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의 강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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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맨 처음 무라카미 류를 안 것이 '토파즈'. 그리고는 달빛의 강이 두 번째였던가, 세 번째 였던가... 토파즈가 내뿜는 빛과 그 그늘이 너무도 강렬했기에 달빛의 강은 쉽게 잊혀지고 만 작품이다. 둘 다 단편집이지만 '추한 SM Play 창녀'라는 강력한 소재를 공유해서 연작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했던 토파즈에 비해서 정작 연작소설에 가깝다고 광고되었던 달빛의 강은 존재감이 약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도 접해본 지금 다시 평가해보자면 달빛의 강은 세련되게 마무리 된 류의 정수가 아닌가 싶다. 적합한 비유는 아니지만 하루키의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읽었을 때의 미묘한 감정과 유사한 것이 달빛의 강에서 느껴졌다. 어딜봐도 류다운 소재와 전개이지만, 너무도 매끈하여 허전하고 심심한... 그 외에 남는 또 하나는 쿠바! 구석구석에 꼭꼭 숨겨놓은 이 코드는, 특별한 언급이 없이 그냥 놓여있는데도 강력한 매력을 발산한다.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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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쓸쓸한 당신
박완서 지음 / 창비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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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찾았다! 어디서 읽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도 못할만큼 설렁설렁 넘겼음에도 가슴에 비수같이 와 박힌 한 줄의 문장. '짐승스러운 시간'이라는 문구 하나와 어렴풋한 '박완서'만으로 그 원전을 얼마나 찾아헤맸는데!(넘 오버가 심했나^^) 박완서님은 정말 '글귀신'이다. 그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무서워질정도로 그를 존경하지만, 그렇기에 좋아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비범한 귀기가 조금은 흐려진 듯한 '그 많던 싱아...'를 박완서님의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기분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닌 것 같네...

'마른 꽃'을 읽으면서, 아니 사실은 이 한 문장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온 몸을 울리던 전율이었다. 그 느낌이 너무 강해서 다른 것들은 머리 속에서 하얗게 지워졌는지도 모른다. 평생 사랑할 수는 없는건지, 결혼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 내 나이가 60, 70이 되면 어떤 모습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지...한결같이 머리 한 구석을 짓누르고 있던 잡다한 고민들이 그 문장 하나에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었다. 더불어 곁에 누운지 5년이 되어가는 남편에게 자꾸 '권태'라는 단어를 갖다대던 뒤틀린 심사도 어느정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겉멋에 비해 정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제야 알것 같았다'라고 당당히 얘기해준 이 노회한 작가의 손을 덥썩 잡고 고맙다고 하고 싶었다.

아이를 만들고, 낳고, 기르는 짐승스러운 시간...그 시간들을 토끼같이, 노루같이 예쁘게 살아낼 힘을 준 '마른 꽃'. 내가 꼽는 최고의 단편, 최고의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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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크와 스웽크의 뮤직쇼
편집부 / 투니버스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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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교육실에서 가끔 비디오를 보여주면, 인기 0순위가 바로 이 '멀크와 스웽크' 였습니다. 아이들뿐만이 아니죠. 처음 구입해서 선생님들끼리 시사회(?)를 했을 때 모두들 재미있어서 왁자지껄 야단이었습니다.

자극적인 음악에 길이 들어 동요를 우습고 유치하게 아는 요즘 아이들에게, 잘만 쓴다면 훌륭한 약이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리듬과 장르로 편곡된 동요와 더불어 귀여운 캐릭터들이 펼치는 유머러스한 화면, 한 곡 한 곡 끝날때마다 펼쳐지는 영어 사전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지루할 틈을 안 주지요. 나온지 꽤 오래되었는데도 아직도 세련된 느낌을 더하는 멋진 만화/노래/영어 비디오입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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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의 춤추는 동요나라 - 비디오테이프 2 - 한글동요 1,2
에스비에스프로덕션 편집부 지음 / 에스비에스프로덕션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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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 만 세 살이 되기 전에는 절대 비디오 안 보여준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작은 아버님의 생신날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아이보다 한 달 늦은 사촌조카가 엄마가 불러주는 '노래는 요술쟁이'에 맞춰 춤을 주면서 '뚜,뚜...(뚜리뚜리 빠빠빠)' 재롱을 피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내 아이는 절대 남과 비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면서...괜히 마음이 조급해진 저는 얼마 후 김지호의 춤추는 동요나라를 사주고 말았습니다. 쩝. 그 때가 우리 아이가 18개월쯤 됐을 무렵인데, 처음 한 두 번은 집중을 안 하더라구요. 그래서 내심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돈 아까운 마음에 억울하기도 하더니, 한 번 빠져드니까 무섭더군요. 하루 종일 '비지오~비지오~(비디오)' 노래를 해서 정말 이러다가 비디오 중독이 되는 거 아닌가 덜컥 겁까지 났습니다. 하지만, 한 두 달 지나 뿡뿡이에 반하자 자연 뒷방으로 밀려나더군요.^^

그런데 반 년이 좀 더 지난 요즘, 부쩍 말도 늘고 모방도 잘 하게 되자 스스로 이 비디오를 찾아 틀어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냥 앉아서 멍~하니 보고 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젠 제법 춤과 율동을 따라하는 것이, 이제야 비디오가 제값을 하는구나...싶습니다. 화면이 자극적이고 노래의 템포도 빨라서 아이의 처음 비디오로는 적합하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왠만큼 말을 하기 시작한 24개월 이후의 아이들이라면 신나고 즐겁게 따라할 수 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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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그랬어 - 여름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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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의 읽기 교과서에 실려있답니다. 서점에서 발견하고 어?하며 한 번 더 들여다보았죠. 참 이상해요, 교과서에서 볼 때는 그냥 지루한 듯 싶은 평범한 지문이더니, 한 권의 그림책으로 본 느낌은 또 다르네요. 흉내내는 말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느낌을 살려 읽기 좋구요(교과서에 그런 용도의 지문으로 실려있어요^^) 요즘 아이들이 접해보기 힘든 따뜻한 시골 풍경도 마음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 박완서님이 '그 많던 싱아...'에서 그러셨는데요, 서울 아이들은 시골 아이들이 얼마나 심심할까...불쌍하다 하지만, 사실 시골 아이들은 심심함을 느낄 새가 없대요. 자연이 무궁무진한 놀이터이자 놀이감이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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