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우맘
진우맘(존칭 생략함)이 ‘진우의 엄마’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서재질이 뜸해진 지금은 더더욱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가 진우맘의 전설을 찾기 위해 ‘진우맘’을 검색한다면 필경 당황할 것이다. 가짜 진우맘만 여섯명이 검색되고, ‘남은 건 책밖에 없다’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건 마냐님이 떡하니 등장하기 때문. 왜 그럴까? 진우맘의 서재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그건 진우맘의 정확한 이름이 진/우맘이다. 예진이와 연우의 엄마라는 뜻이다. 진/우맘을 넣고 검색을 해보면 우리가 아는 진우맘의 친숙한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Happy virus'라는 제목이 붙은.
매너님이 찍어주셨다. 숨어있는 책방에서.
2. 리뷰
서재에 페이퍼 기능이 생기기 전에도 진우맘은 전설적인 스타였다. 리뷰가 400편이 넘는 서재인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엔 몇 되지 않았었으니까(지금은 500편을 넘겼다). 당시에는 리뷰 10편을 쓰면 5천원을 줬는데, 그 당시 진우맘은 일년에 300권을 넘긴 적도 있는 대단한 독서광이었다. 스스로를 ‘막가파 리뷰어’라고 부르지만, 진우맘의 리뷰는 깔끔하고 핵심을 제대로 짚는다는 느낌을 준다. 리뷰의 한 대목이다.
[아무때나 좋지만 겨울이 제격일 듯한 그림책이다. 신나게 한바탕 읽고 아이랑 팥죽 한 사발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들 책이 많지만 성인 책(야한 책이란 소리는 아니다)도 제법 되고, 만화책도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다. 만화책과 무협지를 차별하는 나와 달리 이렇게 다양한 책을 읽는 분은 모든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까 싶다 (마냐님처럼!)

나는 연우랍니다
3. 페이퍼
페이퍼 기능이 생긴 2003년 11월, 서재계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그전까지 서재에는 리뷰만 올릴 수 있었던 데 반해, 페이퍼 기능이 추가되면서 블로그로서의 모습을 완전히 갖추게 되었으니까. 리뷰가 읽은 책에 대해 느낌을 쓰는 것인 데 반해, 모든 주제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페이퍼는 다른 사람이 공감하기 훨씬 쉬우며, 서로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뿐 아니라 댓글을 통한 소통도 가능하게 해준다. 실제로 알라디너들이 서먹한 분위기를 깨고 친해진 건 페이퍼가 시초다.
진우맘도 페이퍼에 목숨을 건 사람들 중 하나다. 페이퍼 때문에 책을 못읽겠다고 푸념을 했을 정도인데, 당시 진우맘의 하루 방문객 수는 거의 최고 수준이었다. 플라시보와 검은비(지금은 추억의 인물이 되고 있는...) 등과 더불어 진우맘은 치열한 선두권 다툼을 벌였는데, 그 별들의 전쟁을 무명 서재인이었던 난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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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똑똑한데다 재치만점, 독립적인 이 공주...종이봉지 공주 예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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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진우맘
진우맘이 스타가 된 데는 심리검사의 힘도 컸다. 서재인들의 심리를 분석해 주는 ‘심리검사’ 카테고리는 웬만한 서재인이 심리검사를 마친 지금엔 불이 켜질 날이 없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심리검사 때문에 빼앗기는 시간이 상당했으리라. 거의 A4 한 장 수준인 심리검사 결과를 워드로 치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이 구절을 보라.
“아흐흑...절반쯤 치다가 무신경하게 <뒤로>를 누르는 바람에 날려먹었습니다.TT”
진우맘의 심리검사를 거친 서재인은 무려 41명, 그 중에는 이름이 생소한 사람도 있지만, 지금도 서재계를 지키는 분들이 훨씬 많다.
-많이 기다리셨죠? 에헤헤^^ 누굴님; 여기서 ‘누굴’은 누굴까? nugool 님이다^^
-그냥 제 맘대로 킴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호호, 여기서 말하는 킴님은 kimji 님.

심리검사는 참으로 정확하다. 그 이유에 대해 진우맘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 맞을 수 밖에 없는 비밀이 있지요. 체크 한 문항을 다시 한 번 보세요. 이거야 원, "당신은 너그러운 사람입니까? 네 아니오로 대답하세요~" 해놓고, "네" 하면, "당신은 매우 마음이 넓은 사람입니다."라고 답해 주는 꼴이죠.^^”
그렇긴 해도, 멋진 표현이 자주 출몰하는 진우맘의 심리분석은 다른 심리검사와 차별성이 있다. 바람구두님에 대한 심리검사 한 대목.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바람구두님과 같이 상반된 불균형이 모여 평정을 이룬...그런 균형잡힌 자아 상태가, 전자보다 몇 배로 매혹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우맘이 내 심리를 분석한 결과를 잠깐 정리해 본다(너무 정확해서 기절할 뻔했다)
[CP=3. 앗! 앗! 앗! 대단히 반갑습니다!!! 저보다 CP 점수가 낮은 분은 처음 뵙는걸요! CP(critical parents)는 비판적인 어버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이 점수가 높은 사람은 이상이 높고, 독선적이며 완고하고 징벌적이라는 특징이 있지요. <비난, 편견, 징벌, 강압, 배타>같은 단어와 친한 분들입니다. 반면에 점수가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대개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관용적이구요. 그런데, 마태우스님은 좀 심하게 낮으시네요.^^; 제가 4점인데...3점이라...대기록입니다. 혹여, <너무 물러터졌다>와 비슷한 말을 들어본 적은 없으신지? 타인을 좋게 봐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성격상, 꼭 필요한 경우에도 싫은 소리를 못 해서 아랫사람에게(후배, 부하직원이나 자녀) 너무 권위가 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NP=14. NP(nurturing parents)는 양육적인 어버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이 성향이 뚜렷한 분들은 마음이 착하고 돌보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에게 잘 공감하지요. 그러나 15점 이상인 분들은 아이를 기를 때 자칫 과보호를 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14점의 NP라면 <헌신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고 돌보기를 좋아하니 복지나 교육 같은, 봉사정신이 필요한 일에 적합할 수 있겠습니다.
A=12. A(adult)는 성인으로서의 자아입니다. 얼마나 객관적, 사실적, 합리적인가...즉, 얼마나 철이 들었는가?이지요. A가 낮으면 즉흥적, 주관적이라 아이들은 많이 따르겠지만 바람직한 어른으로서의 모델은 되기 힘들겠죠. 반면에 지나치게 높으면 차가운 일 중독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12점이면, 가장 이상적인 점수랍니다.
FC=10. FC(free child)는 자유로운 어린이로서의 자아입니다. 이 점수가 높은 분들은 자발적이고 창조적이며 적극적이지요. 낮은 분들은 소극적이고, 심하면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구요.^^; 10점이라면 어느정도 <개방적>이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FC 점수 역시 10점이 가장 이상적인 점수라는 견해가 있답니다.^^
AC=15. AC(adapted child)는 적응된 어린이로서의 자아입니다. AC가 지나치게 높으면 어리광을 부리고 의존적이며 <자기>가 없어서 순응적입니다. 반대로 너무 낮으면 독단적인 성향이 강하겠죠? 8점 정도의 점수일때 가장 <독립적>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마태우스님은 많이 높네요, 저만큼은 아니지만요.^^; 낮은 CP-높은 NP-높은 AC의 양상이 저랑 아주 비슷하십니다. 여기서 저를 돌이키며 생각해보면 AC가 높아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자기부정적>이라는 점이네요. <자기비하>에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CP가 낮고 NP가 높은 경우 <착한여자 컴플렉스>라는 함정에 걸리기 쉽지요. 마태우스님의 경우 <착한남자 컴플렉스>가 될까요?ㅋㅋㅋ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다면, 지금부터 의도적으로 자신감을 북돋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매력적인 영화평을 쓰는 분이신데, 그것만 보더라도 사고의 깊이가 짐작이 가는걸요.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되실 것 같아요.^^
각각의 점수가 어우러져 개성있는 자아상태를 갖게 됩니다. 님의 경우 짐작컨데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친구도 많으며 현실생활을 영위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 안에서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확률이 높겠네요. 다른 사람에게만큼 자신에게는 관대해지질 못하는 것 아닐까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제 사견은...최소한 마태우스님이 마쵸맨은 아닐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싫은 소리 못하고 의존적이고, 좋아 보이지만 혼자서 스트레스 받고... 이렇게 정확할 수가 있는가? 진우맘이 시간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그 뒤에 들어온 서재인들도 심리검사를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다. 진우맘을 서재계로 복귀시키기 위해^^
5. 유머
진우맘은 ‘피의 일요일’이라는 3류소설을 히트시킨 적도 있고, 재치있는 댓글도 많이 양산했지만, 내가 보기에-다른 분도 말씀하셨지만-진우맘 최고의 유머는 이모티콘 유머다. 추억의 유머를 다시한번 살펴보자.

정말 웃기지 않는가? 난 이 유머에 기가 죽어 사흘간 페이퍼를 쓰지 못했다.
6. 주량
언젠가 내가 ‘알라딘 알콜대상’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 중 한 대목이다.
[친구와 나는 왠지 그 날 술이 잘 받았다. 빠른 속도로 신나게 먹고 있는데, 내가 얼추 추정한 것이 네 병 반...혹여 주량이 마시고 취하지 않을 수 있는 최대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주량은 그 때 소주 네 병 반이었던 것이다. -.-]
4병 반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술을 잘마시는 걸 멋짐의 조건으로 아는 내게 진우맘은 정말 멋진 분이다.

7. 대모의 귀환을 바라며
진우맘은 알라딘의 대모다. 2004년 4월 알라딘 최초의 번개가 이루어진 것도 진우맘의 발의에 의한 것이듯, 진우맘은 리더쉽과 카리스마를 갖춘 분이다. 거기에 더해 마음 씀씀이가 섬세하기 이를 데 없어, 말은 안했지만 난 진우맘에게 고마웠던 적이 여러 번이다.
훨씬 바쁜 곳으로 직장을 옮긴 이후, 진우맘의 서재활동은 정말 뜸해졌다. 옛날에는 알라딘이 점검을 하는 새벽 다섯시까지 컴 앞에 있었던 그녀인지라 지금의 뜸함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던져준다. 2세대야 안그러지만 3세대 서재인들이 “진우맘이 누구냐”고 물을 때면 마음이 아프다. 번개 때도 예전만큼 늦게까지 있지 못한다. 좀 아쉽긴 하지만, 그게 애정이 식어서 그러는 게 아님을,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걸 우리는 안다. 바쁜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글을 남기는 그녀, 버그 덕분-알라딘 측에서는 버그가 아니라고 했지만-이라 해도 전인미답의 7만고지를 최초로 밟는 영광을 안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마지않는다.
이 말도 하고 싶다. 지금의 난 즐찾도 많고, 하루 방문객도 꽤 많은 서재인이 되었지만, 진우맘과 라이벌 관계를 이룬 채 ‘타도 진우맘’이란 캐치프라이즈를 내걸었던 그때가 좀 더 순수했고 행복했었다고. 내가 서재를 평정했다고 큰소리를 치기 시작한 게 객관적 지표에서 진우맘을 넘어서면서부터였던 것처럼, 과거 진우맘은 서재계의 지존이었다. 우리 둘 다 그때로 돌아가지 못할지라도, 진우맘과 서재에서 보낸 1년여의 세월은 오래도록 내 추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진우맘이 다시금 새벽까지 서재질을 할 그날을 꿈꾸며, 친구이면서 여전히 라이벌인 마태우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