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얀마녀님 서재에서 글을 읽다가 떠오른 생각들....
싸이월드를 보면, 블로그라기 보다는 마치, '전화'라고나 할까... 안부를 묻는 전화같은, 그런 모습들이 많이 엿보인다. 난 어제 이런 일을 당해서 저렇게 속이 상했고, 그제는 여기 가서 요걸 먹고~ 친한 친구와 전화를 붙들고 떠는 수다처럼, 그곳에는 자잘한 일상이 넘친다.
당근, 주요 손님은 친한 지인들.
그런데 알라딘은 좀 다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알라디너들은 가까운 지인에겐 서재를 공개하지 않는다.
일 안 하고 딴짓한 게 탄로날까봐, 짐 싸들고 다른 서재로 이사했던 마00스님 같은 분도 있고,
누군가에게 닉네임이 노출되었다며 잠시 이름을 바꿨던 너0님도 있고,
여하간 대부분 알라디너에게 서재는 숨어있기 좋은 방, 혹은 비밀기지이다.
나도, 처음엔 입 꼭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서재를 꾸린지 일 년이 넘다 보니.... 진/우 그림책 리메이크 한 사진 보여주다가 진/우 외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공간이 노출되기도 하고. 아이들 사진 본다며 서방님이 들락이기도 하고, 최근엔 직장 동료도 한 둘, 선배나 친구도 약간....그렇게, 지인들이 몇 드나들게 되었다.
평소에는 아무런 불편함 같은 거 없지만...의식하지 않지만....가끔, 좀 안타까울 때도 있다.
피할 수 없는 검열의 안타까움...이라고나 할까.^^
물론, 누가 싫은 소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말하자면 <자체 검열>이다.
예를 들면, 첫 사랑 얘기나. 과도한 풍기문란성 발언이나. 맞다, 또, (요즘은 그다지 힘든 일이 없지만) 심하게 지치고 힘들었을 때의 슬픔, 혹은 투정 같은 것도 자제하게 된다.
그래서 가끔....아주 가끔은 또 하나의 서재를 꿈꾼다. 비밀서재.
로맹가리가 아무도 모르게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글을 발표한 것 처럼, 입 꼭 다물고 엉뚱한 닉네임으로 시니컬하고 파격적인 소리를 마구 해 댄다면....ㅋㅋ 얼마나 재미있을까? ^0^
하지만 시간이 없다. 이 서재 꾸리기도 벅차 죽겠다.^^ 게다가 나는 입이 얼마나 가벼운지. 비밀서재라고 꾸려놓고는 얼마 안 가 동네방네 냄새를 풍기고, 제 3의 서재를 꾸리겠다고 설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냥, 살자. 건전한 자체검열을 계속하면서.
가끔은, <남이 보는 나>가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진실한 순간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