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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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의 생활을 잠깐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MP3를 갖고 싶어, 치마가 하나 더 필요한데, 이 책도 샀으면 좋겠다. 울 애기도 저런 큼직한 인형이 하나 있었으면... 수많은 '필요한 것'들. 그런데, 그게 정말로, 진실하게, 나의 삶에 필요한 것일까? 그런 물건들이 나의 삶을 풍요롭고 가치있게 해주는 것일까? 환경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자연을 해치는 인간의 무지에 분개하면서 설겆이 할 때는 거품이 듬뿍듬뿍 나야 좋은 나. 자연 속에 묻혀서 말 그대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부부의 삶은 여러 각도에서 나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돌아보고는 그 뿐. 그들의 삶이 온당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 삶의 철학적인 의미를 고민하거나 본받아 따르기에는 내가 너무 지금의 생활에 푹 젖어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직도 나는 MP3가 치마가 책이 인형이 갖고 싶다고 느끼고 있는 걸요. 이 책을 읽고 세탁할 때 세제를 조금만 쓰고, 양치질할 때는 꼭 컵을 써야겠다는 소심한 결론을 내렸다면...니어링 부부는 어이 없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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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 (반양장) - 제국의 공적 제1호 폴라리스 랩소디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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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자를 읽고 느꼈던 재미와 흥분이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막내 동생의 책상에서 '이영도'라는 이름을 발견하고는 잽싸게 새치기를 해서 읽기 시작했지요. 해적, 공주, 무법자들의 도시...그런데 이상하게도 몰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에게는 너무...어/려/웠/어/요. 세계명작도 아니고 전공서적도 아닌 환타지 소설을 어렵게 느끼다니. 끙...

하나하나 파악할 틈도 안 주고 쏟아져나오는 등장인물들, 여기저기 많은 공간에서 한꺼번에 사건들이 터지고...책을 읽다가 자꾸자꾸 앞장을 넘겨서 한참을 뒤져야 했습니다.
많은 분량으로 펼쳐질 장편의 일권이니 그럴 수도 있지, 싶지만...마음 한 켠에 드는 생각. '드래곤 라자는 그렇지 않았는데.'그리고 중간중간 엉뚱해서 컬트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개그를 펼치는 등장인물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시도인가 본데...앞으로 계속 읽어봐야겠지만, 여하간에 저에겐 너무 힘든 1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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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 개의 눈송이들 - 꿈꾸는 나무 15
엘리자베스 세일러스 그림, 메리 매케나 시달스 글, 정해왕 옮김 / 삼성출판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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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눈송이 하나 내 코에 떨어져 온몸이 떨려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작은 눈송이 둘......'이런 식으로 책이 진행됩니다. 마치 액자처럼 주변에 널찍한 여백을 두고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나중에는 그 조그맣던 그림이 화면 가득히 펼쳐지기도 해서 눈이 지루하지 않아요. 분홍빛을 주조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그림 속의 아이 표정도 마치 살아있는 듯 많은 표정을 담고 있구요.

'작은 눈송이 하나'가 한 페이지 분량의 글입니다. 하지만 분량이 작다고 어린 아기들 책은 아닌 것 같아요. 아기들이 좋아하는 다이내믹한 표현이 아니라, 잔잔한 시 쪽에 더 가깝거든요. 이해력과 집중력이 좀 생긴 유치원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 엄마의 태교 동화로도 안성맞춤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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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너 1
김윤희 지음 / 청림출판 / 199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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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다, 아니다...무수한 입소문을 몰고 다니던 '잃어버린 너'. 이 책을 접하면, 책상 밑에 숨겨서 읽다가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선생님께 들키던(그래도 이유야 어찌됐던 울고 있는 아이를 그렇게 막 혼낼만한 선생님들은 없었다) 고등학교 때가 떠오른다. 그 때는 책은 재미만 있으면(그것이 웃음이든, 사랑이든, 눈물이든) 그냥 좋았었다. 작가주의니 소재주의니, 문학성이니 정신의 부재니 하는 머리 아픈 고민에는 아직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때. 가끔은,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어진다. 링겔병을 깨뜨려 자살을 기도하던 충식과, 그의 장례식에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가던 윤희를 당시에도 다 이해할 것 같았는데, 돌이켜보니 그냥 우스운 감상이었을 뿐... 지금은 도리어 그 심정이 들여다보이지를 않는다. 그런 슬픈 사랑... 세상에 하나쯤은 있기를. 하지만 그 주인이 절대 나이진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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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랑 -상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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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는 대단한 작가이다. 환생, 어긋나는 사랑, 아이를 남긴 죽음... 80년대 순정만화에서도 통할까말까한 단순하고 유치한 소재를 한 편의 훌륭한 사랑이야기로 승화시켰다. 주인공 성하상은 다른 사랑이야기 어디에서나 본 것 같으면서도 차별화가 되는 묘한 캐릭터이다. 말 그대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치는 캐릭터는 로맨스에 단골로 등장하지만, 자연과 신비주의가 어울어진 풀냄새가 날 듯한 분위기는 상당히 신선하다. '아유 유치해.'말하면서도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이 없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유치하다고 말할만한 여유도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메마르고 타산적인 사랑이 일상화된 요즘, 읽을 때마다 뿌듯한 대리만족과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품격있는 로맨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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