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김남주 옮김, 이형진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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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닥터 푸르니에, 분명 미워해야할 사람인데도 어느결에 그가 이해되고, 그의 어이없는 유머에 웃음짓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권말에 보니 이런 느낌이 나만의 것은 아니더군요.

왜 많은 이들이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마도 글쓴이의 심정이 글에 잘 배어들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이제 성인이 된 글쓴이가 아버지를 이해했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를 은연중에 이해하게 되고, 그럼에도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한 상처가 크기에 어느 순간에는 그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겠죠.

그나저나, 참으로 지독한 반어법입니다. 투명한 동심의 거울에 비친 닥터 푸르니에의 기행에 순간순간 숨이 멎을 듯 화가 났습니다. 저녁식탁에서 '장난으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하는 아버지라니... 하지만 처음에는 마냥 화가 나고 어이가 없던 기행들이 되풀이될수록 정말 괴롭고 고통스러운 것은 나라고 부르짖는 닥터 푸르니에의 외침이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더군요.

마지막에 정말 실존하는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과 지은이의 용서의 말은 그동안 정리되지 않았던 모든 감정을 일시에 완결지어 주는 힘이 있습니다. 대단한 작가입니다. 짧은 글에 그토록 많은 감정을 실어 내고 또 그 감정들을 몇 줄로 단번에 마무리 하다니! 그러기에 읽는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글 속에 사로잡힙니다.

쉽게, 빨리 읽히지만 오래가는 여운을 남기는 좋은 책입니다. 작가는 오랜 시간을 들여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한 듯 보이는데, 저는 어떻게 될지...역시 많은 시간을 들여야 그 답이 보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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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못 읽어 봤는데 보관함에 담이두고 고민 중이랍니다. 별 다섯개로 푸짐한 점수릏 주신 걸 보니 사서 읽어도 되겠네요.^^

진/우맘 2004-04-2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괜찮았어요.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아무 기대 않고 읽었기 때문일까? 별 다섯 개는 그냥 잊어버리시고 읽으시는 게 좋겠네요. 기대를 잔뜩 했다가 실망하면 안 되잖아요.^^
 
눈 오는 날 비룡소의 그림동화 12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김소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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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에, 전 애즈러 잭 키츠도 당연히 흑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백인이더군요. 그가 피터를 그려내는 것은, 인종문제에 민감해서라기 보다는 흑인 꼬마 주인공이 전형적인 서민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맞춤하기 때문이었답니다. 일부러 딴지를 걸라치면, 이것도 흑인=가난이라는 일종의 인종차별 의식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림을 보면 느낌이 오니까요. 빨간 옷을 입은 작은 아이, 피터의 귀여운 모양새를 보자면 작가가 이 캐릭터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피터의 노는 모양에 빠져들면서 아이의 피부색 같은 건 아무 상관 없이 받아들일 거구요.

무엇보다도 그림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글 없이 그림만을 넘겨도 피터의 기분이 여과 없이 그대로 전해올 정도로요. 눈 산에서 미끄럼을 타는 그림을 보면 야!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지요. 그리고, 머리에 눈을 맞은 피터의 그 표정이라니... 딸아이에게 '피터가 어떻게 하고 있어?' 하고 물었더니 고 귀여운 표정을 그대로 따라해서 한참을 큭큭대고 웃었습니다. 글 또한 그림에 잘 녹아들어 술술 읽힙니다. 아이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흐름에 빨려들었는지 딴청 한 번 안 부리고 잘 보더군요.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는데, 아이는 아직도 가끔 피터를 찾습니다. 하지만 저는 '겨울이 오면 사 줄 책'목록에 담아놓고는 시치미를 떼고 있지요. 겨울이 오면, 그리고 눈이 오면 눈 오는 날을 다시 읽고 아이와 함께 밖으로 뛰어나갈 겁니다.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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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 119 소아과 (개정11판) - 2005년 대한의사협회 선정추천도서 삐뽀삐뽀 시리즈
하정훈 지음 / 그린비라이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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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하정훈, 하정훈하기에 막연한 호기심으로 도서관에서 대출을 했습니다. 윽, 책 무게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백과사전다운 위용을 자랑하는 그 두께에 '이걸 과연 다 볼 수 있으려나...'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잠시, 한 번 읽기 시작하니 칭얼대는 아이를 엎고 서서까지 읽게 되더군요. 평소 아이 키우면서, 병원다니면서 궁금하던 점을 어찌 그리 속 시원하게 긁어주던지. 이유식이나 아이의 심리와 관련된 부분도 유익했지만 무엇보다도 도움이 되었던 것은 아이가 아플 때의 증상 별로 나누어진 대처법들이었지요. 첫째가 네 살이 되었는데도 변비에는 우유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던 제가 한심해지더군요.

결정적으로 이 책의 도움을 받은 것은 둘째가 2차 뇌수막염을 맞고 보챌 때였습니다. 예방주사 후유증은 처음 겪는 일이라 잠시 당황했으나 책을 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읽고는 약국에 가서 타이레놀 시럽을 사와 먹이고, 냉찜질(은 시도했으나 아기가 싫어해서 못 해줬어요^^;)을 하려다 보니 어느새 색색 잠이 들었더군요. 아기에게도 유익하지만, 무엇보다도 믿는 구석(= 이 책)이 있으니 제가 한 결 더 차분하게 대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몇 번 재대출해서 읽긴 했지만, 읽었다고 다가 아니라 장만해 놓는것이 좋을 것 같더군요. 그래야 다음에 또 아이가 아프면 얼른 뒤져보게 되지요. 전 여동생들이 많은데, 동생이 임신한다면 제일 먼저 사주고 싶은 책입니다. '제 아이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하는 소아과 의사를 한 권(?) 곁에 두면 한결 마음이 편안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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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 그림책 즐거운 e만남
김양현, 김향미 지음 / 프리미엄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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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유식과 그림책이라는, 아이 키우기에 있어서 가장 고민되는 두 가지를 어울러 펴냈다는 기획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 책에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규칠맘과 뽈뽈맘이 요리연구가나, 출판사 대표가 아닌 평범한 엄마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글쎄, 이유식과 그림책에 대한 열정을 보면 마냥 평범하다 할 순 없지만^^;) 그리고 그 엄마들이 직접 자기 아이에게 먹여본, 읽혀본 이유식과 책이라는 점...자기 아이에게 줘보았다는 사실보다 더 신뢰가 가는 것이 있을까요?

규칠맘의 이유식은 까다롭지 않아서 좋습니다. 몇 개월 이전엔 이런 영양소를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과 이것은 먹이면 안 되고...하는 식이 아닙니다. 아기가 받아들일 수 있겠다...싶으면 천천히 먹여보는 여유 있는 자세는 영양소와 세균에 노예가 되어 버린 듯한 요즘 엄마들의 지나친 깐깐육아에 경종을 울려주는 듯 합니다.

또, 쉽고 재미있습니다. 우리 아기 입에 들어갈 음식이라 재미있는 건지, 밥하는 건 귀찮아도 이유식 만드는 건 신이 납니다. 규칠맘이 일러준 대로 하루 정도 투자해서 밑재료만 준비해 놓으면 한 달도 넘게 거뜬히 다양한 이유식을 먹일 수가 있습니다.

사실, 엄마는 흥이 나서 이것저것 만들어 대는데 지금 우리 아기는 이유식을 그다지 즐겨 먹지는 않습니다. 일정한 시간, 기분 좋은 시간에 먹여야 하는데 직장맘은 그게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공부 없이 무작정 시도했다가 '애가 안 먹으니까’포기해 버렸던 첫째와 달리 지금은 끈기 있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기 이유식, 후기 이유식이 몇 달 늦어지더라도 엄마가 정성들여 만든 이유식을 줘야 하는 이유를 이젠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 믿음도 규칠맘에게서 배웠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초기․중기․후기의 월령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매번 당근이의 생일을 찾아 헤매야 한다는 것입니다. 월령과 거기에 해당되는 이유식을 권말에 표 한 장으로 마무리 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또 하나만 더 욕심을 부리자면, 가격을 조금 더 올리더라도 뜯어서 냉장고에 붙일 수 있는 간단한 이유식 래시피를 부록으로 끼워 준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머리 나쁜 엄마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책을 뒤지는 수고를 안 해도 될텐데 말이예요.^^

그림책 부분은 이유식보다 더욱 마음에 듭니다. 사실, 여러 가지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기에 계열성이 없이 조금 산만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림책에 대한 무궁무진한 길들의 출발점이 된다고나 할까요. 뽈뽈맘이 소개해 준 엄마가 읽어보면 좋을 책을 찾아 읽고, 그 여러 책들이 공통으로 추천하는 책을 골라 사고, 응용활동을 따라 하고...그런 과정 중에 틈틈이 돌아와 뒤지게 되는 책입니다. 말하자면, 그림책 백과사전인 셈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치 있는 점은 뽈뽈맘이 소개해준 것이 두 아이, 적어도 그 중 한 아이와 그 책을 직접 체험해본 뒤의 감상이라는 것입니다. 출판사, 그림책 전문가들의 리뷰도 가치 있고 훌륭하지만, 막상 엄마가 책을 사서 아이와 읽어보면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뽈뽈맘의 리뷰는 그런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여주지요.

이 책을 200% 활용하려면 꼭 포스트 잇도 함께 장만 하세요. 이유식 조리법이 나온 페이지마다 ‘닭죽/시금치죽’하고 이름을 적어 끼워놓으면 필요할 때 금방 펼쳐볼 수 있어 좋습니다. 관심 있는 그림책이나 활용법에도 물론 끼워 놓으면 좋구요. 하지만 이유식과는 색깔을 달리 하는 것이 보기에 편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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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51
존 버닝햄 지음, 이주령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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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금님의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에 보니 아이들의 특성 중에 물활론, 인공론, 실재론이라는 것이 있더군요. 그 중 물활론은 모든 사물에 생명이 있다고 믿는 것이고, 실재론은 꿈과 상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랍니다. <알도>는 이런 아이들의 심리를 꿰뚫은 수작입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책을 만든다는 것은 아동심리를 많이 공부하는 것만으로 되는 일은 아닐 겁니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좋아하고 동심을 잃어버리지 않은 순수함이 있어야만 하겠지요. 그런 점을 생각해본다면, 존 버닝햄은 정말 뛰어난 작가입니다.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한 것은 모 유아교재사에서 매달 배달해주는 책들 틈에서였습니다. <아기 힘이 세 졌어요>라는 제목이었는데, 원제는 ‘아보카도 베이비’더군요. 존 버닝햄이 영국의 3대 그림책 작가인지도 몰랐던 그 때는 ‘뭐 이런 그림이 다 있어?’하고 생각했습니다. 낙서인 듯 긁적인 선, 사람들의 어색한 자세, 그래서 예쁘지 않은 그림이 성의 없음의 표상 같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그 책만 자꾸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더군요. 알도의 작가 소개란에, 존 버닝햄은 일부러 아이들의 그림처럼 결여된 부분을 남겨서 그들에게 다가간다고 써있는 걸 보고서야 아이가 왜 그 책을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림책의 알도는 참 믿음직해 보입니다.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토끼이면서도 그저 예쁘고 귀여운 모습이 아니라 마치 아버지같이 의지되는 듬직한 모습이지요. 외롭고 약해 보이는 소녀와 아주 잘 어울려요. 알도와 소녀가 상상의 세계에서 펼치는 여행도 어두우면서도 신비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배경으로 처리되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200% 자극하구요.

하지만 저희 딸아이는 아직 알도에 푹 빠지지 않았습니다. 한 번 밖에 못 읽어준 탓도 있지만, 아이의 성격에는 그렇게 와 닿지 않나 봐요. 인형과 대화하며 외로움을 타기 보다는 씩씩하게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하거든요. 사실 영국이나 기타 유럽의 나라들에선, 아이들이 최고의 인형친구를 갖는 것이 성장과정에 있어서의 통과의례처럼 보편적인 정서일지 모르지만, 아직 우리나라 아이들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면, 우리 딸아이만 독특한 걸까요?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걸까요? (아니... 더 솔직히 얘기하면, 버닝햄의 가치를 알면서도 아직 예쁜 그림을 더 좋아하는 엄마의 소녀취향을 아이가 꿰뚫어 본 듯도 하군요. ^^;)

그래도 일부의 아이들은 소녀에게 완전히 감정이 이입되어, 알도와 함께 상상의 나라로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험을 한 친구들은 알도를 분명 최고의 그림책으로 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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