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1. 6. - 올해의 119번째 책

★★★★

성장소설을 좋아한다는 말을 새겨두었다가 판다님이 신경 써서 넣어주신 모양이다. 역시, 참, 좋았다.

올해는, 성년 이후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한 해가 아닐까 싶은데....어찌된 것인지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아득하고 막막해진다. 세상 모든 책을 읽겠다는 헛된 꿈을 꾸는 건 아니다. 그래도, 어쩌면 이렇게 내가 모르던 멋진 책, 위대한 작가들이 많은 것인지.
국내 여성작가 몇, 하루키나 바나나 즈음을 안다고, 책 좀 읽었다는 듯 목에 힘을 주고 다닌 것이 아니었나....문득, 얼굴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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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4
이시다 이라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냉혹한 사채업자의 제안에 다리가 오그라든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머니와 큰딸을 밤새도록 윤간하고 사창가에 팔아버리겠다고 한다. 그게 싫다면 자살로 보험금을 타던지.....그 섬뜩한 문장에 심하게 긴장한 근육은, 한동안 노력을 해도 힘이 빠지질 않았다.

막바지에 몰린 일곱 인생, LAST는 이렇게 심한 충격과 함께 시작되었다. 초반의 전율로 내성이 생기자, 이어지는 어지간한 사건에는 놀라지도 않게 되었다. 가계 파탄을 막기 위해 성매매를 택하지만, 변태도 악인도 등장하지 않는 LAST JOB의 경우는 도리어 핑크빛의 행복한 이야기로 느껴질 정도 였다.
모든 작품이 다양한 이야기 속에 일본의 현 주소를 신랄하게 보여주는데, 옮긴이의 말마따나 그것은 정말 남의 일 같질 않다.

이시다 이라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글을 써내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따지고 보면 모두 시사프로그램의 한 토막을 떼어낸 듯 익숙한 소재건만, 그의 손을 거치자 숨 돌릴 틈 없이 재미있다. 재미? 궁지에 몰린 일곱 인간을 구경하는 것을 '재미'라 표현해도 된다면.

문득, 이 작품이 이시다 이라의 손에 의해 씌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만약 무라카미 류 였다면? 더 충격적이고, 어질어질할만큼 리얼해서 일말의 역겨움을 피할 수 없었을것이다.
이시다 이라는 <일본의 현실>이라는 쓰디쓴 가루약을 매끈한 정제에 담아 독자에게 먹였다. 어차피 약효가 같을 거라면, 좀 더 넘기기 쉬운 편이 낫겠지. 이제, 뱃속에서 녹아 온 몸으로....과연, 두고두고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치련지.
읽기는 수월했는데, 그냥 쉽게 잊혀질 것 같지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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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1-08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료하네요. 읽기는 수월했죠....근데, 그 여운이 넘 길고 독해서, 어찌할바 모르고 손톱만 깨무는, 그런 책이었던거 같습니다. 님의 리뷰, 제목도 정말 딱이네요. ^^
 
로베르 인명사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학기 중에 갑자기 전학 온 아이.
나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거나, 딱히 내 주의를 끌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은근히 신경쓰이는 아이.
특출난 편도 아니건만 온몸에서 개성이 발산되어, 자꾸 나를 가져다 비교하게 만드는, 그리고는 씁쓸해지게 하는, 그런 아이.
'너에 대해 샅샅이 알아내고 말겠어! 뭔가 결점이 있을 거야. '하고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지켜보게 되는, 그러면서 어이없게 자꾸 빠져드는, 미워할 수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는 당혹감을 주는, 한 아이.

아멜리 노통은 나에게 그런 작가이다. 그녀의 어떤 점이 물렁한 내 속의 오기를 건드렸는지, 다른 책을 쌓아두고도 자꾸 그녀에게 집착하게 된다. 작가에게 이런 <애증>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무라카미 류에게 비슷한 느낌을 가져본 것도 같고...)
그러한 도발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면, 정말이지 기묘하고 강렬한 매력이다.

주인공인 플렉트뤼드는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의 유아기를 거쳐 <사랑의 파괴>인 유년을 지난다. 주인공의 성격이 전작과 너무 유사하지 않은가? 하는 지적은, 어쩐지 노통 앞에서는 추레하고 소심하게 느껴진다. 글쓰는 것 밖에 할 줄 아는게 없어서 소설을 쓴다는 이 작가는, "그러면 어쩌라고? 아는 것을 쓰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소설을 위해 모르는 사실을 꾸며대라는 건가?"라고 태연하게 되물어올 것만 같다.
그리고 사실, 그런 기시감이 작품을 읽는데 어떤 위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노통 소설의 여느 주인공과 별 다를 것이 없는 플렉트뤼드이지만, 앞머리에 위대한 탄생설화(?)까지 부여된 그녀의 삶은 매우 드라마틱해서, 읽는 이가 딴청을 피울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그 엉뚱한 결말이라니. ㅋㅋㅋ <나를 죽인 자의 일생에 관한 책>이라는 어엿한 부제를 보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내가 둔감했던 것일까? 여하간, 그 둔감함 덕분에 결말은 내게 제법 유쾌한(?) 반전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고, 더 읽어봐야 별 볼일이 없을거라고 주문처럼 되뇌이며 매번 책을 집어드는 나. 그런 나를 조롱하듯 노통은, 꼭 그만두지 못할 만큼의 매력, 기대를 접지 못할만큼의 새로움을 감질나게 보여준다.
그런 그녀가 너무 밉다. 미워하지만 이미 얼마간은 숭배에 가깝게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당혹스럽다.

정말이지, 기묘하고 강렬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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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1-0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묘하고 강렬한 리뷰로군요. 아멜리 노통에 대한 솔직한 심사가...^^

진/우맘 2004-11-0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로 깡으로 노통 전작주의...이제 적의 화장법과 앙테크리스타만 남은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4-11-0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서점에서 아멜리 노통의 책을 봤어요. 이젠 아멜리 노통하면 진/우맘부터 떠올라요. 진/우맘은 노통 파파라치..크하..

sweetmagic 2004-11-07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얄미워요 영악하고 민첩하고 교활하지요. 남들은 영민하고 천재라고 그러지만 전 이 시거방진 기집애가 싫어요. 앙테크리스타에서도 말이죠 허고많은 사진중에 자기 옛날 사진을 내 걸건 뭐랍니까 ? 그 사진이 꽤나 이쁘다고 생각하나보죠 ? 지금 모습보니까 팍삭 삭아서 별 볼일도 없드만... 하여간 독자를 이용해 먹을 줄 아는 재주하나는 탁월합니다. 쳇. 웃기네 그래 이번엔 얼마나 잘난 척했는지 두고 보자 하는 궁금증을 만들어내서 꼭 보게 만드니까요. 그래서 전 노통, 책 안사고 봅니다. 제가 뭐라도 된 양 까부는 꼴이 정말 보기 싫어요 흥 !! 이 기집애 뒤통수 한방 치고 싶지만 여자라서 봐줍니다. 흥 흥 흥 !! ------------ 웬 심술 모드람 ~ ㅠ.ㅠ;

진/우맘 2004-11-07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매직님도, 싫어싫어얄미워! 하지만, 어쩐지 끌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0^

복돌성님> 아멜리 노통 = 진/우맘이라....헤헤, 스스로 생각하기엔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은데.^^;
 

오늘, 마이리스트를 좀 수정하려고 들어가 보니.....

<아니오> 추천 기능이 없/어/졌/다.

몇 번 투덜거리고 징징거리고 상처 입었지만, <5분 중 2분이 추천하셨습니다.> 했던 것이 <추천 2>라고 바뀌어 있는 것을 보니....어쩐지,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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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진/우맘님의 끗발이 그리 쎄단 말입니까? 그럼 제 버그도 좀 수정 부탁해요^^

진/우맘 2004-11-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ㅏ....^^;;;;

ceylontea 2004-11-0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진/우맘 2004-11-06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아니요....다음 날 한 번 들어가보고는....뭐라 연락이 있겠거니.... 속 편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sweetrain 2004-11-06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차라리 아니오 기능이 없어지니 다행이어요.

그렇지요?
 



오늘, 물만두님이 이벤트 참가상으로 주신 책갈피가 왔다. 광고띠지로 만든 책갈피라..우와, 아이디어의 승리다. 정말, 가끔은 버리기 아까운 예쁜 띠지가 있는데.^^ 만두님, 잘 쓸게요~~~

어떻게 하면 예쁘게 찍어 보여드리나 고민하다보니, ㅎㅎ, 내 책상 위는 온통 알라딘 풍경이다. 오00님이 보내주신 등기봉투에 앙증맞게 붙은 스티커가 아까워 달력에 붙여놨고, 오른쪽 구석의 캥거루 역시 버리기는 너무 귀여워 몇 달째 달력에 붙어있다. 에너님이 주신 것. 알라디너들은 어쩜 그리 취미도 깜찍하고 섬세한지....포장, 봉투 구석구석에도 정성을 담을 줄 아는 분들이다.
연필 꽂이의 두 마녀는 연필로, 스위트매직님의 선물. 예진양에겐 아직 돼지목에 진주목걸이지...싶어 안 내줬다. 여기에 신입, 만두표 책갈피까지.....

하긴, 책상뿐이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가을산님 장서표에, 스밀라님에게 받은 책들, 검은비표 리뷰북, 카이레님에게 받은 책도 보이고, 판다님의 부적3는 아영엄마님께 건너갔다 왔지....온통, 알라딘 천지다.

왜 항상 받고만 사는지.^^ 이러니, 내가 서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never, 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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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0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는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또 하나는 돌의 집회입니다^^ 그렇게 찔리시면 또 푸시던가요^^

진/우맘 2004-11-0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지치지 않는 만두님의 찔러~!

니르바나 2004-11-0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책상을 알라디너들의 작품으로 한 상 차리셨네요.

부럽습니다.

ceylontea 2004-11-06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달력도 내년엔 알라딘 달력으로... ^^

아영엄마 2004-11-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 올 해 알라딘 책상달력 있어요~ 어째든 부러운 비명소리인줄 아뢰오~

진/우맘 2004-11-0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