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유명세하며, 신비로운 표지하며... 지적인 호기심을 상당히 자극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전 지식 없이 대뜸 구입을 했지요. 결과적인 감상이라면... 시대적 동질감의 결여로 인한 몰이해라고나 할까요.

과대포장된 면이 없지 않은 책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주요 인물들의 개연성이나 매력도 부족하고, 줄거리도 억지스럽고, 특히 문체가...옛날 시골 극장의 변사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시도때도 없이 끼어드는 작가의 수다때문에 작품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오페라 극장 내부에 대한 설명도 명확하질 못해서 구조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고전이나 명작에 많은 감흥을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모르겠지만, 감각적인 책을 좋아하신다면 별로 추천해드리고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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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의 농장 - 입체북
루시 커진즈 글 그림, 신주영 옮김 / 어린이아현(Kizdom)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메이지 입체북 'Happy birthday'에 아이나 저나 홀딱 반해서 고르고 고른 끝에 다시 구입하게 된 것이 메이지의 농장이었습니다.

메이지의 농장은 기존의 책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뒤엎은 신기한 책입니다. 사실, 책보다는 장난감쪽에 더 가깝지요. 책을 펴서 앞표지와 뒤표지를 맞붙여 고정시키면 입체적인 메이지의 농장이 완성되거든요. 마치 인형의 집처럼요. 들추거나 당길 수 있는 탭들과 구석구석 오밀조밀 들어찬 농장의 모습이 정교하고 신기해서 엄마도 아기도 탄성을 연발하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기만할 뿐 어떻게 놀아줘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엄마가 창의성이 부족해서인가? 엄마의 시범이 빈약하니 그 좋은 자료를 펴 놓고도 우리 아기는 '꾸꾸야, 멍멍아...'하면서 몇몇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는 그만입니다.

그리고 함께 들어있는 종이 인형들은 잘 세워지지가 않고, 필요한 먹이나 도구들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26개월인 우리 아이가 갖고 놀기에는 좀 무리가 있더라구요. 주의를 기울여도 잃어버리게 되기 십상이구요. 인형과 부속물의 크기가 조금만 더 크고, 어떻게 놀아주라는 안내서나 해설서가 들어있었더라면 훨씬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돌 전후의 아기들에게 보여주실거면, 처음부터 모든 인형을 다 뜯어내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아요. 집중적으로 가지고 놀 인형과 부속물 대여섯개만 뜯어내서 함께 놀고, 익숙해지면 다른 것을 제공하는 편이 수준에 적합한 것 같습니다. 인형들은 책의 마구간이랑 채소밭 안에 보관하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책의 모양이 약간 틀어지니까요, 지퍼백 안에 보관하는게 좋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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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 예지현 꾸러기 동화 7
콜린 맥노튼 글 그림 / 예지현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아이를 '에비!'하고 놀래켜본 적 있으시죠? 아이는 깜짝 놀랐다가 자기를 놀라게한 엄마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보고는 같이 깔깔 웃고는 하죠. '갑자기!'의 소재는 이런 깜짝 놀이입니다. 확실하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이루어지는 '반전' 이 책을 끝까지 이끌어가죠.

아기 돼지 꾸리가 학교를 마치고 수퍼에 가서 엄마 심부름을 하고는 집에 가기까지, 길목길목마다 흉악한 늑대가 입을 떡 벌리고 꾸리를 잡아먹으려 기다립니다. 하지만 매번 꾸리는 늑대의 코앞까지 다가갔다가는 운 좋게도 다른 볼일이 생겨서 '갑자기!' 돌아서고는 하죠. 그렇게 골탕먹는 늑대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 재미있는 동화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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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하늘나라 - 꿈꾸는 나무 21
신시아 라일런트 글 그림, 고정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를 사 들고 와서 엄마에게 야단맞던 기억 있으시죠? 귀엽기만하던 고물고물한 병아리가 어느 날 아침 빳빳하게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울던 아픈 마음도 함께 기억나실 겁니다. 아이들은 애완동물을 잃으면서 '죽음'이라는 생경한 개념을 체험하게 되죠. 하지만 어른인 나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죽음'을 아이에게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영원한 이별이라는 결과만을 확인한 채 아이들은 더욱 크게 울음보를 터뜨릴겁니다. '강아지 하늘나라'는 그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얼마나 결고운 상상력인가요. 강아지에게도 하늘나라가 있다니. 게다가 그 하늘나라는 풍경만 아름답지 지루하기만한 하늘나라가 아닙니다. 마음이 따뜻한 하느님은 강아지들이 무엇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거든요. 달리기를 좋아하는 강아지들을 위해 넓고 넓고 넓은 들판을 펼쳐주시고, 널따란 호수와 기러기, 그리고 강아지들이 정말 좋아하는 '어린이'들! 재미있는 모양의 강아지 과자에 밤이면 구름을 이불삼아 잠들게 해줍니다. 게다가 세심하게도 무서운 꿈이 뛰어들지 못하도록 밤을 지켜주시기까지 하죠.

어때요, 정말 가보고 싶지 않나요? 강아지(아니면 다른 애완동물을)를 잃은 경험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간접적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쳐주는 근사한 내용이예요. 진정한 '인성 교육'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아이들의 예쁜 마음을 위해서 꼭 사주어야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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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비시선 121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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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시라는 건 사랑에 빠진이들을 위한 나른하고 달큰한 것이거나, 철학과 혁명을 위한 낯설고 어려운 것이거나...그렇게 두 종류뿐이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그래서 어린 첫사랑에 빠졌을 때는 원태연의 시를 죽어라고 베껴댔고 좀 더 나이 먹어 사랑을 안다고 생각하면서는 류시화나 자크 프레베르를 읽으며 고뇌하는 척 했다. 박노해는 그나마 어렵지 않았기에 읽어낼 수 있었고.

그런데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내가 알던 그 두 종류의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독특한 시집이었다. 사랑 노래라 하기에는 아프고 적나라했고, 철학과 혁명의 노래라 하기에는 너무 자신을 간절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직은 여성 작가들이 성을 이야기하기를 꺼리던 그 때 최영미는 자신의 섹스를 뼈 발린 생선으로 가차 없이 까발렸다. 처음 접한 스무 살 무렵에는 그런 그녀의 시들에서 신선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저 '선운사에서'나 되뇌이고 말았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서른에 가까워지면서는 너무 멀고 충격적으로 느껴지던 다른 시들이 소화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들을 시로 엮어냈는지가 어렴풋이 공감이 되는 것이다. 시에 성별이 있겠느냐만은, 특히 여자라면 책꽂이에 한 권쯤 꽂아둘만한 시집이다. 그저그런 날 무심히 책장을 넘기고 있으면 꼭 한 편쯤은 마음을 찌르는 날카로운 구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가 원인을 모르던 심란함, 허허로움에 이유를 대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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