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알라딘에 처음으로 서재를 만들고(만들기는 2003년 9월) 하나 둘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난해 1월에는 진/우맘이라는 톡톡튀는 여인을 몰랐었지. 그 당시 서재 주인장들 누군가도 알고 싶지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았었는데 조용한 블로그를 원하던 내 은폐적인 취향성이 강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리. 물론 지금은 내서재도 그대의 서재 못지않게 북적대는 인파로 글 한 편 올리기 무섭게 서재 주인장들의 발자국이 무참하게(??)찍히는 단아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와는 너무 먼 곳이 되었지만, 조금씩 서재주인장들의 글을 읽으면서 재미를 붙여가기 시작할 즈음인 2004년 2월경에 처음으로 만난 진/우맘의 서재는,
한마디로 넘볼수 없는 지극히 먼 곳의 서재 같았고, 최고 인기서재로 군림하는 여왕의 그림자를 몰래 웅크리고 훔쳐보는 변방에서 찾아 온 심약하고 작은 촌닭의 모습으로 알라딘에서 나는 절대로 저렇게 클 수 없을꺼야 하는 쓸쓸한 독백을 하며 어깨를 내리고 조용하다 못해 너무 썰렁해서 한없이 외로워 보이고 초라해 보이던 내서재로 늘어진 발길을 돌려야 했었지.
진/우맘의 반짝반짝 빛나는 펄이 진한 아이셰도우 같은 글빨을 읽으면서 이렇게 명랑, 쾌할, 단순한 기쁨, 너무나 평범하고 그래서 너무나 가까운 듯 여기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나는 왜 중구난방인가 하는 자괴감에 괴로운 날을 잠시 보내고, 쑥스러운 손길을 내밀며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겼던 그대와 호호거리기 시작, 내 기억으로는 여름을 보내면서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진/우맘 버전으로 리메이크하는 것을 보고 더욱 홀딱 빠졌던 것이 아닐까 싶으이...지금도 가끔 오누이의 그림이 그리워지는데 다시 부활할 수 없는 걸까?

많은 분들이 칠만번째의 이벤트에 좋은 글을 올려 주셔서 마음은 간절했지만, 한가한 비오는 날 이제서야 밀린 편지를 보낸다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서 받은 멋없는 카드처럼 되겠지만, 너무 늦기전에 한번 편지를 쓰고 싶었다고 전하며 바쁘실텐데, 가족 모두 내내 건강하시고 환하고 예쁜 웃음 오래 볼 수 있기를 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