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이 동쓰의 즐거운 꽃밭 느림보 동화 5
손정혜 지음, 김복태 그림 / 느림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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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참 나빠요.
수학문제 잘 푸는 어린이는 금방 알아보면서, 시들어 가는 화분에 물을 주는 착한 마음은 잘 알아보질 못해요. "누가 교실 바닥에 물 흘렸니!"하고 야단이나 안 맞으면 다행이지요.
어른들은 참 나빠요.
구구단 잘 외우는 것은 칭찬해 주면서, 동물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은 쓸데 없는 짓이라고 해요. 아침 등교길에 집 없는 강아지가 불쌍해서 자꾸 돌아보다간, 지각했다고 혼쭐이 나기 십상일걸요.

사실은 나예요.
그 나쁜 어른이, 나예요. 왜 나는 까맣게 잊어버린 걸까요? 길 가에서 이야기를 걸어 오던 꽃 이파리를, 억울하게 야단 맞고 슬펐던 일을, 그래서 마음붙이던 비밀 장소를... 
그런데, 이제 조금은 기억이 날 것 같아요. 풍뎅이 동쓰와 정혜의 이야기를 읽고 나자, 봄 흙에서 새싹이 돋든듯, 어린시절의 고 마음들이 비죽비죽 고개를 들지 뭐예요?

작가는 참 재치 있는 입담을 가졌어요. 동쓰에게 못되게 굴던 그 꽃삽아줌마, ㅋㅋ, 복실이가 한밤에 와서 커다란 똥 덩이를 하나 싸주었지 뭐예요?
참 예쁜 눈도 가졌어요. <들어가지 마시오> 표지판 위에서 동동거리는 참새는, 아저씨 힘들까봐 어깨를 주물러 주는거래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근~조근 보드라운 목소리의 소유자예요. 에이, 책에서 무슨 목소리가 들리냐구요? 한 번 읽어봐요. 그럼, 그런 말 못할걸요? 난 예전에 <신기한 eye 여행>의 짤막한 글에서부터 진작에 눈치 챘다구요.^^

딸아이가 얼른 자라면 좋겠어요. 욕심 부려 일 이년 쯤 후면, 이 책을 혼자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 그 전엔, 잠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줄거예요. 어쩌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보다, "내 다리 내놔라~"하는 무서운 이야기보다, 풍뎅이 동쓰의 이야기를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요.
왜냐면, 엄마가 먼저 이 이야기를 읽고, 퍼석했던 마음에 새싹 몇 개를 갖게 되었거든요. 조금은 보드라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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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1-0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열 네 살로, 오늘은 일고여덟 살로, 쫓아다니느라 바빴다.^^
 
4teen_포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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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믿지 않지만, 열 세 살 무렵까지 나는 굉장히 내성적인 아이였다. 생활기록부에 '교우 관계의 폭이 좁다.'고 기록되던, 새학년이 되면 도시락을 같이 먹을 단짝 하나 구하는 것이 굉장히 피곤한 일이던...그런 아이.
그러던 내가 평생지기가 될 친구들을 만나고, 성격 또한 180도로 바뀐 것은 열 다섯 살 때였다. 열 다섯 살의 나는 친구들의 고민상담과 연애편지 대필, 수정에 하루가 짧던 바쁜 아이였다.
그렇다면, 열 네 살은?
열 네 살의 나는 어땠지? 급격한 변화가 열 네 살을 지나가며 이루어졌다는 결론이 나오건만, --------- OFF. 암전. 다시 태어나기 위한 치열함이 벅찼던 것일까? 피곤하고 힘들었던 열 세 살도, 즐겁고 유쾌했던 열 다섯 살도 생생한데, 유독 열 네 살의 기억은 거의 없다. 그때의 나는, 도대체 어떤 아이였을까?

각설하고.

이런 표현이 허락된다면 나는, 열 네 살, 그 무렵의 남자아이들이 싫다.
출근길 마을버스에 바글바글 들어 찬 중학생 소년들은 불균형, 혹은 어떤 부조리의 표상들 같아 보인다. 아직 어린 몸에서 겉도는 양복 스타일의 교복, 잘 씻지 않기 때문인지, 요동치는 호르몬 때문인지 유쾌하지만은 않은 체취, 입만 열면 게임 얘기, 뇌 전부를 컴퓨터 하드웨어에 심어 놓고 온 듯한 그들의 대화.
하긴, 만원의 마을버스 안에 몰아 넣으면 소년 아닌 그 어떤 존재도 그리 매력적으로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어리지도 않고 어른도 아닌 애매한 시기의 그들에게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정말, 각설하고.

여기, 괜찮은 네 녀석이 있다. 조로증으로 입원한 친구녀석을 위해 원조교제 하는 소녀를 선물하는 것이 '괜찮은' 일이라면. 아, 맞다. 그 녀석들은 폭력서클에 잘못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한데 뭉쳤지 않은가? 의리 있는, 괜찮은 녀석, 맞다.
게다가 더 이상 완벽할 수가 없는 구성이다. 뚱보, 비실이, 뿔테 안경의 똑똑이에 '평범한' 화자까지. 이제껏 봐 왔던 책, 영화, 어린이 드라마에서 수 없이 되풀이되었던 진부한 구성이 전혀 지겹지 않고 신선하기만 한 것은 왜일까?
아마도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열 네 살의 평범한(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닥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상은 묘한 흡인력이 있어서, 순간순간 독자를 자신의 열 네 살로 끌어내린다. 
열 네 살의 그들과 나는 실상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자신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가지고 혼란스러워 한다. 그들 나이의 두 배가 넘는 나. 나는 그 의문들을 모두 해결했나? 그 혼란들을 다 정리했나? ------- NO.
그 의문과 혼란은 해결된 것이 아니다. 단지, 그것들과 항상 함께하는 것에 익숙해 졌을 뿐.

열 네 살, 그들은 순수하다. 포르노 잡지를 달고 살고, 유부녀와 바람이 날 뻔, 동급생과 섹스를 할 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정의롭다.
'웃음, 눈물, 감동과 재미' 진부한 영화의 선전문구처럼 모든 것을 겸비한 그들의 이야기는 내 안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것들을 일깨운다. 그리고 책을 덮은 순간, 내겐 불가해하고 매력 없던 열 넷이, 4teen, 마법의 숫자로 변모했다.

버스 안의 소년들도, 식별 불가한 교복 깃 그 안에 생생하게 날뛰는 가슴을 가졌다고 믿고 싶어진다.  

암전상태였던 나의 열 네 살, 그 때의 나도 이토록이나 생생하게 날뛰는 가슴을 가졌다고 믿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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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2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1-02 2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4-11-03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신기해요.......4teen의 마이리뷰들은 다 멋지구리해요. 책이 어떤 바이러스를 전염시킨건가?....쪽팔리지만, 저두 가끔 제 리뷰 돌아보면..어, 이건 정말 꽝이네, 혹은 괜찮군..하는게 있는데...4teen 리뷰가 그래요...마음에 드는 거.....근데 정말 다들 유난히 이 책 리뷰는 반짝거린다니까요..............그나저나..댓글(2)라고 나오는데...제 눈엔 안보이니..이건 속삭도 카운트한건가요, 혹은 다른 에러?

진/우맘 2004-11-0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속닥거린 분이 두 분 계십니다요.^^
속닥님2> 고맙습니다. 부끄럽사와요.^^
속닥님1> 내가 볼 때는, 매우 좋은 현상 같은데요? 다음에 만나면 진지하게 논의(?)해 볼까요?^^

뎅구르르르~~ 2004-11-0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그시절을 기억 못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구만.

중학교 1학년때가 나도 암흑의 시절이었던듯.. 무슨일인지 친구들이고 선생님이고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아. 뭔가 방방 것도는 느낌. ;;;



첫 수학 수업.. 모두들 교집합, 공집합.. 이런걸 배우잖아.

무시무시하게도 난 그 정확한 원리를 고등학교 1학년때 깨우쳤다우.. ㅡㅡ;;;;

진/우맘 2004-11-10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뎅굴양, 일곱 살에 학교 간 이 언니는, 열 넷에 중2였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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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1-02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갈산2동 역이 없어서 무횹니다...^^

책읽는나무 2004-11-0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책읽는나무 2004-11-0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우는 얼짱이네..^^

진/우맘 2004-11-0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짱? 얼굴이 짱 크다구욧?
파란여우님> ㅎㅎㅎ 갈산역은 있어도 갈산2동역은, 원래 없다구요~~~^^

물만두 2004-11-0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고 싶다구요. 하지만 구름머리의 충격에서 아직 못 벗어났어요. ㅠ.ㅠ. 넘 귀여워요^^
 
LAST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4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절판


알라딘에 꽤 많이 회자된 이시다 이라의 Last, 책을 받아 본 순간, 내용이 주는 아우라일까? 자그마한 크기임에도 범상치 않은 위압감이 느껴진다.

투 톤 처리된 작은 네모들이 빛을 반사한다. 흠....자꾸 고개의 각도를 옮기며 바라보게 만드는 표지.

그 표지를 벗기면, 깜짝 놀랄 반전처럼 새하얀 하드커버가 나온다.

중앙에, 날고 있다기보다는 채집되어 붙은 듯한 나비. 출판사(작가정신)의 캐릭터인지, 이시다 이라에게 부여한 캐릭터인지는 모르겠다. 4teen에서도 이 나비를 본 기억이 있는데....

읽기도 전에 책 속의 기운을 뿜어내는 멋진 표지. 요즘 양장본은 정말이지 '벗기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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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11-0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은 에로 아줌마^^
난 아직 안 벗겨 봤는뎅...

진/우맘 2004-11-0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여기에서 에로를 끄집어 내는 수니나라님이 더 에로 아줌마!!! ^^;;;

책읽는나무 2004-11-02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은 사진 잘 올라가네요..
나는 아침에 아무리 올려도 안올라가던데...ㅡ.ㅡ;;
사진 멋진데요..^^

진/우맘 2004-11-0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시간이 좀 많아서...은근과 끈기로 대쉬하고 있습니다.^^
 



너 말야.....제발, 내가 사랑하는 그이 옆에서 떨어져.



너! 왜 자꾸 우리 라딘(라덴 아님. 성은 알이요 이름은....^^;;)씨 옆에서 알짱거리는 거야!
가! 제발 떠나!

너만 보면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어....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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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1-0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아파해요!!!^^

어룸 2004-11-02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너무 아파요...T▽T

sweetrain 2004-11-0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흑...목이 메어서 가슴 아파서..~~~!!!

물만두 2004-11-0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등장합니다...

숨은아이 2004-11-03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클릭할 때도 등장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