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아주 좋은 엄마, 훌륭한 선생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건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다. 졸업하고 제일 먼저 시집갈 것 같은 아이를 꼽으면 best 3 안엔 꼭 들었고(뭐, 실제로도 그리 되었다.^^) 특수교육과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주변의 친구들은 모두 다 "그래, 딱 그거야!"라고 말했다. "왜?"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그냥, 당연하지, 말해 뭐해~" 류의 답변이 돌아올 정도로.
자잘한 요인들 -쓱쓱싹싹 그리고 오리기, 적당한 노래와 율동 실력, 그리 모난 데 없는 둥글둥글한 성품 - 중 딱히 빠지는 부분이 없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일까? 그 때 나와 친구들은 '엄마'나 '선생님'에 대해 외면적이고 막연한 개념밖엔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막상 엄마가 되고 교사가 되니, 나는 그리 탁월하질 못하다. 온갖 잡다한 장점을 압도하는 결정적 단점 하나, 바로....게으름 때문이다.
엄마가 되면, 보송한 아기를 품에 안고 노래나 해 주면 될 줄 알았지. 선생이 되면, 콧노래 부르며 환경판이나 꾸미면 끝일 줄 알았지. 순진하게도.^^
엄마 노릇도 선생 노릇도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계속 자신을 채근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림 못 그리고 노래 못 해도 성실하기만 하면, 그 사람이 더 훌륭한 엄마, 선생이 될 확률이 높다.
예진이는 이빨 닦기를 너무너무 싫어한다. 이건, 뭐라 야단치기가 무안한 것이.... 나 역시 이빨 닦는 걸 굉장히 귀찮아 한다. ㅡ.ㅡ;; 피곤하고 늘어지면 화장도 안 지우고 양치도 생략한 채 그냥 쿨쿨 자버리는 나. 이런 엄마 밑에서 자라니....쩝.
이런 말까지 하면 알라딘에서 왕따 당할것 같아 무서운데, 월요일에 출근하면서 생각해보니 일요일 하루 동안 나도 예진이도 이빨 닦은 기억이 없었다. 헉..... 할머니 할아버지는 유치원 보내기 바빠서 양치까진 신경 못 쓰기 일쑤인데, 예진양, 입냄새를 폴폴 풍기며 선생님께 인사하는 것은 아닌지....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그 걱정과 함께 슬몃 따라 든 자괴감 - 나는 빵점 엄마야.... -는 종일 나를 우울하게 했다. 그러나, 우울해만 한다고 뭐 해결될 일이 있으랴! 기운을 내서 만든게 있으니.....짠, 요런 것이다.

사실 나는 토큰 강화(착한 일을 할 때마다 스티커를 주고, 그것이 일정 분량 모이면 상을 주는 식의 교육법)를 싫어한다. 교육법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게으르고 뒤끝 흐리멍텅한 내가 관리하기엔 버거운 방식이기 때문. 그러나, 오늘부터 굳게 결심하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해보지도 않고 시무룩해 하는 패배주의는, 다른 데는 몰라도 육아에 있어서는 금물일 터.
왼쪽은 이빨을 닦을 때마다 스티커를 붙일 곳. 처음이니까 칸 수를 작게 했다. 포도 송이가 다 차면 '슈퍼 가기'가 상이다. 과자를 좋아하는 예진양에게 최적의 강화물.^^
오른쪽은 갑자기 생각나서 만든 것인데, '혼자서 책 읽기'. 그림책은 엄마가 읽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도 책 읽어주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하긴 하지만.... 진이는 내가 읽어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좀처럼 책을 보지 않는다. 이젠 엄마가 읽어주는 방법과 스스로 읽는 방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할 때가 지난 것 같은데..... 그래서 한 번 만들어 보았다. 혼자서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스티커 한 개, 다 채우면 '문구점 가기'가 상이다.^^;;
다이어트고 금연이고, 지키기 어려운 것은 동네방네 소문을 내라 했겠다..... 게다가, 유독 알라딘 업무에는 바지런을 떠는 나이니만큼, 시작하기 전에 서재에 올리면 더 정신차리고 관리하지 않을까 싶어 올려본다. 진이가 혼자서 양치하는 그 날까지, 아자!!!!
경고 : 요거 하나 만들어 올렸다고 알라디너의 칭찬정신을 살려 "좋은 엄마예요~" 등의 코멘트 달기 없기!!! 정말이지 이건, 처절한 반성문, 빵점 엄마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구요...TT (그러고보니....저 양치 스티커는, 내 것도 하나 만들어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