스라는 알라딘의 측근이 서재에 <네비 설치하기 운동>을 벌였으며, 거기에 자극 받은 스밀라, 진/우맘 등이 네비가 뭔지도 모르면서 오로지 알라딘의 순위를 위해 네비를 설치했고, 그 결과 교봉의 순위가 밀렸다는 것이었다.
'뭐? 한갖 블로그가...그런 결과를 가져왔단 말이냐?'
로렌초는 고민에 잠겼다. 2위 재탈환을 위해서는 우선, 서재를 확실하게 밟아줘야 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좋은 방법 없나?"
그 때, 부장 마립간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뭐야! 빨리 말해!"
"알라딘 서재 폐인 중 세 명을 고르는 겁니다. 그래서 직원 백 명을 동원하여 서재 단체관람을 시켜 방문객 카운트를 올리는 겁니다. 하루 동안 치솟은 카운트로 흥분하게 만든 후, 다음날 발길을 뚝 끊으면 그들은 모두 좌절하여 자멸할 것입니다. 그 중 진/우맘은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합니다. 그러면 평소 진/우맘과 라이벌 관계에 있던 마태우스는 분명 카운트를 의식해서 페이퍼를 남발하다가 질 낮은 글들을 올려 많은 사람을 실망시킬 것이고, 덤으로 진/우맘과의 관계가 끝장날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내일은 진/우맘이 오후동안 서재활동을 못하는 날입니다. 그녀가 서재마실을 못 다니면, 평소 가깝던 지인들에게 거만해 졌다는 악소문을 퍼뜨릴 수 있지요."
"소문이라는 것이, 퍼뜨린다고 그렇게 쉽게 퍼지나?"
"괜찮습니다. 촌철살인이라고 소문난 폭스바겐을 섭외해 놨습니다. 폭스바겐의 말 한 마디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헌데, 100명으로 될까?"
"그것도 걱정 마십시오. 그래 스물 넷에서 아르바이트생 50명을 긴급히 파견해 주기로 했습니다."
"하하하하!!! 기막힌 작전이야 마립간. 당신을 오늘부로 상무로 승진시키지. 멋진 계획이야! 이런 비밀 작전에는 이름도 붙여야 하지 않나?"
"다 생각해 뒀습니다....<피의 수요일>작전입니다."
"멋져! 마부장, 아니 마상무. 으흐흐흐...내일 모레의 알라딘이 기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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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출근하여 버릇처럼 컴을 켜고 서재에 들어간 진/우맘은 눈알이 튀어나왔다.
"이, 이게 뭐야?"
어젯밤 글을 올린 것도 아닌데, 금일 방문객이 90명에 육박해 있었던 것이다. 물만두, 배혜경 역시 그 시각 비슷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한 번 치솟은 카운트는, 그 기세가 꺾일 줄을 몰랐다. 당황한 진/우맘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긴급 이벤트를 열고 흥분을 했다. 한 번 불붙은 카운트의 욕심은 식을 줄을 몰랐다. 어린 아들을 벗겨서 사진을 올리는 만행까지 서슴치 않았다.
"음하하하하!!! 드디어 내가 서재를 평정한 거야!!!! 이제부터 서재는 내가 접수한다!!!!"
그 시각 마태우스는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었다. 자판 위를 날으는 듯한 500타의 타자도, 그의 머리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글들의 속도는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가뭄의 단비같은 뉴스레터였다. 방문객이 치솟았다. 하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즉시 <흑표범>이라는 가상 아이디를 만들고 <서재 평정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었다. 평소 노트에 글을 쓰고 검토한 후 자판을 두드리던 그였지만, 이 글은 단번에 페이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폭스바겐은 기다렸다는 듯이 악소문을 퍼뜨렸다.
상황은 한결 급박해져 갔다. 서재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누드가 떠돌고, 그래 스물넷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지령을 잘 못 이해하고 작전 대상이 아닌 서재에 들어가는 바람에 여기저기에서 혼란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런데, 하루 앞서 이런 혼란을 예견한 예언자가 있었다. 바로 책울타리. 그녀는 2000년 전 <피의 수요일>을 예견한 비전 <즐거운 편지>의 숨은 계승자였다. 이 날을 기다리며 표면상으로는 책 대여점을 운영하고, 아르바이트로 700점술 서비스를 하며 숨어 살고 있었던 것. 이 모든 혼란을 예견한 그녀는, 피의 수요일이 시작되기 직전 비장의 페이퍼를 준비해 두었다. <행복한 블로깅을 위한 조건> 왕 언니 책울타리의 따뜻한 글로 마무리된 페이퍼를 읽은 진/우맘은 이성을 되찾았다.
'그래...숫자가 다가 아니야.'
이 무렵 마태우스도 글을 완성했다. 물 흐르듯 배어 나온 그의 처절한 페이퍼는, 교봉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전무후무한 명작으로 탄생했다.
같은 시간 폭스바겐은 뒷골목에 끌려가 빨래집게 고문을 받고 있었다. 알라딘의 비밀 결사 <차력당>에게 꼬리를 밟힌 것이다. 수니나라에게 <빨래집게로 코 세우기> 고문을 받던 그녀는 모든 사실을 실토했다.
다음 날 교봉에서는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로렌초의 시종이 사장에게 뛰어왔다.
"사,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일이야?"
"어제 피의 수요일 작전에 참가했던 우리 직원 24명이, 알라딘의 서재에 반해서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뭐, 뭣이?"
"그래 스물넷의 아르바이트생은 전원 서재를 꾸미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행복한 블로깅>어쩌고 하는 글을 읽은 작전 대상 세명은, 줄어든 방문객에 도리어 안심을 하고, 마태우스는 불후의 명 페이퍼를 썼답니다!! 게다가 폭스는...빨래집게 고문을 받은 후 복돌이라는 성에게 귀화되어 우리와의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마, 마상무 어디있어? 아니, 상무는 무슨! 마부장!!!!"
"이미....이파리로 얼굴을 가리고 서니사이드로 도망갔습니다."
"제길할.......알라딘, 이 놈드을~~~~~~!!!"
사장의 고함소리는 허무한 메아리를 남기며 흩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