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의 핀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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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수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징크스. 1집이 크게 성공하면 2집은 대부분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라지는...핀볼은, 비운의 2집같은 느낌이 짙다. 하루키 자신도 '1973년의 핀볼'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양을 쫓는 모험'의 사이에 끼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 한다. 그러게... 하루키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핀볼은 별로 관심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

나 또한, 난해하고 평면적인 구성이나 감잡을 수 없이 흘러만 가는 전개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도입부에 문득 떠올랐다가 막연하게 '죽었다'라고 처리(?)되는 나오코라는 이름과 '쌍둥이와 침몰한 대륙'이란 단편의 전반부같은 쌍둥이와의 생활이 반갑게는 느껴졌지만...하루키의 작품들 중 최초로 별 세 개의 평가를 내리게 된다. 역시, 다시 읽어봐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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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남 2024-01-0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최고작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구요. 핀볼을 만나고 쿨하게 헤어지는 장면이 당시의 저에게는 큰 충격이였으요. 업어서 달아날줄 알았으니까요. 티셔츠의 번호는 바꿔입으면 의미없으니 상관없다는 쌍둥이의 쿨함도 매력적이구요. 저는 상실의 시대를 당시 나온 모든 작품을 읽은후에 읽어서 그 책이 제일 낯설었어요. 그래도 제 젊은날을 꾹꾹 채워준 좋은 작품들입니다.
 
닥터Q의 신나는 병원놀이 1
신정원 지음 / 세주문화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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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허걱...정말 더럽다. 토할 것 같다. 유치하다. 엽기적이다. 말도 안 된다. 황당하다. 가끔은 짜증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보는 나.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성인들의 은밀한 퇴행에 대한 욕구를 확! 까발려 보여주는 만화이다. 엽기적인 의사 닥터Q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는 양간호사, 매저키스트가 아닌가 의심되는 엄살씨에 엄청난 분량(?)의 똥, 코딱지, 오줌...별을 주기가 망설여진다. 반 개를 줘도 마땅할 것 같고, 다섯 개를 줘도 될 것도 같고... 직접 읽고 나서 스스로들 평가하시길. 참! 식사 전후 1 시간은 꼭 피해야합니다. (책에도 이런 경고문이 붙었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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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첫 한글 그림책 - 와우 플래닛 토마토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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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아기의 첫 그림책입니다. 책을 펼치면 정면에 큼직한 그림이 떡~하니 있구요, '우산', '풍선'하고 단어가 쓰여 있습니다. 엄마의 눈높이로 보면 '에게~ 이것도 책인가?' 하시겠지만, 아직 한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아기들이 '책'이라는 매체를 처음 접하고 익숙해지게 하는 데는 딱 좋은 구성입니다.

엄마가 도대체 왜 이걸(책을) 내 눈앞에 대고 뭐라고 하시는지 알쏭달쏭해하는 아기의 눈에 확 들어갈 그림과 뚜렷한 글자, 그리고 아기의 짧은 집중시간에 걸맞는 분량(쓱쓱 넘기면 1~2분이면 다 읽을 겁니다)도 좋구요, 튼튼하고 넘기기 쉬운 두꺼운 책장과 웬만한 낙서는 다 지워지는 지질도 장점이지요. 하지만, 광고만큼 크레파스가 쓱쓱 잘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특히 오래되면 더욱 안 지워지니까요, 쓰고 즉시즉시 닦아주시는 것이 좋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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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의 혼자놀기
권윤주 글, 그림 / 열린책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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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시작된 만화라 그런지, 인터넷과 많은 부분이 비슷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외로워서' 인터넷을 한다고 생각하는데요(저 역시 상당부분은) 채팅이나 동호회활동에 장시간 코를 박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시작하기 전보다 한층 더 짙어진 외로움을 맞닥뜨리게 되곤 합니다.

스노우캣을 덮고 난 후의 느낌이 그랬어요. 읽는 동안은 키득거리기도 하면서 가벼운 기분이었는데, 덮고 나니 제 주위의 외로움이 조금 더 깊어진 것을 느꼈습니다. '현대인', 인간관계가 갈수록 메말라가고 마음붙일 데 없는 현대인들의 외로움을 뭉쳐서 만화로 그린 것이 스노우캣이 아닌가 싶습니다. 읽어보세요. 공감이 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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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무' 아래서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현아 옮김, 오에 유카리 그림 / 까치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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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해봅니다. 10여년 후, 우리 딸아이가 엄마의 서재 책꽂이 앞에 서 있습니다. 우연히 '나의 나무 아래서'를 뽑아들게 되고, 읽기 시작합니다. 학원에 가야 하는 것도 잊어버린채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다 읽습니다. 책을 덮은 후, 휴~ 한숨을 쉬고는 가슴에 꼬옥 끌어안습니다. 문득 생각난 듯 제 방에서 연필과 종이를 들고 와서는, 엄마에게 물어볼 질문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오에 겐자부로님은 읽고 싶지만 지금은 어려울 것 같은 책은 목록에 적어놓거나, 여유가 있으면 구입해서 '나중에 읽을 책 궤짝'에 넣어놓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 책을 '아이에게 나중에 읽힐 책 궤짝'에 넣어두고 싶습니다. 위의 상상에서처럼, 제가 직접 권하지 않고도 아이가 이 책을 '발견'해주면 더욱 좋겠지만요.

읽는 내내 예전에 할머니가 자주 쓰시던 '자분자분'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사투리인줄 알았더니 침착하고 얌전한 모양새던가? 사전에 나와 있는 말이더군요. 하지만 할머니가 자주 쓰시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대개 '차근차근, 조리있게, 또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라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점잖은 할아버지 한 분이 '자분자분'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을 듣고 있는 듯 했습니다. 충분히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온 작가의 '경륜'이 매 순간 느껴지고, 밑줄을 긋고 싶을 정도로 주옥같은 문장들이 군데군데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옥에 티라고나 할까요...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 추측되는 아귀가 맞지 않는 문장도 보입니다. 원작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 그럼에도 번역하면서는 자신의 냄새가 묻어나지 않게 철저히 사념을 버려야한다는 점. 모순되는 두 원리 가운데 역자는 후자에 신경쓰느라 전자에는 충실하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되는군요. 비슷한 의미에서 역주를 아꼈다고 역자 후기에서 밝히고 있지만, 저같이 일본어를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은 추측도 해볼 수 없는 일본어에도 일언반구 설명이 없는 것은 너무 과했다고 생각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의 청소년들을 위해 쓰신 글이라고 했지만, 성인인 저에게도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어린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란 없다'라고 하셨는데요, 성인들도 강한 의지만 뒷받침된다면 어떤 일들은 꼭 돌이킬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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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심이 2004-05-2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느꼈답니다. 이책은 아마 독서하는 분들의 지침서가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님의 리뷰는 책을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ㅎㅎ..

진/우맘 2004-05-2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루요? 오...최고의 칭찬, 감사합니다.^^
(두심이님에게만 보이기로 - 저게요, 예전에 월 장원 먹어서 거금 10만원을 안겨준 리뷰여요.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