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8. 17. - 올해의 마흔 아홉 번째 책

★★★★

지난 12월, 차력도장 선정도서였던 처녀치마.

이상하게도 그 겨울에, 이 책만 집어들면 난독증에 시달렸다. 그저 가끔 화자가 바뀔 뿐인데. 이름 대신 성만으로 지칭되거나...시점이 교차되거나. 그런 트릭 몇 개가 불러왔다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치명적인 난독이었다.
요만큼의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하나하나 힘들게 읽어나가다가, 결국 마지막 단편 초입에서 못박혀...그 겨울, 나는 처녀치마를 끝내 다 읽어내지 못했다.

이 여름, 다시 집어든 권여선은.....이루 말할 수 없이 수월하다. 구석구석 박혀있는 보석...아니, 연마되지 않은 원석같은 문장들을 왜 알아보지 못한 것일까? 울퉁불퉁, 때로는 날카롭게 마음을 헤집고 드는 문장들에 숱하게 베이면서도, 단숨에, 끝까지, 그렇게 읽어냈다.

나는 아마...반 년 동안, 조금, 늙고...지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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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7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녀치마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8월
구판절판


그렇게만 읽어준다면, 내가 쓴 것은 연애소설이라 믿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 연애다.
연애라는 말, 참 좋다. 사랑이란 말처럼 상대방 면전에서 남발되거나 소모될 수 없는, 매우 촌스럽고 고전적인 맛을 풍기는 3인칭 여인과 사내의 의뭉스런 교감 같은 말이다.
그러나 연애소설만큼 무서운 형식이 없다. 피투성이 된 유년이 성장소설의 담보물이듯, 연애의 학살이 연애소설의 조건이다. 그러니 내가 제대로 된 연애소설을 썼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다시, 그렇게만 읽어준다면, 내가 쓴 것은, 내 글을 기다려왔을 것으로 상상된 단 한 명의 독자에게 내가 심혈까지는 기울이지 못했으나 오랜 세월 끈질긴 스토커로서 써 보낸 뒤늦은 연애편지라 믿고 싶다. 소설까지는 못 되어도 편지 정도는 괜찮겠다. 어쨌든 戀愛다. -작가의 말쪽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극진할수록 어머니는 초라해졌다. 극진함은 관계에서의 가난이다. 어머니는 사랑이 관계적이라는 것을 몰랐고 관계란 악마에 속한다는 것도 몰랐다. 그래서 일평생 불행했고 기우가 많았다. -42쪽

내일이면 마흔, 새로운 나이가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종이봉투에 외눈처럼 박힌 쇠단추의 실끈을 천천히 푼다. 늙은 자들도 역시 미숙하다. 그러나 그들은 할 수 있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아무도 세월보다 미리 손쓸 수 없다는 걸 안다.
풀리는 실끈에 쇠단추의 녹이 묻어난다. 이제 내 육체와 정신은, 미세한 주름 하나가 열두 가지도 넘는 의미를 잣던 풍요로운 은유의 세계에서 벗어나, 파안대소와 대성통곡이 구별되지 않는 둔탁한 사물의 세계로 접어들 것이다. 늙은 자는 사물처럼 덜 들키니, 나는 비록 허세일지라도 늙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87~88쪽

믹스 커피를 마시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언제나 같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결코 매혹되지 않을 것들에 둘러싸여 살기. 이제 그만, 다 고아 먹은 사골 같은, 여생이라 불리는 가볍고 다공한 삶을 살기. 이게 요즘 그녀가 거짓되이 추구하는 삶이었다. 꿈꾸는 데에 진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135쪽

아버지는 파헤쳐 팔려나간 은행나무 자리를 왜 그리 보나. 그녀는 생각했다. 없음이 외려 과녁이 된다면 아버지는 어머니의 빈자리도 그리 보나.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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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외할아버지, 잠시 나갔다 오시는 길에 앞치마 세트와 도우넛 가루를 사 오셨네요. ^^
원래는 쿠키를 만들 예정이었지만, 슈퍼엔 쿠키 믹스가 없었대요. 그래도 마냥 신난 진양.


자~ 오늘의 요리는 도너츠, 되겠습니다.^^


시작해, 봅!시다~


먼저 반죽한 도너츠 가루를 밀대로 잘 밀구요~


쨘~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주세요.
(그런데, 튀겨보니 링 모양이 제일 낫더군요. 동그란 건, 속은 안 익고 겉만 막 타요.)


할아버지가 보글보글 기름에 튀겨주시면, 진이는 설탕에 또르르~~~ 멋진 도너츠 완성!!



같이 드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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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8-1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여기요 여기!!!
(근데 예진이, 왜 이리 이뻐졌어요. 완전 요조숙녀입니다. @.@)

진/우맘 2005-08-1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뻐지긴요....앞치마가 뱃살을 가려줬기 망정이지...으흑....ㅠㅠ

짱구아빠 2005-08-1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종종 오전에 맛있는 음식 사진을 올리셔 가지고 아침 식사를 안한 이들에게 염장을 지르시더니,오늘도 옛날 버릇이 도지셨군요...
저 맛있게 생긴 도넛을 보고 억눌려 있던 식욕이 마구 샘 솟아서 업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아이 배고파라... 이런 사진은 점심 식사시간 이후로 부탁드립니다.
^^;;;;;

울보 2005-08-17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맛나보이네요,,

이매지 2005-08-17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륵꼬륵꼬르르르르르 - ㅋ

숨은아이 2005-08-17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진이 멋져~

미완성 2005-08-1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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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양! 이 언니가 캡쳐도 했으니 도너츠 하나 던져주구랴~~~

진/우맘 2005-08-17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 렛츠비에 이어 도너츠까지....요즘 배고프우? ^^
숨은아이님> 헤헤....글쎄요.....^^;;
이매지님> ㅋㅋ 그, 책들여다보는 강아지....고픈 배를 참고 내숭 떠는건가요? ^^
울보님> 따뜻할 때 먹으니 맛있더군요! 대신....칼로리 만땅.ㅠㅠ
짱구아빠님> 저런~ 다이어트 중이신 걸 깜박하고..ㅎㅎ
새벽별님> 흠흠, 저 이래뵈도, 내년엔 학부모가 됩니다. 음하하하핫~~~(웃다보니 어쩐지 슬퍼짐....ㅠㅠ)

sooninara 2005-08-1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찮아서 못 만드는 도너츠를...난 핫케잌으로 만족할래^^
진이야..이쁘당~~~~~

ceylontea 2005-08-17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어요..
예진이 너무 예뻐요... 앞치마와 머리수건도 너무 깜찍..(실물이 훨 더 깜찍하고 예쁘지만.)
그리고 사진 모델도 다 되어주시고.. 너무 고마와요... 후후..

날개 2005-08-17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우리 며느리 잘 크고 있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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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오늘, 무슨 일 있어요?

또 버근가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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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1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봇이죠^^;;;

sooninara 2005-08-1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성님도 대박집이여^^ㅋㅋ

진/우맘 2005-08-1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 그런 줄 알았다우...ㅎㅎ
(이젠 놀랍지도 않여....^^;)

2005-08-16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8-1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그라도 내 평생 저런 숫자 함 잡아봣음 조컸네, 아뛰~

조선인 2005-08-1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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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만 더!!!


조선인 2005-08-16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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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200 찍었고.


진/우맘 2005-08-1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그런다고 선물 줄 줄 알죠? 메에롱~
복돌성님> ^^;;
속닥이신 분> 못 가요...흑흑....

마늘빵 2005-08-1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버그에요? 난 또 정말 요만큼 온줄 알았는데 내 서재에두.. 칫

진/우맘 2005-08-1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저런....^^

ceylontea 2005-08-17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그는 아닌거 같은디.. 오늘도 여전히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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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친정에 와서 요즘 푸욱....맛 들인 것이 있으니, 바로 <산책>.
집 옆에는 느린 내 걸음으로 편도 한 시간 가량의 해안도로가 있다. 예전엔 그냥 무상히 봐 넘겼는데...ㅎㅎ, 나이를 좀 먹었다고 티내는 건가....새삼, 그 풍경에 반해, 그 좋아하는 늦잠도 버리고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하루 서너 시간은 <걷기>에 투자하는 중.

자, 좋은 건 나눠야지요?
저랑 함께, 좀 걸어보실래요? ^^


집을 나서, 출발~ 사차선 도로 옆인데도, 무성한 나무와 풀 덕분에 좋은 냄새가 물씬.^^


몇 걸음 가지 않아, 본격적인 해안도로가 시작됩니다. 오른쪽으론 보시다시피 잘 조성된 잔디밭이....
그리고,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보이죠? 바다.^^


쯧쯧....요 철없는 코스모스들은 어쩌자고 벌써 피어서는, 폭염에 노골노골 지쳐 있더군요.


이제, 고개를 왼편으로 꺾고 하염없이 걸으면 됩니다.


차분히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길이 끝간데 없이 주욱...이어지니까요.


중간 기착지.^^ 여기 걸터앉아 캔커피를 마시면, 저절로 CF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 한 기분이...ㅎㅎ


너무 바다만 봐서 고개가 아프면, 잠깐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려봐도 좋죠.
노을, 예쁘죠?


중간 즈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조깅, 사이클링을 위한 길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한 시간 여의 길이 끝나면, 이렇게 바다가 한결 가까워지지요.


길은, 끝났어요. 찍고 턴~~~~
맨날 선캡 하나 눌러쓰고 맨 얼굴로 돌아다녔더니, 흐음.....잡티가.....ㅡ,,ㅡ;;;
자꾸, 나이를 깜박깜박 한다니까요. 관리 들어가야 할 나이건만...쯧.


돌아오는 길, 어느덧 하늘이 흐려지고....


그리고, 야경......

어때요, 산책, 즐거우셨나요? ^^
집 옆에 이런 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가져 갈 수 있다면, 인천까지 떠매 가고 싶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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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6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걷고 싶다~~~~ 부러버요.. 사진도 정말 잘찍으시네요 캔커피광고사진하고 마지막사진 너무 맘에듭니다 퍼가도 되죠???

물만두 2005-08-1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 2005-08-1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정말이지, 항상 새로운 찬사를 보여주시는...ㅎㅎ
나무늘보님> 에이, 사진, 잘 못찍어요.(야경은, 자세히 보심 쬐금 삐뚤어진...^^;;) 그냥 눈동냥 한 걸로 흉내내보는거죠...물론, 마음대로 퍼가시와요.^^
따우야> 머, 울 서방님은 커피숍에 돈 주는 거 매우 싫어하시와...ㅠㅠ

진/우맘 2005-08-1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하긴, 여수 커피숍들은 저 좋은 배경 옆인데도 불구하고, 커피값이 매우 착하지...^^

sooninara 2005-08-1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안양천의 물비린내 맡으며 걷는 나에 비해 저긴 천국이네^^
그나마도 갈비벼 아픈후엔 걷기도 안하고..ㅠ.ㅠ
여수 가고 시포..우아하게 해안가 산책도 하고 뽀지게 주는 무료 안주에 술도 마시고..ㅋㅋ

비로그인 2005-08-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호~ 바다다!! 아, 정말 고요하고 아름다운 도시같아요, 진/우맘. 좋은 곳에서 태어났구랴..캬..

플레져 2005-08-16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덜은 결혼만 하면 커피숍에 돈 내는거 싫어하대요...궁시렁...
여수가 넘넘 아름답습니다요~ 바람도 좋죠?
아웅...여수의 사랑 읽은뒤로 여수에 대한 사랑이 날로 늘어만가니...ㅎㅎ
걍 추천으로 이 마음을 전해요요요요....

진/우맘 2005-08-1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고마워요요요요요....^^
복돌성님> 정말 좋은 동넵죠, 네.^^
수니성> 내려만 와요. 숙식 제공...ㅎㅎ

조선인 2005-08-1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진/우맘이 나이타령을 했습니까!!!

마늘빵 2005-08-1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 전 결혼 안했는데도 연애할때 커피숍에 가는건 돈 아까워요. ㅋㅋ
진우맘님 옷이 시원해보이시는데요? ^^ 바다 가고 싶은데... 쩝

짱구아빠 2005-08-16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수에 저런 멋진 곳들이 있었구만요.. 철모르는 코스모스는 여기 제주에도 많이 피었습니다..하기사 한 열흘정도 지나면 슬슬 가을로 접어들겠군요...

이매지 2005-08-16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산책할 맛 나는. 부러워요 -_ ㅜ

미완성 2005-08-1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레쓰비를 쥐어주시면 산책은 생각해보겠슴다;

로드무비 2005-08-17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산책로네요.
여수 꼭 가보겠습니다. 불끈!=3

진/우맘 2005-08-1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러시와요! ^^
사과> 박스로도 쥐어줌세!
이매지님> 그죠...이제 저 해안도로도, 달랑 하루 남았습니다. 어찌 이별할꼬....ㅠㅠ
짱구아빠님> 지금 이 더위로는,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아요.^^
아프락사스님> 시, 시원....그거, 지금 흉보는 거죠! ㅡ,,ㅡ;;
조선인님> 저도 삼십대야요, 삼십대!!! =3=3=3

숨은아이 2005-08-1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저 거울 너머 바다... 진주님네 산책길도 그렇고, 오늘 눈만 호사하는구려. ㅠ.ㅠ

갈대 2005-08-17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산책로가 있을 줄이야.. 여수 한 번 놀러간 적 있는데, 참 아름다운 곳이었더랬죠. 부럽슴다^^

진/우맘 2005-08-1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오랜만~^^ 여수는요, 외부에 널리 알려진 관광코스 보다는, 숨은 명소가 더 탁월한 곳이죠.
숨은아이님> 헤헤.......

클리오 2005-08-1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바다를 봐서 시원했습니다.... ^^

뎅구르르르~~ 2005-08-17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길이 만들어지던때가 어언~~ ^^ 못가본 새에 나무 진짜 무성해졌다. 좋구만..
그나저나 늘씬 걸어노코 캔커피라니..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