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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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너무 예뻐서 몇 번이고 아이에게 사 주려고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너무 어려운 내용 아닐까?'하는 우려 때문에 계속 미뤄만 왔습니다. 하지만, 직장 선배님이자 육아 선배님께서 책의 내용을 꼭 완전히 이해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림이 예뻐서 보다 보면 생각이 커지면서 내용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고, 지금은 아이의 수준에 맞춰 쉽게 이야기 해주는 것도 좋을 거라고 조언해주시더군요. 그 말에 힘을 얻어 어제 아이에게 사다주었는데요, 반응이 아주 좋네요.

아직 사고가 단순한 아이를 위해 무지개 물고기가 잘난척 할때는 크게 '흥~', 얄미운 목소리로 '싫어! 이걸 왜 널 주니!'하고 억양을 강조해서 들려주니 무지개 물고기가 나쁜 행동을 한다는 걸 깨달은 듯 '때치'를 해주더군요. 문어 할머니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림이 워낙에 정서를 잘 반영하여 그려진 때문에, 따로 부연 설명을 안 해도 엄숙하고 신비롭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제 눈에도 보였습니다.

나중에 무지개물고기가 은빛 비늘을 나누어주자 자기도 신이 나서 '이거도(얘도) 주고, 이거도 주고, 이거, 이거도 주고' 난리예요. 모두 행복해진 다음에는 무지개 물고기가 착해졌으니까 쓰다듬어 주라고 했지요. 그림책의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또 그림만으로도 아이가 특정한 정서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숙지하게 해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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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의 생일파티 - 피비베어
DK 편집부 엮음, 황주연 옮김 / 사랑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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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책을 한 권 사주려고 오프라인 서점에 갔었어요. 사실, 뭘 사줄건지 미리 결정하고 간 거였는데 스윽 훑어보던 제 시선에 피비의 생일이 포착되었지요. 실물 사진으로 커다랗게 찍힌 곰인형 표지가 너무 예쁘더라구요. 책 뒤를 보니 역시, 실물 사진 책으로 유명한 DK 출판사더군요. 책장을 넘기면, 매번 '야아~'하고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예쁜 인형과 소품으로 구성된 사진들이 어찌나 멋지고 귀여운지! 게다가 이야기 중간중간의 단어가 작은 사진으로 처리되어서 아직 읽기를 모르는 아이도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페이지 수도 꽤 많고, 커다란 사이즈의 책인데도 이렇게 구석구석 신경써서 만들다니...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책이 다시 보이더군요. 저희 아이는 지금 28개월인데요, 피비에게 '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좋아는 하지만 100% 활용하기에는 좀 벅찹니다. 분량과 내용이 꽤 많거든요. 하지만 중간중간 좋아하는 페이지만 읽어주거나, 함께 사물 찾기, 이름 말하기 놀이를 하는데는 정말 유용해요.

가장 권하고 싶은 연령대는, 한글을 막 깨치기 시작하는 5세 전후의 아이들이예요. 글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그림이 읽는 지루함을 깨 주거든요. 책의 맨 앞장과 뒷장의 사물 사진과 단어가 가득 들어차 있는 페이지도 그림카드와 유사한 용도로 쓰기에 좋구요, 페이지마다 숨어 있는 꼬마 곰 찾기 놀이도 재미있습니다. 정말 알찬 그림책입니다.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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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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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에 대한 입소문도 무수하게 듣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실물도 여러 번 봤지만' 구입을 계속 망설인 것은 두 돌이 한참 넘은 우리 아이에게는 너무 쉬운 수준이 아닐까...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읽어 주니 기우였다는 것이 금방 드러나더군요. 쉽고 짧으니 집중도 잘 하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달라고 합니다.

특히 잠자리에 들어서는 다섯 번 정도는 반복해서 읽어야 직성이 풀리나봐요. '달님 안녕~'하는 페이지에서 예진이도 안녕~하고 말하면 손을 흔들어 주지요. 어제는 밤에 산책을 나갔는데,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달님~ 달님~'부르더라구요. 앉은 자리에서 계속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는 책은 달님 안녕이 처음이예요. 단순하고 경쾌한 화면 구성이 아이들에게 잘 다가갈 것 같긴 해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걸까요? 지은이가 책에 동심에만 먹혀드는 마법을 걸어놓은 건 아닌가...잠시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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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학사상 세계문학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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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심, 그렇게 높이 평가할만한 심리상태는 아니다. 지적인 허영심도 역시, 남부끄러워 해야할 특성일까? 독서에 있어서는 잡식성이지만 내겐 '빌려 읽을 책'과 '사서 읽을 책'의 목록이 별개로 구성된다. 그 경계를 결정짓는 가장 큰 기준이 바로 그 지적 허영심일 것이다. 서가에 꽂혀 있는 게 남부끄럽지 않을 만한 책. 지하철에서 누군가 읽고 있으면 그 사람 자체가 왠지 다시 보이는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그런 나의 지적 허영심을 200% 자극하는 책이었다. 들어본 적 없는 저자와 특이한 제목, 내가 평소 굳게 믿어마지않는 문학사상사 출판, 게다가 읽어본 사람들이 '나름대로 재미있다'라고 평가하는 책. 인터넷 서점에서 얻은 사전지식이 전부인 상태로 덥썩 구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2/3를 읽고 지지부진, 진도가 없다. 근대의 일본 사회라는 배경 자체에 대한 아무런 관심이나 흥미가 없을 뿐더러,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의 행태와 언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질 않았다. 게다가 그 고양이, 고양이치고는 되게 고리타분한 녀석이다. 짜식이 조금만 더 기발하고 재미있었어도 독서를 중간에 중단하진 않았을텐데.

한 수 배웠다. 멋져보인다고 관심도 없는 분야의 책을 덥썩 사지 말 것. 하지만 내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상, 언젠가는 심호흡을 한 번하고 다시 덤벼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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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7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너무나 지루하게 읽었어요. 초반까진 잘 읽다가 중간부턴 슬 지겹고 끝엔 책 값에 아가워서 읽었지만 읽고나니 뿌듯하더군요

두심이 2004-05-03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과 같은 동기로 구입했죠. ㅋㅋ..아직 부끄럽게도 읽지못하고 있습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헉! 어쩐다...

진/우맘 2004-05-0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어요 님...책은, 누구에게나 다른 느낌으로 다가가잖아요. 즐거운 독서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선입견은 갖지 마시길.^^;
 
달과 6펜스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5
서머셋 몸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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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릭랜드는, 보통의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분명히 악인이다. 아내와 가정을 무책임하게 버렸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친절하게 대할줄을 모르며, 은인의 아내를 빼앗아 자살에까지 이르게 했다. 하긴, 마지막 문장은 조금 더 고려해보아야겠다. 빼앗으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여하튼 분명히 그는 좋은 사람의 범주에는 들기 힘들며,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는 화자에게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그에게 매료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기이한 행적들이 이해되거나 매력적으로 비친 것도 아닌데도 스트릭랜드, 그에게 빠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감정은 나만이 느낀 것은 아닐성싶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화자 역시도 기이한 인간성의 탐구라는 단순한 흥미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애정(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낯간지럽지만)으로 변모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런 화자의 자연스러운 감정 변화에 나도 편승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단순한 고갱의 일대기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책을 덮은 지금 내 머릿속에서는 스트릭랜드와 고갱이 다른 인물이라고 나뉘어지질 않는다. 욕망이 배제된 순수한 열정이 느껴지는 고갱의 작품들이 책을 읽는 내내 눈 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스트릭랜드의 마지막 작품, 오두막의 벽화도 마치 본듯이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 강렬한, 기이한 생명력으로 가득찬 그림. 스트릭랜드의 도움을 받아 고갱을 바탕으로 창조된 나만의 그림. 그 뿌듯한 감동이 책의 재미를 더욱 배가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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