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7. - 올해의 94번째 책

★★★★★

어린이문고라 해도, 내겐 너무 신나고 재미있고...또, 가슴 뜨끔한 책이었습니다. 바쁜 부모에 대해 투덜대는 엘리아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때 아닌 저녁잠을 자고 있는 예진를 자꾸 떠올렸지요. 배가 부른지 방바닥에서 뒹굴 놀이를 하고 있는 연우도요.^^

엄마 일도 아빠 일도 바쁜 건 알지만, 우리에겐 노는 게 일이다!!!! ㅎㅎ 제 일 때문에 아이들의 업무(?)에 소홀해선 안되겠다고, 다짐은 합니다. 일단, 다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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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9-0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리뷰 올리는분들은 00출판사 평가단인거죠?
ㅋㅋ 나 혼자 추리했쥐~~~

반딧불,, 2004-09-08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도 그리 추리했답니다^^

starrysky 2004-09-0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진우맘님께서도~ 정말 알라디너가 많으시군요. ^^

진/우맘 2004-09-0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

2004-09-09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투리 퇴근시간이 남으면.....내 마음 속에는 호객꾼이 한 명, 아니 한 권 따라붙는다. 집요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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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9-0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넘 귀여운 호객꾼인데요?

가을산 2004-09-0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

starrysky 2004-09-0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은 우리들의 참새방앗간이죠. ^^
저도 오늘 도서관 갈 거예요~!! 꺄아, 조와라~ >_<

superfrog 2004-09-0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삐끼군에게 순순히 끌려가세요..ㅋㅋㅋ

tarsta 2004-09-0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이거 연재하세요. 단발성으로 끝나기엔 넘 아까와요!!!

水巖 2004-09-0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해줄께ㅡ . 이 꼬시는 말, 그 말에 녹아 버리는 진/우맘님.
아, 재밌다. 저 살폿이 안는 호객꾼의 팔....
눈은 찡그린척 했지만 몸은 기우러졌구만.

sooninara 2004-09-0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경험에서 우러나오는...전에 삐끼 아르바이트 안했남?^^
우리 도서관은 산속이라서 등산해야 하기에..주말에 남편 꼬셔서 간다네..ㅠ.ㅠ..

2004-09-08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4-09-0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도서관의 위치밖에 모르는 저와 너무 비교됩니다, 그려.

숨은아이 2004-09-08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핫핫, 진/우맘님, 기절이에요! (사실 저는 마포도서관도 어디 붙었는지밖에 모르는데... ^^쩝.)

비로그인 2004-09-0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툰 카테고리 하나 맹글어야 되는거 아녀요??

가을산 2004-09-0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제 병원에서 50미터 거리에도 구 도서관이 있어요...

마태우스 2004-09-0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검사를 능가하는 히트작이 될 듯 싶습니다. 근데 진우맘님 스스로를 너무 귀엽게 그리신 건 아닌지요??? 아니 뭐 안귀엽단 얘기는 아니지만^^

진/우맘 2004-09-0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그럼 가을산님도 매일 삐끼book을 만나시겠군요.^^
폭스> 안 돼.-.-;; 벌써 소재 고갈이라구!
숨은아이님> 기절....까지야.^^;
조선인님> 저도, 집 가까이에 두고도 몇 년을 몰랐다니까요.^^;
수니성> ㅎㅎㅎ 너무 리얼했나요?
수암님> 예리하시네요.^^;;;
타스타님> 폭스님에게 한 답변을 참조하세요.-.-
금붕어님> 그렇게 되면....어제 올린 카툰의 줄이 더 길어지는 걸요.TT
스타리님> 집에 밀린 책만 없었더라도...으흑....
실론티님> 아니, 귀엽다구요? 저 능글맞은 미소가?^^

진/우맘 2004-09-0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음....반성하고 있지만...만화란 원래 미화가 미덕 아니겠심까? ^___^;;;

이파리 2004-09-0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동네 도서관은 산 꼭대기라... 책울성은 열심히 다니시는데... 젊은 저는 구찮고 그래서 안간지 어언~ 10년이...(생긴지가 10년이 안되지요. 아마.)

진/우맘 2004-09-0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파리님도 참, ㅋㅋㅋ

물만두 2004-09-08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책 얼굴을 마태님과 비슷하게 그리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ㅋㅋㅋ

sweetrain 2004-09-0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말에 한표 던져요!!

가을산 2004-09-0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저는 그림 솜씨가 받쳐주지 않아서 그러는데, 이런거 한번 그려보면 어때요?
보관함 안에서 책들이 '저요 저요!' 소리치면서 자기 뽑아달라고 아우성인데,
그앞에서 누구를 뽑을지 고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모습요.

진/우맘 2004-09-0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저도 솜씨는 안 되지만....함 해 볼게요.^^;
별님> 자투리....그런데 꼭, 시간 초과.-.-;;
단비님, 물만두님> 그런 실력까진 없다구요.-.-
그림자님> ㅎㅎㅎ 얼마나 집요하고 난감한데요!

2004-09-08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에서 나온 할머니 보림문학선 2
이바 프로하스코바 지음, 마리온 괴델트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부모란 꼭 날씨 같다. 우리는 엄마 아빠를 마음대로 고를 수가 없다. 마음에 들건 안 들건 부모는 그저 우리 곁에 있다. 그러니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해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다.

앗, 이거...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꼬마 엘리아스의 투덜거림에, 왜 내 심장이 둥당둥당 뛰는 거지? 요 구절만 톡 떼어 읽어 보면, 마치 엘리아스가 피학대 아동이라도 되는 듯 하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엘리아스는 평범한 집의 꼬마 아이다. 아빠는 게임 프로그래머, 엄마는 고성의 그림이나 조각을 복원하는 분이다. 둘 다 엘리아스를 사랑하고 관용과 유머감각을 갖춘 멋진 사람들이다. 딱 한 가지, 항상 '너무 바쁘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런데 이 한 가지의 단점이, 엘리아스에겐 너무도 치명적인가 보다.

왜냐하면 엄마 아빠란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만 하니까. 부모들은 구제불능이다. 정말 못됐다. 하지만 엘리아스는 엄마 아빠를 제대로 가르칠만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ㅎㅎㅎ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레파토리다.
"엄마는 왜 맨날, 내 책은 안 읽어주고 엄마 책만 읽어?!"
맞다. 나도 항상 바쁘다. 인터넷 하느라 바쁘고, 내 책 읽느라 바쁘고, 텔레비젼 보느라 바쁘고, 바쁘지 않을 때는 피곤하거나 아프거나 졸리고....

엘리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엄마 아빠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다. 아빠는 새로운 컴퓨터 게임을 생각해 내야 한다. 그게 아빠 직업이니까. 또 엄마는 여러 종류의 성에 대한 책을 읽어야 한다. 성에 있는 오래된 조형물이나 그림을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는 게 엄마 일이니까. 하지만 그런 상황들이 엘리아스를 화나게 했다. 보드 게임이나 도미노 게임을 하고 공놀이 같은 걸 하는 것 또한 엘/리/아/스/의/일이란 것을 엄마 아빠는 이해하지 못했다. 더구나 이런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것도 말이다.

흐음...나도, 우리 집 꼬마 아가씨의 각종 업무(?)에 너무 비협조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잠시 심란해지려 할 때쯤, 엘리아스에게 노랗고 작은 알이 하나 생겼다. 엄마 아빠 몰래 꼬마 새친구를 키우고 싶었던 엘리아스는, 양말 상자에 알을 묻어 놓는데...뿅! 거기서 태어난 것은 새가 아니라, 작은 날개가 달리고 파란 옷을 입은 귀여운 할/머/니 였다!!
이제 엘리아스의 일상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할머니를 보살피고 가르쳐야 하니까. 사실 나는, 알에서 다정하고 자애로운, 완벽한 할머니가 나와 엘리아스를 보살펴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엘리아스와 꼬마 할머니가 좌충우돌 벌이는 에피소드에 흥겨워하다 보니, 에그, 그게 얼마나 끔찍하게 지루한 상상이었는지 알겠다.^^

엘리아스는 말하자면, 입장 바꾸기를 해 보고 있었다. 꼬마 할머니를 먹이고 씻기고 가르치면서 엄마 아빠가 된 듯한 체험을 하게 되니까. 실제로도 할머니를 들키지 않기 위해 엘리아스는 방을 열심히 치우고 자기 일을 착착 알아서 하는 어린이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작가가 자칫, '엘리아스는 엄마 아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도 나를 이렇게 힘들게 기르셨고나~"하는 류의 언급을 끼웠다면 즐거웠던 상상의 세계는 비틀,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개입은 없다. 할머니가 저지르는 일련의 사고들이(할머니의 파란 옷이 아빠의 와이셔츠를 모두 좋아하는 파란색으로 물들인다던가...고장 낸 텔레비젼 때문에 성으로 소풍을 나가게 되는 등) 가족들의 생각과 일상을 변모시키는 과정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꼬마 할머니는,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씩은 상상해 보았을 법한 친구다. 움직이고 말하고 생각하는 나만의 인형. 하지만,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기에 인형 이상인 그 어떤 것. 만인의 유년에 공통분모로 작용하는 이런 소재라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개와 신나는 모험의 요소가 포함되니 읽던 나까지 동심의 세계로 유입되는 듯 했다. 이젠 다 자라 엘리아스의 부모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책을 읽는 나조차도 이리 재미있는데, 또래의 아이들은 얼마나 신이 날까.^^ 많은 아이들에게 엘리아스와 꼬마 할머니는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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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평역 지하상가는 일부 공사 중....까끄랍게 느껴지는 먼지, 여기저기 튀어나온 벽의 내장(?)들, 그 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니는 사람들....문득, 미래의 어느 시점, 디스토피아가 생각났다.

이런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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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09-08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일행은 걸어오시는분, 걸어가시는분? 아님 님 홀로..?^^

책읽는나무 2004-09-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평역.....공사하나요??
부평역이 저쪽으로 나가면.....주소지가 갈라지는 곳이 맞습니까??
택시를 탔더니...택시기사가 이쪽으로 가면 어디?...이쪽은 인천...그래서 요금이 달라진다고 하던데...맞나 모르겠네요...ㅡ.ㅡ;;
예전에 회사다닐때 그쪽으로 몇번 외근을 나간적이 있었거든요...ㅠ.ㅠ
그때 택시를 탄건 길을 몰라서 탔는데...택시 탄것 자체가 오류를 범했던거였죠??
암튼...부평역이라 하면 항상 외근 다녔던 길이 생각나네요..^^

ceylontea 2004-09-0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화문사거리에 있는 지하보도도 공사중이랍니다..
오늘도 매캐한 연기를 마시면서 출근했다지요...

물만두 2004-09-0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전 촌충, 회충, 그런 이상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디스토마로 잘못봐서리...

바람꽃 2004-09-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종종 이용하는데 먼지와 어지러운 전선들, 용접 불꽃들.
차라리 몇달간 지상으로 건너다니게 할 것이지
정말 이런 곳으로 다니게해야 되는건지
부평사람들이 참을성이 많은건지
암튼 화가 납니다.
그나마 이젠 거의 막바지 공사더군요.

진/우맘 2004-09-0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긴긴 코멘트 날려먹어...따...TT

마태우스 2004-09-08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른쪽 여자 사진 확대 좀 해봐 주세요.

sweetrain 2004-09-0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평에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참...ㅠ.ㅠ
 
 전출처 : _ > 1할 2푼 5리의 삶


:지난 xx일 x시 xx분께 xx시 xx구 xx동 x아파트 x모씨 집 안방에서 x씨가 선풍기를 켜 놓은 채 숨졌습니다.

밀폐된 방안에서 타임조절도 하지 않은 선풍기바람만을 씌우며 잠에 들게되면 선풍기의 바람때문에 잠든 사람은 결국 산소부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반드시 선풍기는 방문을 열든 창문을 열든 공기를 통하게 해놓고 이왕이면 타임을 맞춰 놓고 잠드는것이 좋다.(좋다? 목숨을 생각한다면 이 좋다라는 표현이 부적절 할 수도 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나는 여전히 선풍기를 켜놓은채 잠을 잔다. 어제라고 별 다를바 없이 나는 선풍기를 켜 놓고 잠에 들었다. 다만, 평상시와 다른 한가지가 있다면 방문을 모두 닫아 버렸다는 것이다. 보다싶이 나는 알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계속 켜놓으면 어쩌면, 아니 '재수 없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어젯밤 내 좁은 모든 방문과 창문을 닫고 선풍기를 부러 켜놓은채 잤다. 뒷생각은 없었다. 죽는 것도 사는것도 아무생각이 없었다. 그저 컴퓨터로 강의를 평상시와는 다르게 12시까지 듣고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1시간 더 책을 보고, 물도 마시지 않고 그냥 그렇게 선풍기를 켜고 불을 끄고 누웠다. 2분뒤, 난 갑자기 벌떡 일어나 열려있는 창문을 닫아버리고 다시 그렇게 누웠다. 멍한 상태. 사위는 조용했다. 선풍기는 여전히 휭휭 잘 돌아갔다.

쿵! 쿵! 쿠쿠쿵!

누가 나의 방문을 계속 잡아 흔든다. 벌떡 눈을 뜬 나는 '누구지?' 아, 초대형 태풍 한분이 친히 한반도까지 행차를 하신다더니, 그분의 행차소식이었구나. 지랄병이라도 걸리셨는지 정말 요란스러우시군요. 그런데 내 방문은 뭐가 좋다고 저렇게 오도방정을 뜰며 나를 깨우는 건지 원..한대 쥐어 박아버려?...

잠깐, 잠깐. 나는 여전히 선풍기를 틀어놓고 잤고, 여전히 새벽에 잠을 한번 깼다. 평상시와 전혀 다를게 없이 똑같았다. 그러고 보니 방문과 창문을 닫았다는 일상의 자그마한 변화는 나의 큰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보다, 태풍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문득, 놀라움을 느꼈다. 젠장, 또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죽어버렸다면 지금 글을 쓰고 있지도 않겠지. 아, 대신 매스컴 한번 탈지도 모르지. 경남 모모에서 모씨가 선풍기 바람에 궁시렁궁시렁 씨부렁씨부렁..죽지 못해 사는건지, 안죽어서 살고 있는건지..알수가 없다.

"그럼, 그게 핵심이야. 그해의 리그에서 삼미 슈퍼스타즈가 <자신의 야구>를....그 <자신의 야구>가 뭔데? 그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야. 그것이 바로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지. 우승을 목표로 한 다른 팀들로선 절대 완성할 수 없는 - 끊임없고 부단한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의 결과야." 251p

얼마전 서울에 잠시 갔을 때, 친구와 함께 서점에 들른적이 있었다. 그때 그 친구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어보았냐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아니, 난 야구를 전혀 좋아하지도 않고, 야구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어. 지금 구단은 물론, 지금 박찬호가 소속된 팀 이름도 모르는 판국에 무슨 야구고, 무슨 삼미냐, 삼양 라면은 안다."

근데 그게 아니란다. 이 책은 야구를 전혀 몰라도 볼 수 있는 책이란다. 그 뿐만 아니라, 너무 재미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앞으로의 삶에 하나의 방향점이 되더라는 것이었다. 뭐야, 난 이 책이 '삼미슈퍼스타즈'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봐야, 그 시대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봐야 공감할 수 있는 책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가 보지?

새삼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하며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때, 마침 저 생각이 떠올랐다. 삶의 방향점이라.. 그래 어쩌면 지금의 나에겐 어떤 지표가 필요할지 모른다. 설령 이 책이 "야구선수, 나처럼 하면 한달만에 된다!!"고 포효하고 있을지라도 나는 무엇이라도 지표가 필요했다. 살아 남기위해 그 무언가를 잡을 지푸라기라도 절실했다. 그리고 이 책을 잡고, 그 친구의 말을 믿고 그 자리에서 내쳐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과연 이게 말이 될법한 소리냐. 프로야구선수란 사람들이 이래도 스포츠맨 정신에 위배되지 않느냐. 모른다. 야구하는 사람 자기 잡기 싫고 치기 싫다면 할 수 없는 거지 뭘 바라겠느냐. 다만, 저 말이 인생에 던져주는 바는 어지간한 바보가 아닌 이상은 다 알아 차릴 것이다.

굳이 힘들려 낑낑대며 살지 말자는 것이다. 어차피 다들 힘든 인생이다. 저기 저 엘리트층에 있든 밑에서 소주잔이나 기울이고 있든 다같이 힘든 삶인데 뭣하러 힘들여가며 애써, 더 힘든 삶을 자초하냐는 것이다. 그래, 사실 이 책은 별거 없다. 특이한 유머스런 문체와, 마치 작가 자신의 삶인양 읊어 내는 그 자연스러움에는 정말 머리가 쭈삣 설 정도지만, 우리에게 던져주는 바는, 왜 그리 바쁘게 사느냐는 것이다. 왜 그리 힘들게 사느냐는 것이다. 뭐가 부족해서, 뭐가 불만이라서? 이거다.

"헛소리 마라. 삶의 실패자들이 자위적으로 내뱉어나는 그 자족적 자세가 속도가 생명인 지금의 이 프로시대에 먹힐줄 알아?"

그래, 그들은 실직자, 무직자, 부상자 등등 흔히 낙오자로 불리우는 사람들의 집합체이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낙오자일까? 그들이 과연 실패자일까? 분명 지금 나의 눈으로도 그들은 인생의 실패자들이다. 하지만 누구를 기준으로 그들은 낙오자이고 또 실패자인지. 지금 나의 시선은 어디에 고정되서 그들을 내려다 보는건지. 

왜 그들은 '삐까번쩍' 프로올스타즈와 경기를 하며 '씨익'하고 웃어 주었을까? 미쳐서? 전혀. 이 책이 흔히 인생의 저변에 있는 자들을 위한 소설이라는 말이 많지만, 사실 진정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당신은 실패자가 아니다!! 나는 실패자가 아니다!!

라는 말이다. '좌절하지 마세요.' '힘들어도 참아요.' 따위의 위로가 아니다. 왜 좌절하고 앉아 있고, 뭐가 힘드냐는 거다. 당신이 당신을 잘못된 곳으로 이끌고 있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느냐는 질책이다.

사랑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는 왜그리 삭막한 인생을 살고 있느냐는 소리를 듣고, 미래를 열심히 준비중인 친구에게는 왜 그렇게 나태한 삶을 살고 있느냐는 말을 듣고, 동창에게는 삶을 왜 그렇게 힘없이 사느냐말을 듣고, 결국 아버지에게는 호로새x라는 말을 듣게 되었...되었..되었..되었다. 룰루랄라. 지금 내가 즐거워 보인다면 나는 정녕 미친것이다.

무척이나 어지러운 나의 삶과 시선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분명 또다른 인생의 지표하나를 나에게 전해주었지만 큰 조력자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비록 내가 가고자 하는 삶과,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부합하는 지표는 아니었지만, 내가 믿고 따를 그 지표가 되지는 않았지만, 나의 마음 속 어딘가에서 무언가 잠시 꿈틀 했다는 것은 느낀다. 그 잠시 꿈틀거림에서 나는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고, 또한 내가 살아있음에 기쁨을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현실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자기자신에게 만족하는 삶. 문득 호어스트 에버스의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가 떠오르지만, 그의 유머가 치즈같이 담백함으로 우리를 끌어들인 소설이었다면 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유머는 담배와 같이 텁텁하면서도 사람을 깊게 빨아들이는 맛이 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롯데라는 팀이 만년꼴찌라는 프로구단으로서는 상당히 명예로울수 있는 문구를 달고 다닌단다. 그럼에도 롯데는 제법 많은 고정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이 롯데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왕년에는 잘했기에? 언젠가는 잘하리라는, 개천에서 용나는 꼴을 바라며? 대리만족이라도 느껴볼려고? 아니면, 삼미와 같이 프로의 세계에서도 보란듯이 너와 나, 우리의 삶을 재현하고 있기에? 후, 뭘까? 그들은 어떤 야구를 하고 있지?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제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 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희마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278 - 279p

솔직히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분명, 삶은 전진하기만은 아깝고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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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0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아하는 버드나무님, 근사한 리뷰로 컴백!!!!!

panda78 2004-09-07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정말 멋진 리뷰네요. 버드나무님 대체 얼마만에 뵙는 건지. ^^

미완성 2004-09-07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흥, 이 글을 보구나니 삼미..에 대해 리뷰 쓸 용기가....ㅜ_ㅜ
이러나저러나 아무튼 2004년은 상실으 시대여요..!

아, 멋진 리뷰우---------!

방긋 2004-09-0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거였구나... 내공이란 것이...
그러나 나는 이 구절이 더 인상에 남는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