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도서관엘 가는 길에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았기에, <고등어>를 대출했습니다. 읽은 지 오래 되어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 했거든요.
책 번호를 찾아 서가에서 꺼내 든 순간....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책은, 이런 모습이었죠.

글쎄요, 다른 책 같으면 우선 화가 불끈 치밀었겠지만, 책 상태가 너무 처참해서 였을까요? 도리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공지영....대단하다.'
인터뷰 내용은, 20대의 젊은 층이 바라보는 공지영, 그러니까 조금은 비판적인 어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최근엔 예전의 맹목적인 열광에서 벗어나 하나 둘 단점을 찾아가고 있었구요.
하지만, 고등어 출간 10년, 도서관에서 10년을 버티며 수 많은 사람에 의해 저렇게 너덜너덜해 질 수 있다는 건.....그냥 '대중성'이라고 말해버리기엔 뭔가 아쉬운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더군요.

네 모서리가 모두 닳아 보들보들해 졌습니다. 여러 사람 손을 탄 탓도 있겠지만, 꼭 저같이 부주의한 어떤이가 욕조에 빠뜨리기라도 했나봐요.^^
작가라면, 자신의 책이 도서관에서 말끔히 늙어가는 것보다는...조금 처참해도 저런 모습인 편을 좋아하지 않을까요?
ps. ㅎㅎ 그러고 보니 예전에 누가 말씀해 주셨는데..... 공지영이 욕조에서 독서를 즐긴다는 말을 하자, "작가라는 사람이 어찌 그리 책을 안 아끼느냐!"며 분개한 문학평론가가 한 분 계셨다는군요. '책을 아끼는 일 = 책을 깨끗이 보는 일'이라는 신념을 가진 한 강경한 독자가, 공지영의 욕실 독서에 분개한 나머지 책을 수장시킨 것 아닌가...라는 매우매우 엉뚱한 상상을 해 봅니다.ㅋㅋ
여하간, 도서관 책은 깨끗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