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드 소울 (Brown Eyed Soul) 1집
브라운 아이드 소울 노래 / 이엠아이(EMI)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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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악, 특히 가요계에 별 지식이나 열성이 없는 편이지만, 브라운 아이즈는 정말 좋아했습니다. 1집을 되풀이해 들으며 2집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 것도, 생각날 때마다 예전 음반을 다시 꺼내 들어본 것도 브라운 아이즈가 처음이었지요. 그렇기에 3집은 언제나오나 막연히 기다리던 중에 들은 비보, 해체 이야기는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되는 것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라는 음반이 나왔고, 색깔이 많이 비슷하다는 것이었지요.

브라운 아이드 소울 고유의 팬이 있다면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애초에 저는 이 음반을 '꿩 대신 닭'이란 기분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래서 큰 기대도 갖지 않았고, 들어본 결과 역시 기대 이상도, 기대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사실 전 튀는 나얼보다는 뒤에서 받쳐주는 담백한 윤건의 목소리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브라운 아이즈 때 나얼의 목소리에는 뭔가 카타르시스 같은 게 느껴졌죠. 그런데 아이드 소울에서는 그런 특별함은 느껴지지 않는군요. 어떤 분은 넷 중 나얼만이 너무 튄다고 하시던데, 사실 전 이 음반에서 나얼의 목소리를 구별해내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브라운 아이즈 말고 요즘 쏟아져나오는 타 앨범에 비교해보면 그렇게 떨어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정말 사랑했을까'보다 더 좋은 노래들이 많거든요. 개인적으로 '시계'를 좋아하지만 그 밖에 '해주길', '바보', '술', 'Go', '아름다운 이별'도 좋습니다. 이런... 앨범의 절반 가량이나 열거했군요. 어쩌면, 이 음반의 가장 큰 문제점이 이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반적으로 다 괜찮다. 하지만 특별하게 다가갈 한 두 곡이 없다.'

브라운 아이즈의 열성팬이었던 분들은 앨범 구입 전에 기대수준을 많이 낮추시는 것이 좋을겁니다. 어찌 원조에 비하겠습니까, 그렇죠? (음... 마치 아이드 소울이 '짝퉁'이라는 것처럼 들리겠군요. 저런.) 하지만 색조를 잃어가는 가을 풍경에 멍하니 시선을 고정했을 때 적합한 BGM을 찾는 분들에게는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윤건의 목소리가 듣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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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가 모두 너무 좋아요. 들어도 들어도 전 질리지가 앟더군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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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책으로 성석제를 처음 만났습니다. 자꾸 그의 이름이 귀에 들려오기에 도대체 어떤 작가인지 궁금해진거죠.

사실, 책이 손에 들어오기 전에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가 장편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소설집인 것을 알고는 잠시 당혹스러웠죠. 전 단편소설은 잘 읽지 않습니다. 여러 작가의 작품이 섞여있는 단편집은 덮고 나면 도통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서 싫구요, 한 작가의 작품집은 줄거리만 조금씩 다르지 결국 남는 느낌은 온통 매한가지라서 싫구요.

그런데 어, 성석제의 단편은 좀 느낌이 다르더군요. 기존의 단편집들을 읽고 나면 '정서', 말하자면 작가 혹은 작중 인물의 심리적인 흐름들이 먼저 다가왔는데요 성석제의 단편들은 '인간'이 먼저 다가오더라구요. 짧은 단편인데도 몇 권짜리 장편 못지 않게 주인공, 혹은 주변인물에 생동감이 있어요. 이런 느낌은 특히 선두에 선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서 두드러져서 다른 작품도 그런 시각으로 보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평을 쓰신 다른 분들 중에도 비슷한 의견이신분들이 있던데, 맞아요, 그렇게 신선하거나 놀랄만큼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천하제일 남가이를 읽으면서 저도 내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생각했으니까요. 접근방법이나 소재가 좀 심하게 비슷하더군요. 그리고 황만근은요, 아Q정전 생각난다는 분도 계시던데 저는 그것보다는 이문열의 '아가'가 생각났어요. 그 주인공 당편이 말이예요. 여러 가지 에피소드나 주제가가 있는 것부터 결국은 그 모자란 행각이 몇 몇이에게는 깊은 깨우침을 주는 것도 흡사하잖아요?

하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그런 작은 단점(? 단점 맞긴 한가?)에도 불구하고 성석제라는 작가가 그냥 넘길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단편집 한 권으로 이렇게 묵직한 존재감-자신의 작가적인 성향-을 건네는 작가는 자주 만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읽은 밑천이 아직 한 권뿐인지라 그 작가적 성향이라는 것을 뭐라 설명할 수는 없네요. 몇 권 더 열심히 읽어봐야죠 뭐. 누가 '재미나는 인생'을 읽고 그렇게나 많이 웃었다니, 제 다음 행보는 그쪽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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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작은 늪
스티븐 킹 / 글밭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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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윈스턴 처칠'이라는 제목으로도 국내에 나와 있는 스티븐 킹의 책이다. 정말 공포를 위해 써 낸 공포 소설.

'묻은 이가 되살아 나는 옛 인디언의 매장지'라는 소재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전혀 죽을 것 같지 않던 사람이 죽으면서 어디로 뻗어나갈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전개는 더욱 충격적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거나 180도의 반전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게 옥죄어 오는 느낌과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독자를 괴롭힐 것이다.

자칫 삼류 공포소설로 전락할 수 있는 이야기를 스티븐 킹 특유의 상상력으로 품격있게 마무리 했다. 다른 작품에 비해 특별히 좋다고 평할 수는 없지만, '역시 스티븐 킹'이라는 느낌은 충분히 전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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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할멈과 호랑이 - 2004 볼로냐아동도서전 수상작 꼬불꼬불 옛이야기 1
서정오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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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아이들 중에 '백설공주'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가 더 많을까, '팥죽할멈과 호랑이'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가 더 많을까?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박힌 우리 나라보다 도리어 서양의 동화들이 더 성차별이 심하다. 나역시도 전래동화집보다 세계명작전집을 읽고 커서인지 아직도 신데렐라 컴플렉스에서 완전히 벗어나질 못한걸...끙.

내 딸래미는 절/대 그렇게 만들진 않겠다! 하는 분연한 결심(?)과 함께 두리번거리다가 구입한 책이 바로 팥죽할멈과 호랑이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결심이고 뭐고 다 소용없어졌다. 의의와 상관 없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우선 큼직해서 좋다. 책꽂이에 잘 안 꽂히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난 그림책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책이 크기에 '집채만한 호랑이'도 정말 집채만하게 그릴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림이 멋지다. 할머니 주름살은 어찌 그리 정겨운지. 무르익는 감과 널어 말린 고추의 정경에는 마음이 푸근해지고, 지게며 맷돌이며 아궁이며...모든 그림이 사실적이면서도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우리야 그렇다치고, 우리 아이들은 언제 이런 옛 살림을 엿볼 수 있겠느냐 말이다.

또 생경하지만 곧 익숙하게 다가오는 구수~한 구어체를 읽어내려가다 보면 뜨끈한 온돌방에 화로에 밤 묻어놓고 아이에게 옛 이야기를 하나 해주고 있는, 그런 분위기가 절로 무르익는다. 각종 동식물과 사물 친구들이 호랑이를 물리치는 상황의 묘사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나마저도 킥킥 거리게 만들만큼 익살스럽다.

아무때나 좋지만 겨울이 제격일 듯한 그림책이다. 신나게 한바탕 읽고 아이랑 팥죽 한 사발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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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시네마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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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하면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어머니를 제쳐두고 따뜻한 모성, 고향같은 존재, 뭐 그런 느낌을 떠올린다. 언젠가 국내 소설 '마요네즈'를 읽으면서는 그런 어머니를 모두 뒤엎는 이미지의 어머니를 보며 당황스러웠다.

'가족'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포근한 사랑의 구성원들, 언제나 나의 우방인 사람들...그런 긍정적인 이미지가 줄줄이 꼬리를 물기 십상이다. 그런데 가족시네마는 그런 집단무의식에 일침을 가한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뒤틀려있는 군상이다. 사치를 좋아하는 허영덩어리 엄마는 모성보다는 여자로서의 본성이 더 강한 사람이고, 무능하고 엉뚱한 아버지 역시 사랑표현에 서툴러서 가장으로도 아빠로도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한 때는 꿈나무였던 남동생도 어느새 땔나무(?)로 전락한 신세이고...게다가 뾰족뾰족 온 몸에 가시를 세우고 있는 듯한 주인공도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인물이다.

이들 모두가 모여있는 장면은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아무리 버무려도 어울릴 수 없는 재료들처럼 어색하고 삐그덕 거리는 사람들. 사실, 별 다른 정리(?) 없이 스르륵 끝나버리는 결말부를 읽고는 도대체 주제가 뭔지, 어떻게 느껴야하는지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유미리는 굳이 가족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비틀어진 모습의 가족이라는 건 망가져가는 현대의 가족을 보여주기만 할 뿐 아니라 더 확대해서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도 비추고 있는게 아닐까.

어려운 작가다, 유미리는. 하지만 감성으로 읽어야함에도 자꾸 이성적인 분석의 잣대를 들이밀게되는 괴리감 역시도 유미리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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