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2. 9.-올해의 135번째 책

★★★★☆

레이몬드 카버, 이 작가가 과대평가되고 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마음에 든다. 그냥, 이유없이, 끌리는 작가, 끌리는 소설.

올해가 딱 3주 남았네. 과연, 그 안에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으려나? 한 해동안 읽은 책의 권수를 꼬박꼬박 헤아려 본 것도, 그 기록을 남겨본 것도 처음이다. 굉장히 의미 있는 이 작업,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내내...알라딘에서 계속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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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 2004-12-10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면 150편 채우시겠는걸요~

흑.. 난 몇권이나 읽은게지 ㅡ.ㅜ

mira95 2004-12-1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해 한 50권정도 읽었나? 내년에는 분발하려구요.. 그루님 우리 힘내요^^
 
사랑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레이몬드 카버 지음, 안종설 옮김 / 집사재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레이몬드 카버는 일상을 다루는 연금술사다. 그리고, 문장을 다루는 연금술사이기도 하다. 평범한 하루, 보잘것 없는 단어들도 그의 손을 거치면 달라진다. 그냥 표면의 먼지를 털어내고 쓱쓱 문질러 빛을 낸 정도가 아니다. 그의 단편 속 일상과 문장들은, 원소배열 하나까지 속속들이 바뀐 듯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매력, 마음을 뒤흔드는 힘이 있다.

커버의 단편들을 거치면서 나의 '소설 읽는 법'이 조금은 바뀌었다. 소설은 모름지기 재미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나는, 주로 그 '재미'를 결말에서 찾았다. 급박한 반전이나 포근한 해피 엔딩, 눈물을 실컷 쏟게하는 통렬한 비극...소설은, 멋진 결말과 그것을 끌어내기 위한 (부수적인)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던 것 같다.(있던 것 같다...라는 모호함은, 내가 그렇다는 사실을 자각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므로 카버의 단편들을 읽으며 소설 읽는 법이 바뀌기 이전에, 나에게 특정한 소설 읽는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그러나, 카버의 소설에 내가 이전에 알던 결말은 없다. 어느 저녁, 어느 하루, 어느 한 달, 어느 한 계절....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인생의 한 토막을 대충 눈짐작으로 툭, 잘라내어, 그것을 글로 쓰면 소설이 되는 식이다. 보통 사람의 평이한 일상에 '소설같은' 결말은 없다. 신데렐라처럼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되는 아가씨도 없고, 알고보니 친한 친구가 범죄자였다는 반전도 없고, 급작스러운 불치병으로 병들어 죽는 아내도 없다. 일상은, 그리고 인생은 계속 그렇게 흘러갈 뿐.
부양해야 할 가족들의 하소연에 지친 가장은 거칠게 운전하는 동료의 차에 동승해 출근길을 내달리고(코끼리), 알콜 중독으로 치료소에 있는 한 남자는 전처(혹은 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려고 수화기를 집어들며(내가 전화를 걸고 있는 장소), 뺑소니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는 제과점에서 빵을 씹으며(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 이야기가 끝난다. 소설은 끝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다른 소설에서는 결말에 몰리는 재미가, 그의 단편들에서는 과정에 몰려있다고나 할까? 그 별반 색다를 것도 없는 이야기와 주인공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 그렇게 동화되어 우리 모두의 평범한 삶 속에 숨은 비범한 찰나(가끔, 너무 빨라서 미처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를 느끼게 하는 그 힘이 바로 카버의 소설이 주는 '재미'이다. 그 재미는 어찌나 강렬한지, 무덤덤하게 열린 결말을 거치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가슴에 진하게 각인되어 남는다.

레이몬드 카버가 훌륭한 문장을 쓰는 위대한 작가라고들 하는데, 나로서는 대체 그의 어떤 점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논리정연하게 정리할 재간이 없다. 다만, 그의 단편들은 요란한 결말 없이도 하나같이 재미있으며, 그의 문장들은 어려운 단어 없이도 살아숨쉬는 듯 명쾌하다고 느낄 뿐.
기억에 남지 않는다며 단편소설을 싫어하던 나에게, 그 참맛을 가르쳐 준 작가. 그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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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frog 2004-12-1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몬드 카버의 '훌륭한 문장'은 아마 번역문에서는 안 드러나나 봅니다. 저도 번역된 책을 보면서 좀 지루해하며 읽은 기억이 있거든요. 원서는 무척이나 단순하면서도 '훌륭한 문장'이라고 하네요..

sweetmagic 2004-12-10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언어의 묘미를 느끼고 싶어요.... ㅜ.ㅜ;;;;

superfrog 2004-12-10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ㅠ.ㅜ

진/우맘 2004-12-1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두 분은 그래도 나 보단 나은 실력자들이라고 아는데요!!! 그런 엄살 부리려면 저만치 비키세요, 떼끼! ^^

superfrog 2004-12-1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진우맘님 화나셨당.. 추천해드려야지..!! 레이먼드카버의 훌륭한 문장을 읽고 즐거워 할 수 있는 그날까지, 화이링!!^^

진/우맘 2004-12-1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화라기 보다는....배시시.....(추천 한 방에 게게 풀려버린...^^;;)

샐리 2004-12-1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권해준 친구는 아주 극찬을 했던 반면 저는 큰 재미를 못 느꼈었죠.(저는 소설이랑 모름지기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단순독자랍니다)

다시 읽으면 느낌이 다를까요..?

진/우맘 2004-12-1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샐리님> 저는 참 좋았지만....섣불리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을만한 책은 아니라고 보여요. 코드가 맞지 않으면 참 황당하고 따분할 수 있거든요. 취향의 문제겠죠.^^

perky 2004-12-12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먼드 카버책들을 원서로 읽으면 그를 좀더 깊이 알수 있을거에요. 원서로 읽다보면 이런 문장을 과연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까..싶은게 많이 나오거든요. 특히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이 아름다운 단어를 선택한다기 보다, 중하류층의 언어를 사용하다보니, 아주 민망할 정도로 저속한 단어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거든요.그런 거친 단어들 속에서 품어져 나오는 일상의 잔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그러다보니 정말 감탄을 안 할수가 없었어요.
 


닉네임보다 더 예쁜 본명에, 괄호 열고 플레져, 라고 쓰인
등기우편물이 왔어요.^^


야...이벤트 선물, 책이구나~ 하며 겉포장을 뜯었는데, 와아.....빨간 한지에 예쁜 녹색 리본으로 정성스럽게 포장 되어 있네요.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이산하님의 성장소설, '양철북'이래요. 처음 만나는 작가랍니다. 제가 성장소설 좋아하는 건 어찌 아셨담.^^
엽서에 예쁜 글씨로 인사말까지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짜잔~ 요건, 깜짝 서비스. 속장에, 기억에 남을 이름과 멋진 홀로그램 스티커까지....역시, 플레져님입니다. 그 센스, 좀 배워야 겠어요.
잘 읽을게요. 정말,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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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2-1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잘 찍는 비결 좀 알려줘요 ㅠ.ㅠ

진/우맘 2004-12-1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초절정 고수님들에 비하면...멀었습니다. ㅡ.ㅡ;;

그래도 제 생각을 한 가지 주절거려 보자면...우선, 환한 곳에서 찍어야 하는 것 같아요. 좀 어두워서 플래쉬가 터진 사진은, 색감이 별로더라구요. 그리고 만두님도 포토샵 배우고 계시잖아요? 포토샵을 이용해서 적당한 사이즈와 구도로 자르고, 미진한 밝기를 조정해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참, 이건 금붕어님 사진 컨닝해서 써먹는 건데요, 책 사진의 경우, 정면에서 찍는 것보다 아래에서 각을 확 깍아서 찍는 게 멋져 보이더라구요.^^

플레져 2004-12-1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쁘다...^^;; 재밌게 읽으세요 ^^ 글씨 좀 예쁘게 쓸걸, 사진 찍힐 줄 알았다면....ㅋㅋ

진/우맘 2004-12-1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 너무 이쁘더만! 겸양도 분수가 있지요~~~~!

그리고, 이름...진짜 마음에 드는 이름이예요.^^ 딸 하나 더 낳으면 그런 이름....허걱, 이 무슨 망발인고.^^;;

플레져 2004-12-1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 시어머님께서 바꿔주셨어요. 저도 무지 맘에 들어요 ^^ 걍...추천이나 해야겠다~~~ =3 =3 =3

진/우맘 2004-12-10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플레져님은 어쩐지 꽃다운 미혼일 것 같은 생각에....시어머님 얘기 몇 번을 들어도 매번 놀랍니다.^^;;;

stella.K 2004-12-1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저렇게 올려야 하는데...디카가 없는 관계로 방명록에만 올렸다는...ㅜ.ㅜ

숨은아이 2004-12-10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커 부분을 나는 왜 저렇게 못 찍을까. ㅠ.ㅜ
 


그 다음에 제가 본 것은, 동생 솔이의 뺨이예요. 엄마가 예전에 살짝 말해줬거든요. "솔이의 뺨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분홍색이야" 꼬....잠들어 있는 솔이의 얼굴은 정말 귀여웠어요. 뺨의 분홍색도 근사햇구요. 자꾸 입가에 슬금슬금 웃음이 번지면서, 행복해 지던걸요?


 


페이지수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암튼 바다를 본 다음에 본 것인데...바다가 영~~마음에 들질 않아 다시 그릴 계획이라 올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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