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억력이 말이 아니다. 자꾸 애꿎은 멍든사과님을 찍어다 붙이며 건망증도 전염병이라느니...쓸데 없는 소릴 하지만, 사실 이건...다른 이유가 있겠는가. 머리가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증거겠지. 흑....
방금도, 어떤 분께 책 하나 선물하려고 하면서, 주소 한 줄(매우 심플한 주소였건만...)을 못 외워서 결재과정을 몇 번이나 벗어났다. 아예 처음부터 창 두 개 띄워 놓고 할 것이지....TT
이런 저주받을 기억력은 독서에 있어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주인공 이름이나 작가 이름 잘 못 외우는거야, 뭐 여러 번 말했으니 듣는 분 귀에 딱지가 앉을까 두렵고....아까, 설겆이를 하다가 불현듯 환상의 책이 생각났다.(왜 그게 생각났는지는, 당근 잊어버림.-.-) 어...그런데...줄거리가....신탁의 책과 일부분 엉겨붙어 버렸다. 허억....설겆이를 끝낼때까지 엉겨있는 줄거리를 분리해내려 기를 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설겆이 끝내자마자 얼른 방에 가서 책을 들추며 확인해 보자, 해놓고는 그 결심도 홀랑 잊어버리고 지금 이러고 있네.-.-;;;
아...나도 읽은 책의 저자 약력과 주인공 이름과 스토리와 느낀점을 완벽하게 외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비탄에 빠졌지만, 어찌 보면 다행이다. 나, 끼어드는 거 무지 좋아한다. 말하는 것은 더더욱 좋아한다. 이렇게 발랑거리는 성미에, 머리 속이 백과사전처럼 그동안 읽은 책에 대한 기억으로 그득하다면.....얼마나 재수없는 인간이 될 것인가!!! 책 속의 금언을 기막히게 외워두었다가 적재적소에 써먹는 그들, 사실 존경을 넘어 가끔 질투가....그것보다 더 꼬인 심사였을 땐 사알짝 '흥!'하는 콧방귀를 몰래 뀌게 되지 않는가?
머리 나쁘길 천만 다행이다. 되게 똑똑했더라면, 가벼운 인간성과 넘치는 지식이 조화를 못 이루고 분명 재수없는 인종으로 분류되어 슬픈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냥, 그렇게 자기 위안을 하자구...흑흑.
이 페이퍼 끝내고, 과연 내가 환상의 책과 신탁의 밤 비교 분석을 언제쯤 하게 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