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미술치료 강의노트.^^;
어제 한 프로그램은 실그림을 통한 과거-현재-미래 이야기 꾸미기였습니다.
1. 먼저 일반 면실을 먹물에 묻혀 마음대로(의도 없이 자유롭게) 실그림을 세 장 그립니다.
2. 그리고, 그려진 실그림을 들여다보며 보이는 의미있는 장면을 포착해서 크레파스, 싸인펜으로 가필하여 좀 더 정확히 형상화 합니다.
3. 각 장에 제목을 붙입니다. 그리고 세 장의 그림을 나의 과거, 현재, 미래와 연관지어 순서를 나누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꾸며봅니다.
이런식으로, 미술치료 프로그램 중에는 우연한 표현에서 눈에 보이는 의미있는 것을 포착하는 것이 많습니다. 항상 마음에 담고 있는 것, 관심이 있는 것...말하자면, 대개 '보고 싶어 하는 것'(아니면 정반대로 절대 직면하고 싶지 않은 것)이 보이기 때문에 심리와 관련한 상담 모티브로 사용하기가 쉽거든요.

그림 설명 : 똑똑 떨어진 먹 자국이, 꼭 눈같이 생각되더군요. 그러자 다양한 동물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왼쪽에는 열대어, 오른쪽 상단에는 날고있는 새, 하단에는 열심히 뛰고 있는 말을 그려넣었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 동물 모두 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지점에 강렬한 빛을 그려넣었구요. 헌데 이 빛은....뭔가 불순하고 악한 의도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환상, 현혹, 지나친 매료....그래서 제목은 <최면>입니다. 육 해 공 세 동물 모두, 불빛에 현혹된 나방처럼, 최면에 걸린 듯 몽환 상태에 빠진 채 끌려들고 있습니다. 곧, 통째로 먹혀버릴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림 설명 : 말 해 뭐합니까....^^;; 뭘 해도 순정만화예요...ㅡ,,ㅡ;; 꼭, 80년대 순정만화 표지같지요?
지난 번 <사랑의 여신 나무그림>도 그렇고....항상 강사님을 황당하게 만드는 여성성의 극치....
제목은 미사포를 쓴 소녀의 기도입니다. 뭐, 설명이 필요 없지요.^^;

그림 설명 : 제일 읽어내기 어려웠던 그림이었습니다. 무슨...나무 둥치도 아니고....그냥 수평으로 죽죽 뻗은 가는 실그림....그런데, 들여다보니 문득! 화룡점정.^^ 눈 하나를 그려넣자, 흰수염고래가 나타났습니다. 물 속에서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는 흰수염고래입니다.
나의 과거, 현재, 미래와 연관해서 본 그림....
그림1은 나의 과거 - 최면, 현혹, 몽환, 환상....마치 약물에 미혹된 듯한 맹목적인 상태. 올해들어 저의 모습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서른, 잔치는 시작이다>는 캐치프레이즈까지 걸고 열심히 뛰었죠. 일도, 사람도...그런데 미친듯이 뛰던 그 목적이 과연 순수했던걸까요? 항상, 진정한 나보다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과도한 욕심을 부린 나머지, <진짜 자아>는 뒷전이었어요. 나와 가족보다는 별 의미 없는 타인, 그리고 그 관계속의 얄팍한 페르소나에 지나치게 힘을 쏟아 요즘 전 녹다운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림2, 현재, 정리와 기원 - 요즘 제일 많이 내뱉는 혼잣말이 "에고...힘들다...."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보약 한 재 먹지?" ^^;;;
막말로, 뽕 맞은 사람처럼 반 년이 넘게 설쳐댔으니....기력이 바닥일 때가 되었지요. 그래서 요즘은, 자제와 숙고의 시간입니다. 기운이 없으니 당연히 정적일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진짜 나....를 찾는 시간이라고나 할까요?
그림3, 그리고 비상!!! - 지금은 움츠려 있지만, 힘이 모이면...생각이 정리가 되면 저렇게 힘차게 뛸겁니다!!! ㅎㅎㅎ 게다가 강사님이 흰수염고래는 독특하고 상서로운 존재라 더 인상적이라고, 꼭 저렇게 개성과 힘을 지닌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거라고 치료적인 첨언까지 해주셨어요.
과거, 현재, 미래와 상관없이 숙제를 하나 받았습니다. 두 번째 그림을 보시더니....저런 패턴이 대부분의 작품에서 나오거든요. 강사님 왈, "어떻게 실그림에서 이런 그림이 나와요? ㅎㅎㅎ" 그러면서 말씀하시길, 제가 워낙 여성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렇기도 하지만...뭔가, 의도된 여성성이라고 할까요? 여성화에 대한 확실한 목표의식, 강박 같은 것이 엿보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그 이유를 찾는 것. 내가 왜 나의 여성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가.....그것이, 당분간의 숙제입니다.
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