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의 외할아버지는 참 멋진 분이시랍니다. 이번에 집에 왔더니, 예진이를 위해서 이 DVD를 장만해 놓으셨더군요. 뿡뿡이니 뭐니 하는 유아용 비디오와는 친했지만, 장편 애니메이션에는 아직 잘 집중하지 못하던 예진이였는데, 우와~ 이 작품은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두어 번 밖에 안 봤는데도 등장인물의 대사와 줄거리를 주워섬기며 즐겁게 봐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득보다 독이 더 많이 숨어있다는 사실...이제는 다 알만큼 아는 이야기 이지만, 너무도 즐거워 하는 예진이의 모습에 외할아버지의 사랑까지 버무려지다 보니, 흐뭇해지는 마음이 더 크더군요.
백설공주, 지금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너무 진한 아이섀도우에 공주병의 원조인 그 말, 손짓, 발짓~ 우....좀 거북하긴 하더군요. 하지만,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과 리드미컬한 난장이들의 움직임은 함께 보던 저까지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명작>이라는 말이 괜히 붙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말이예요, DVD나 더빙에 대해 문외한인 제가 볼 때에도 이 작품은, 너무 성의 없이 만들어 진 티가 여기저기 역력하더군요.
제일 거슬리는 것은 더빙을 한 성우들의 역량(?)이었습니다. 마녀나, 백설공주를 맡은 여자 성우들은 그럭저럭 넘기더라도, 남자 목소리들은 어찌나 어색한지! 보던 예진이도 그 어설픈 감정처리를 느꼈는지 따라 하며 킥킥거리더라구요. 게다가, 거울과 마녀의 대화 장면 등 곳곳에서 두 성우의 목소리 크기가 제각각이라, 한 사람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고 다른 하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노래 부르는 장면은 보통 더빙을 안 하잖아요. 그런 경우 자막을 달아주어야 하는게 당연한 일 아닙니까? 이렇게 뮤지컬 형식으로 이어지는 애니메이션에서는, 노래도 줄거리 전달에 막대한 역할을 하는데 말입니다.
명작이 진정 명작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도 없이, 무성의하게 대충 만들어 판매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대상이 어린이라고 해서 만만하고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 싶어 더욱 화가 나네요. 어린 친구들일 수록 풍부한 감성을 더 또렷한 음질과 화질로 재현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그대로 빨아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