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읽은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었다. 그런데....책 상태가 참, 기가 막힌다. 얼치기 양장본의 진수 + 책을 함부로 다루는 수 많은 사람들의 협공으로, 이 양장본, 도서관에서 거의 시체가 되었다.

무슨....오래 들고 다녀 닳은 가방 같은 남루한 모습. 소굼님이랑 호랑녀님 말마따나, 우리 나라 양장본들은 아무리 예쁜 옷을 입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도서관에서는 스티커를 붙이기 위해 옷을 몽땅 벗겨야 하니까. -.-

책...얼마 넘기지 않아 쩌억 벌어진 상처를 드러냈다. 쯧쯧....이 상태로 제 책장을 모두 그러안고 있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뇨.

헉....드러난 벌건 속이 마치 피묻은 상처 같다. -.- 무늬만 양장의 실체다. 원래는 실로 꿰맨 후 하드커버를 씌워야 하는데, 이렇게 얼치기로 본드칠만 해서 붙이니 잘 익은 수박 갈라지듯 쩌억쩍 갈라질 수 밖에.

누구냐. 도서관 책에 볼펜 칠 해 놓은 넘이!!!
나도, 최근에 책 결벽증을 버리고 줄긋기와 메모를 일상화 하고 있지만...그건 내 책일 때 이야기지!!! 도서관 책에는....좀 거시기 한 짓 아닌가?
저 터프한 괄호가, 책이 끝날 동안 한 두 개가 아니다. 안 그래도 불쌍한 책의 몰골에 화가 났는데...이 볼펜자국의 주인공에게 이유 없는 적개심이 샘솟았다.
적은 분량 부풀려서 책 꼴을 갖추기 위해, 더 비싸게 팔아넘기기 위해 양장을 만드니 저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닐까? <문학세계사>. 얼마 전 <살인자의 건강법>도 이 출판사였다. 노통 작품을 거의 도맡아 들여오는 모양인데... 화난다. 문학세계사는 나한테 확, 찍혔다. 하긴, 내가 찍는다고 별 영향은 없겠지만....-.-
되새겨 보니, 나 역시도 대여소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내 책보다 소홀히 한 기억이 많다.
오늘부터라도, 도서관 책은 내 책보다 더 아껴봐야겠다. 안 그래도 일인당 장서 수가 적은 나라인데, 장서들이 자꾸 망가져서 폐기되는 사태는 없어야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