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를 기념하여, 겸사겸사 이벤트를 한 번 해야겠죠? 그런데 사실은, 리뷰 당선 이전부터 기획되어 있던 이벤트가 있었답니다.^^
그림을 그리는 멋진 엄마, 검은비님께서 제안을 하나 하셨더랬어요. 아이의 그림책을 만들려고 하는데, 아이디어나 글을 제공할 사람은 함께 하자구요. 새로 쓸 능력은 안 되고...예전에 검은비님 이벤트에 응모했던 <현이의 요술안경>이 생각나서, 그걸 들이밀었더니(?) 흔쾌히 승낙하셨네요.
그런데, 문제는 제목....<현이의 요술안경>은 좀 평범하잖아요? 게다가, 밝고 환한 분위기의 그림책이 좋은데, 흑흑....짧은 솜씨로 인해 전반적인 글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경향도 있구요.
기발하고, 밝고, 즐거운...제목을 공모합니다!
아래의 글을 읽고,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제목을 월요일(15) 오후 두 시까지 코멘트로 달아주세요. 검은비님의 심사를 거쳐, 멋진 제목을 달아주신 분께 2만원 이내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창의적인 알라디너들의 네이밍센스, 기대할게요!!!
1p --- 내 이름은 현이예요. 난,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질 않는답니다.
"우리 현이는 마음의 눈이 너무 아름다워서, 세상을 보는 눈은 가질 필요가 없단다."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2p --- 마음의 눈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관없어요. 나는 언제나 즐겁거든요.
뺨을 부비고 싶은 보송보송한 느낌, 맛있는 냄새, 재미있는 소리가 매일매일 넘쳐나서 하나도 심심하지 않답니다.
3p --- 하지만, 가끔은 나도 궁금한 게 있어요.
내일은 제 일곱번째 생일이예요. 그래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기도를 했지요. "하루만 제게 요술안경을 선물해 주세요...."
4p ---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내 손에 뭔가가 쥐어져 있었어요. 어, 안경 같아요! 가슴을 두근거리며 안경을 쓰자...
"야! 보인다, 보여!!"
5~6p --- 맨 먼저 하늘을 봤어요. 하늘은 만져볼 수도 없고, 냄새도 자주 바뀌고,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데 언제나 내 머리 위에 있다고 했어요.
"와....정말 멋지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엄마가 깃털로 날 간질여 주었을 때의 느낌, 푹신한 솜이불 속에서 상상했던 것과 비슷하기도 하고, 또 전혀 다르기도 해요.
기뻐서 폴짝폴짝 뛰다보니, 어어? 어느새 몸이 붕붕 떠서 날아오르고 있지 뭐예요?
7~8p --- 나는 파란 하늘 속을 날아서 바다로 갔어요. 엄청나게 많은 물들이 모여 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많기에 내가 하루 종일 바닷가를 걸어도 끝이 나질 않는지 궁금했거든요. 와...물, 물, 물....이렇게 많은 물이 담겨 있다니, 바다는 정말 큰 그릇인가봐요! 철썩철썩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힘이 불끈불끈 솟았어요.
9~10p --- 세번째로 본 것은, 동생 솔이의 뺨이예요. 엄마가 예전에 살짝 말해줬거든요.
"솔이의 뺨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분홍색이야."
코....잠들어 있는 솔이의 얼굴은 정말 귀여웠어요. 뺨의 분홍색도 근사했구요. 자꾸 입가에 슬금슬금 웃음이 번지면서, 행복해 지던걸요?
11~12p --- 네번째로는 마당의 <현이 나무>를 보았어요. 현이 나무는, 내가 태어나던 날 엄마 아빠가 심은 나무래요. 지금은 많이 자라 나보다 키가 커져서, 꼭대기를 만져볼 수가 없어요. 현이나무가 얼마나 컸는지 궁금했는데, 하하, 내가 손을 쭈욱 뻗은 것보다 겨우 두 뼘 더 클 뿐이네요.
"난 또, 엄청나게 많이 자랐는 줄 알았잖아~".
13~14p --- 마지막으로는....엄마 아빠를 봤어요.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봤어요. 언제나 느껴보던 엄마랑 아빠를 바라보는 것은 참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막 웃고 싶기도 하고, 또 울고 싶기도 해서 난 엄마 아빠에게 와락 안겼어요. 저절로 눈이 감겼어요.
음...좋은 냄새. 엄마 냄새, 아빠 냄새.
히야....좋은 느낌. 보송보송 포근한 품.
그리고 제일 좋은,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 "우리 현이, 무슨 일이니?"
15p --- 엄마 아빠한테는 비밀이예요. 내가 요술 안경을 가졌다는 건. 가끔 또 궁금한 일이 생기면 꺼내보겠지만, 항상 끼고 있을 필요는 없겠어요. 정말 좋은 건, 정말 사랑하는 건, 꼭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걸 이제 알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