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즐겨 찾는 서재 브리핑>을 길잡이 삼아 마실을 다니는 요즘, 눈치챈 사람은 없겠지만....마이리뷰 카테고리 하나가 줄었다. 헉....삭제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제목이 생각이 안 나냐....-.-;; 여하간, 내가 좋아하는 리뷰들만을 따로 모아 놓은 방이었다. 예전에 썼던 마음에 드는 리뷰나, 스스로 평가하기에 가장 나답고 그나마 쓸만하다는 리뷰들을 모아 놓고, 가끔 자뻑에 빠지거나^^;; 첫 방문자에게 나를 브리핑 하는 공간으로 삼고 싶었던 것이다. 헌데...근래들어, 그 방이 의미가 없어졌다.

여러 번 밝혔지만, 내가 처음에 리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오백원 때문이었다.(이젠,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 덜 부끄럽다!!^^) 안 읽은 책을 읽은 척 하고 쓰거나, 남의 리뷰 퍼오는 짓 말고는 리뷰 수를 늘리기 위해 안 한 짓이 없었다. 퇴근길 서점에 들러 그림책을 훑어보고 메모를 하기도 하고, 나중엔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건지...리뷰를 쓰기 위해 책을 읽는지 헷갈릴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런 비몽지경에서 쓴 글들이 제대로 된 것일 리가 없었고, 마음이 담기지 않았기에 애정이 갈 리가 만무했다. 리뷰들은 모두 간단한 단상, 오백원 어치의 문장 조합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쭉정이 가운데에서 가끔 feel 받아^^ 쓴 리뷰들을 추려 놓는 일이 필요했던 것이다.

헌데...요즘은, 그렇질 않다. 읽은 책 전부에 리뷰를 쓰지 않아도 된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책에 대해 공들여 문장을 고르는 시간...그리고 그 결과물 모두가 소중하다.

고등학교 때 까지는 제법 <한 글 하는> 축에 낀다고 자부했던 나. 헌데 대학에 들어가 교양으로 들은 국문학 강좌에서 제출한 영화감상문은,  <감정 과잉, 지나친 수사>라는 시뻘겋고 잔혹한 코멘트를 달고 돌아왔다. 헉...그 때의 충격이라니.... 사실, 나 자랄 땐 그랬다. 아직도 별을 노래하는 문학 소녀에 대한 동경이 남아있던 때여서일까? 다양한 수사를 가미해서 문장을 꾸미는 것이, 자신의 진의를 전달하는 것보다 더 중시되었다. 아직도 내 글에는, 그런 잔재들이 많다. 아니, 온통 수사와 감탄사 투성이다.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나서 '좀 줄이자'고 그리 다짐했건만....오래도록 몸에 밴 글버릇은 쉬이 고쳐지질 않는다. 그런 수사의 과잉, 그리고 평어보다는 조금이라도 있어보이는 단어를 선택하려는(그 결과 문장이 균형을 잡지 못해도...) 내 지적 허영심으로 인해 내 글은 그닥 좋은 것이 못 된다. 혼자 읽고 눈물 짤 일기가 아닌바에야....

그래도 어쩌나. 난, 내 글이 좋은걸.^^ 느낌이 막 달려와서 손이 그것들을 미처 못 받아낼 지경의 글쓰기를 끝내고 난 뒤의 뿌듯함....그 느낌이 좋은걸.^^ 그래서 요즘의 리뷰는, 하나같이 내게 소중하다. (휴우...삼천포로 빠지던 글을 간신히 돌려세웠다.^^;;)

서재엔 리뷰 잘 쓰시는 분들이 참 많다. 정갈하고 깔끔해서 백자같은 마냐님의 리뷰나, 넋을 잃고 포옥...빠져들게 되는, 책보다 리뷰가 더 매혹적인 카이레님의 글. 그 밖에 많은 리뷰들로 인해 매일매일이 즐겁다. 하지만, 그 어떤 리뷰도, 나에게 내가 쓴 것만한 가치가 있을까? 이 자뻑(!) 정신이야말로 끈질긴 서재활동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

차력당원에게 고함!!! 나는 글빨이 딸려서 리뷰는....거시기하고, 구경만 할텡께~ 하는 당원 여러부운!! 투철한 자뻑 정신으로 무장하고 빨랑 리뷰 잠 올려보소.... 나는 당원 여러분의 살아 펄펄 뛰는 리뷰에 목이 타 죽겄구먼...TT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nrim 2004-06-16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조금더 기다리게 하며.. 진/우맘님 애간장을 태워볼까나;;;;;;; =3=3=3

진/우맘 2004-06-16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수니님도 리뷰 쓰셨더이다.
얼른 쓰지....친구!!!!

sooninara 2004-06-16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썼어..^^ 이거이 기분이 대중 목욕탕에서 옷벗고 아는 사람 만나서 황당해지는 기분이구만..
다른이들은 몸매가 쥑이는데 나만 울퉁불퉁 군살이 다 보이는..챙피해~~~
다른분들이 글솜씨가 너무 좋아서..비교되잖어...힝...진우맘도 알라딘에서 베스트탑에 들어가고..난 아줌마 수다로 쓰기로 맘잡으니 그나마 편하드만..

진/우맘 2004-06-16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헹! 뿡!!! 기막히게 뽑으셨더만요~~ 벌써 추천 한 방 찍고 왔습죠, 네에~~^^

sooninara 2004-06-16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정 과잉, 지나친 수사>진우맘처럼만 쓸수있다면..ㅠ.ㅠ..저거이 교수가 괜히 빨간글씨 체크하느라 남긴거고..당신은 알라딘의 허브아닌감..겸손한척 하지 말게나..공주시스터즈끼리...

진/우맘 2004-06-16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_________^;;;; 들켰다....그러게, 자뻑이라잖아요, 자뻑!!

밀키웨이 2004-06-16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항상 생각하기를 말이죠
진우맘님은 철녀임에 틀림없다.
아니....애 키우면서 언제 저 책들을 다 읽으신걸까..

전 그게 늘 대단했거든요.

또 가끔씩은 내가 쓰고도 정말 마음에 드는 자뻑(^^)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죠

▶◀소굼 2004-06-16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여 쓰시지요^^;

진/우맘 2004-06-16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철녀....어제밤 새벽까지 무리하고, 지금 삭신이 쑤십니다. 으흑....
소굼님> ??

nrim 2004-06-16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 나보고 한 소리지?

비로그인 2004-06-1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려보소!!

마냐 2004-06-1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칭찬의 달인 마OO님 탓인지...자꾸 칭찬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슴다. 제 리뷰 때문에 책 샀는데, 재미없다는 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이죠. 암튼, 저 역시 500원 바라보고 살던 시절...굉장히 옛 추억같은 느낌이...ㅋㅋ
 

2004. 6. 15. - 올해의 57번째 책

★★★★

감 끊기기 전에 리뷰를 쓰려고, 야심한 시각에 컴 앞에 앉았다. 앤티크님의 귀환, 마태님의 복귀에 힘입어 시들했던 서재질이 다시 기염을 토하려나? (하긴....내가 그동안 '서재 슬럼프'였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이...과연 있을까...^^;;;)

나에게 행복한 숙제를 잔뜩 안겨준 판다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2004-06-1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두 요즘 심드렁이예요...날씨탓일까요?

진/우맘 2004-06-16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코멘트 트레이드군요. 방금 님 서재에 다녀왔는데.^^

sooninara 2004-06-16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아프고 팔목 아프고..서재질 쉬어야 할듯..ㅠ.ㅠ..재활 들어가야 하겠어요..나도 우울해..

ceylontea 2004-06-16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우울하시다니.. 긴급.. 우울모드 해소 번개를 해야할 듯 하네요...
진우맘님... 전.. 일때문에 너무 바빠.. 알라딘에 거의 들어올 수 없어.. (지금도 빨랑 일끝내야하는디..)극심한 금단 현상을 동반한.. 일이 너무 많음으로 일에 치여서 기분 하강 곡선입니다... ㅠ.ㅜ

비로그인 2004-06-16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책 전 별루예요~~첨은 괜찮았는데..기냥 그저 그런책...

진/우맘 2004-06-1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수니님! 안 돼요!!! 님마저....나를 남겨두고.....흑흑...절대 안 돼요!!
실론티님>TT
폭스> 나는 도리어 처음보다 뒤가 좀 낫더라.

물만두 2004-06-1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진/우맘님이 지겹다신 줄 알고 위로차 들렸다 뒷북치고 갑니다...
 

2004. 6. 15. -no count

★★★★

궁, 역시, 재미있다. 순정만화의 백미!! 한 평범녀를 사이에 둔 두 꽃미남의 기싸움이 절정에 달한 6권....페이지 넘어가는 것이 아쉬웠다....흑흑.

헌데, 그냥 느낌인가? 그림이 좀....변했다.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 처음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끓게 한 선 고운 그림이었는데...그 선이 야악간 거칠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만 그런가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ooninara 2004-06-16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못 봤어요...그림체가 이상하다고 리뷰 있드만..

진/우맘 2004-06-16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루? 그렇군....어시스트가 바뀌었남? 마감에 쫓겼남??

진/우맘 2004-06-1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으으으.....효린! 뭐, 나름대로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

계란말이 2004-06-16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궁6권이 나왔군요~

마냐 2004-06-1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말 6권이...꽤나 기다렸는디..ㅋㅋ

반딧불,, 2004-06-16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게 다음만화에 보니..책보기가 되어있네요.
심심해서 한 번 들어가 보았는데...로긴 귀찮아서
아직 보진 못했슴다..내일을 위하야 남겨두었는데....제발 볼 수 있기를^^;;;
 
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거의 중반에 닿을 때까지,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내 심사를 뒤트는 무언가가 숨어 있는데, 그게 뭔지 딱 집어낼 수 없어서 답답했다. 어느 정도는, 몸을 사리는 작가의 지나친 신중함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 아직, 피가 끓는 나이인가?^^금방 제 꼬리를 밟으면서도 길길이 날뛰는 장정일같은 스타일에 매혹되던 터에, '나는 그런 질문을 괴로워할 뿐, 거기에 대답하지 못한다.'는 식의 뜨뜻미지근한 문장들은 자꾸 신경줄을 건드렸다.

그런데, 그 문장에 찌푸린 미간이 미처 펴지기도 전, <노출>이란 제목의 짧은 단상을 읽고 나는 그만 "픗!"하고 웃어버렸다. '올 여름 여자들의 노출이 너무 심하다고 텔레비전은 개탄하고 있지만, 너무 그러지들 말아라. 곧 가을이 오면 여자들은 다시 옷을 입을 것이다. 좋은 것을 좀 내버려두라는 말이다.' 하하, 그의 문장이 너무 <귀여웠다>고 하면, 이 노회한 작가에게 불쾌한 일일까? 48년생,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요즘, 아직 젊은 나이다. 그런데도 유독 나이 먹은 척, 나이먹음을 무기로 자신의 속내를 이렇듯 눙치고 들려는 작가가 , 그 유들유들함이, 이상하게도 즐거웠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니 눈 앞이 좀 개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내가 왜 그렇게 앵돌아졌었는지 짐작이 갔다. 첫 페이지가 문제였다.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이란 소제목 곁에 발췌되어 있던 글. '남성성의 본질이란 아마도 결핍일 것이다. 스스로 결핍이 아니라면 남자들이 여자를 그리워할 리가 없을 것이다. 오입을 하고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는 남자들도 다 그 결핍 때문인 것이다.' 글 안에 어우러진 문장을 톡, 끊어 내어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이 문장의 앞도 뒤도 몇 번 찬찬이 훑어보았다. 하지만, 그리 읽고도 불쾌한 마음은 사그라들지를 않았다. 책 속 어딘가에 조용히 녹아 있을 수도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소제목 옆에 버젓이 전시될만한 문장은 아니지 않는가? 한 권의 책이지만, 읽는 사람이 무수한만큼 읽는 방법도 각색일 것이다. 다 내맘같지는 않을지언정, 첫인상을 구겨놓아 제대로 글을 즐기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겉돌게 한 이 문장이, 이 위치가, 나는 여직 용서가 안 된다.(뭐, 안 돼도...별 수 없지만.^^;)

전반부의 삐걱임, 그 원인을 인식하고 나자 책 읽기는 조금 수월하고 즐거워졌다. 김 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필력의 소유자이다. 대부분의 수필집은 용두사미, 말미로 갈수록 기력을 잃고 오락가락 하거나 자기자랑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런 불쾌한 경험이 이제껏 <수필은 싫다>고 생각한 주된 이유였다. 헌데 <밥벌이의 지겨움>은 뒤로 갈수록 은근히 끓어올랐다. 세번째 소제목 <큰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에서 풀어낸 염전이나 11월의 이야기는 경륜이 아니면 쓰기 힘든 것이 아닐까...싶어 숙연해졌다. 그리고서는 내 멋대로, 본문은 이 세번째 소제목에서 끝났다고 규정해 버렸다. <거리에 관한 짧은 기록>이나 <한 편의 문학평론과 하나의 인터뷰>는 흠잡을데가 별로 없었지만, 그 분량과 방식의 이질성 때문에 '수필은 용두사미'라는 내 편견이 자꾸 들쑤시고 일어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바람소리는 바람의 소리가 아니라, 바람이 세상을 스치는 소리다.' ......글은, 특히나 수필은, 그냥 글이 아니라 작가가 세상을 스친 소리가 아닐까? 김 훈, 이 사람이 세상을 휘휘 돌아 스친 소리는, 아주 간혹 내 귀에 거슬리기도 하였지만....근사하고 그윽하여, 제법 들을만 한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태우스 2004-06-1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였습니다. 그나저나 김훈은 마초입니다. 쾌도난담에서도 그걸 훌륭히 입증했고, 이 책에서도 그러는군요. 글 잘쓰는 마초는 더 나쁜 것 같습니다.
문제: 제가 추천을 했을까요, 안했을까요?
1) 했다 2) 기타

* 서재 지붕 때문에 고생하셨죠? 감사드립니다. 넙죽!

진/우맘 2004-06-1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쓰는 마초는 더 나쁘다....제 찝찝함의 실체를 콕 짚어 주시는군요.^^

chaire 2004-06-1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초,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산문은 분명, 퍽 매력적이었어요. 글 잘 쓰는 마초는 더 나쁘다? 후훗...^^

책읽는나무 2004-06-2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읽으셨군요!!
반갑네요....ㅎㅎㅎ

남자들의 결핍이란 말이 저도 조금은 신경이 거슬렸지만.....신경이 거슬린다는것이 내가 여자이기때문에 약간의 자기방어적인 식견이 포함된것이 아닐까?? 란 생각으로 일단 접었습니다...나는 남자,여자를 딱히 구별하는것을 아주 싫어하지만...그렇다고 여자는 남자를 무시하고...남자는 여자를 무시하는 처사는 더 옹졸하단 생각이 들더군요!..그래서 상대방의 성을 존중할필요가 있단 생각을 좀 했는데...내가 일단 남자가 아니다보니...남자들의 결핍일수도 있다라는 말을 일단 접수하기로 했었죠!!..ㅎㅎㅎ(지금 내가 무슨말을 하는것인지??)
반대로 여자들도 결핍이 있을수 있는데...그것을 당당하게 표현해낸 여자 수필가가 없단것이 좀 아쉽더군요!!
진우맘!!....그대가 한번 써보지죠??...^^
 

살인의 이중액자를 깨고 삶과 문학의 허위를 벗겨라
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 장편소설/ 김민정 옮김/ 문학세계사


삶은 허위다. 삶의 시종쯤 되는 문학은 삶보다 비천한 공갈이다. 그 허위를 찢어내는 데 가장 날카로운 손톱을 다듬어온 노통(Nothomb)은 추악한 문학 인생의 가면들을 공개적으로 지목하고 벗겨낸다. 목 조르는 쾌감, 목 졸리는 쾌감의 쌍곡선이 교묘하게 엉긴다.

이 소설은 83세 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대문호가 희귀병 때문에 죽음이 임박하자 하루에 한 명씩 기자들을 불러들여 인터뷰를 하는 내용이다. 처음 남자 기자 네 명은 인터뷰를 제대로 진행하지도 못한 채 지독한 멸시만 당하고 문호의 저택에서 쫓겨 나온다. 그러나 다섯 번째로 그 집에 들어간 여기자 니나는 모든 상황을 뒤집어 놓는다.

조실부모한 대문호는 어릴 때 외가 쪽에서 자라다가 17세 때 사랑에 빠진 15세 사촌누이를 그녀가 초경을 치르던 날 목졸라 죽인 과거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범죄가 밝혀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을 의심하는 가족과 친척들을 전부 불태워 죽였었다.

이러한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가는 여기자의 솜씨가 드디어 대문호로부터 “사랑한다”는 고백을 이끌어낸다.

조너선 드미의 영화 ‘양들의 침묵’을 겹쳐도 좋다. 소설에서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남성 살인범 프레텍스타 타슈, 그의 정체를 밝혀내는 여성 신출내기 니나의 구도가 영화에서 버팔로 빌과 클라리스 스털링의 관계를 능가한다.

기괴한 비장미, 소설을 읽다가 구토를 일으킬 것만 같은 역겨움이 연달아 이어진다. 두 사람을 겹겹의 둘레로 가두었다가 풀어내는 심리전조차 점층법적으로 뜨겁다.

▲ 아멜리 노통은 중독성이 가장 강한 소설을 쓰고 있다. 조심(!)해야 할 것이다.

잘깃잘깃한 번역가의 솜씨도 놀랍다. 번역소설에서 ‘지청구’ ‘애면글면’ ‘씨억씨억’ 같은 단어들을 마주칠 때마다 마치 공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글을 읽는 느낌이다. 금년 상반기 한국어로 출간된 국내외 소설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글쓰기 할 때, 자위를 할 때, 다른 사람을 목졸라 죽일 때 당신은 손을 사용한다. 그때 당신 손은 쾌감을 느낀다. 그것도 관능적인 쾌감이다. 아무튼 작가는 음란해야 한다.”(21쪽)

봉준호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처럼 살인 미궁의 안개 속에 무람없이 잠기는 통증이 소설 전편을 적신다.

그런가 하면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 ‘식스센스’에서 꼬마 주인공(할리 조엘 오스먼트)이 말하듯 죽은 유령들에게 가장 끔찍한 일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데 있다는 환영이 검은 망토처럼 뒤덮인다. “당신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이오? 당신이 살아 있는지, 당신이 행복한지 아닌지?”(188쪽)

이 소설의 진정한 맛은 고도의 풍자와 비꼬기에 있다. 선배 문인 레이몽 크노(1903∼76)와 루이 페르디낭 셀렌(1894∼1961)에게서 그리고 동시대인인 미셸 우엘르벡이나 프레데릭 베그브데에게서 맛본 문명 비평이다.

문단 뒤집기이기도 하다. “비위 거스르기라는 전대미문의 재능”(54쪽)을 유감없이 맛보려면 가장 제격인 소설이다.

주인공인 소설가가 쓰고 있던 속소설의 제목이 겉소설의 제목이 되는 테크닉은 ‘소설가 소설’이고, 시쳇말로 ‘액자 소설’을 닮았다. 엊그제 읽었던 폴 오스터의 ‘신탁의 밤’이 좋은 예다.

소설 전부를 대화로만 끌고 가는 것은 노통의 ‘시간의 옷’에서 이미 그 정수를 맛보았다. 생사의 기로에 처한 소설문학의 우황청심환은 대화체밖에 없는가. 수십년 저쪽의 과거를 캐가면서, 그것도 살인의 추억을 들춰내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 간의 대화로만 이끌어가는 솜씨는 영락없이 산도르 마라이의 거작 ‘열정’에 빚지고 있다.

노통이 그것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다. 혹은 하일지의 고품격 세미 추리소설 ‘진술’을 떠올려도 좋다.

17세 때까지는 그리스 조각을 깎아 놓은 듯 아름다운 육체를 가졌던 대문호가 살인을 한 후 추악한 비곗덩어리로 변했으며, 그것을 시간의 굴레를 거꾸로 타면서 재연하는 대목은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차용하고 있다.

올여름을 치가 떨리도록 재미있게 보내고 싶은 독자들께 권한다. 재독해도 좋을 것이다.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06-1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여름을 치가 떨리도록 재미있게 보내고 싶은 독자들께 권한다. 재독해도 좋을 것이다.
캬아....둘 중의 하나로 보인다. 정말정말 재미있었거나, 아님 팍팍 밀어줄, 어떤 이유가 있거나...^^ 뭐, 안 그래도 조만간 읽으려고 했다구요!

panda78 2004-06-1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으으으- 안돼 안돼!

starrysky 2004-06-1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리뷰 읽으면서 음, 기자가 노통 팬이로군 했었다니까요. ^-^ 어쩜 이리도 예찬 일색인지.. (저는 주문한 이 책이 안 와서 못 읽고 있어요 .ㅠㅠ)

진/우맘 2004-06-1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판다님에 이어....곧....소굼님의 절규도 들려오지 않을까.... 부추,김 금지라 했건만.^^;;;

진/우맘 2004-06-1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조선일보 동지 스타리님, 찌찌뽕!!!

starrysky 2004-06-1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찌찌뽕!!! >_<

superfrog 2004-06-15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재밌을거 같은데.. 저 기자의 젠체하는, 게다가 편향된 리뷰는 좀 거부감이 드는데요..^^;;;
차라리 진우맘님이 읽고 멋진 리뷰를 올려 주세요..!! 조선일보는 시로요..

호랑녀 2004-06-1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또 속았다. 진우맘님 글인 줄 알았으...ㅠㅠ

마냐 2004-06-15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안그래도 저 글을 넘 잘 쓰는 바람에...(아마, 저 기자분이 프랑스 특파원 출신일걸요?) ...제가 지금 저 책 독후감을 못 올리고 있잖아요. 맘에 안들어서...게다가 누군가 책을 슬쩍 가져가는 바람에..마무리도 못하구..ㅠ.ㅠ

물만두 2004-06-15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기다렸지요. 기필코 사리라... 살인자라는데...

▶◀소굼 2004-06-15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괜히 왔어@_ㅠ;;[라면서..적립금을 노려 살 생각;;]
부추,김 다 먹어버려서 이제 없어유ㅠㅠ; 조선일보는 안보지만..그래도 확실히 읽고 싶게 써놨군요. 뭐 그렇게 안말해도 볼거였어요~:)

호랑녀 2004-06-1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보관함에... 한권 늘었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