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호텔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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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호텔, 참 훌륭한 그림책이더군요. 그런데 이 책은 아이보다는 제게 더 유익했습니다. 요즘 하고 있던 그림책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복습시켜 주었거든요.

그림책을 고르면서 주의해야 할 점 첫 번째

---아이의 연령, 발달을 고려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저는 중요한 부분을 간과했습니다. 글이 적다고 곧 쉬운 그림책, 어린아이가 보는 그림책은 아니라는 점이요. 선인장 호텔이 글은 몇 줄 안 되지만, 생태계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담고 있기에 꽤 높은 수준의 책입니다. 우리 딸아이는 네 살인데요, 첫 장 절반도 넘어가기 전에 책을 빼앗아 쓱쓱 넘기더니 중간에 동물들이 구멍을 파고 들어앉은 그림이나 열심히 보며 이름을 주워섬기더군요.^^; 이 책은 적어도 대여섯 살, 나아가 초등 저학년까지 봐도 좋을 책입니다.

---아이의 특성과 흥미를 고려해야 한다. 제가 과학그림책 쪽은 많이 안 보여 주어선지, 과학에 관련한 책에는 아직 별 흥미가 없네요. 게다가 여자아이치고는 개구지고 활동적인 편이라, 그림책도 다이내믹한 구성과 흥겨운 말놀이가 들어간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선인장 호텔의 잔잔한 설명조가 먹히겠습니까...쩝.

도리어,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중간중간 쿡쿡 웃기도 하고, 아~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요. 이 백년이 넘게 살던 선인장이 쿵, 쓰러지는 부분에서는 뭔가 마음에 울림이 오기도 하더군요. 잘 기억해 뒀다가, 아이가 좀 더 나이가 먹으면 꼭 보여주렵니다. 나중에 흥미 있게 보는 모습을 보면, 아이가 자라는 모습에 기분이 뿌듯해 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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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주사 무섭지 않아 - 그림책은 내 친구 내 친구는 그림책
후카이 하루오 글 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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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새록새록 깨달아지는 사실은, '내가 재미 없으면 아이들도 재미 없다'입니다. 애들이니까 이 정도면 재미있어 하겠지... 이 정도면 흥미있어 하겠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어른이 보고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아이'라는 존재, 결코 만만치가 않거든요.^^

각설하고, <예방주사 무섭지 않아>는 제가 봐도 재미있습니다. 제가 재미있는만큼 아이도 좋아하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연달아 세 번씩, 오늘까지 총 서른 번은 읽었을 법 한데도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 정확한 이유를 대지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거인 아저씨라는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덥수룩한 수염과 대머리, 털이 숭숭 난 다리에도 불구하고 주사를 무서워하는 순수한 거인의 모습은 볼 수록 정이 가거든요. 게다가 복장이라고는 홑팬티(아무리 봐줘도 바지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한 장, 그리고 배꼽은 귤배꼽... 웃지 않을 수가 없지요.(거인 아저씨의 배꼽에 얽힌 사연은 같은 작가의 '거인 아저씨 배꼽은 귤배꼽이래요'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예방주사라는 특이한 주제를 아이들의 입장에서 풀어낸 것도 재미에 일조를 하고 있지요. 깔끔한 그림과 딱 읽어주기 좋은 분량의 글은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구요.

저희 딸아이는 거인아저씨가 곰곰히 생각하는 부분에서 책을 못 넘기게 하고 '거인아저씨가 어떤 꾀를 냈을까?'하고 자기에게 꼭 물어봐달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도 거인아저씨의 꾀가 기발했나보죠.

마지막 장, 돌아가는 거인아저씨의 모습에서도 어깨에 올라탄 게 자기라느니 하면서 신나합니다. 훌륭한 그림은 글 없이도 많은 것을 말해 주잖아요. 제가 봐도 거인아저씨의 뒷모습은 예방주사를 맞고 난 뒤의 후련함, 뿌듯함, 즐거움, 의기양양함 등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답니다.

이제 만 48개월이 되면 추가 예방접종이 우르르 닥쳐올텐데...과연 이 책을 읽었다고 아이가 용감하게 팔을 내밀겠습니까마는, 주사 맞고 엉엉 우는 아이에게 거인아저씨 얘기를 해주면 울음 끝은 좀 짧아지지 않을까요?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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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 선생님, 영어 그림책 골라주세요!
이명신 지음 / 보림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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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이명신 선생님에 대해 잘 모릅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니 꽤 유명한 분이신가본데, 저는 텔레비젼이나 인터넷에서도 접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냥, 아이의 그림책에 대한 책을 골라 읽던 와중에 도서관 서가에서 보고는 호기심에 뽑아 들게 된 것입니다.

요즘은 영어 조기교육이 열풍인데, 저는 영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영어는 무슨, 우리 말이나 잘 하면 되지'하는 심통이, 사실은 여우가 신포도라고 우기는 심정이었지요. 원어민을 붙여 가르칠만한 경제적 여유도 없고, 엄마가 붙들고 시켜줄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도 없으니 그냥 쓱 미루고 포기해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방식으로 아이에게 영어를 접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은근한 자신감이 드는군요.

그렇다고 이 책이 영어 조기교육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명신 선생님은 영어그림책을 영어교육의 도구로 보지 않고, 아름답고 좋은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영어를 접하게 해주자...하는 자세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그게 그 소리 아니냐 싶을지 모르지만, 제가 느끼기에 둘의 차이는 큽니다.

전자를 강조했다면 영어그림책을 읽어줘야겠다는 의욕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어찌어찌 읽어준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은 저도 아이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후자는 다르지요. 저는 그림책을 좋아하고, 그림책 읽어 주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물론 제 아이도 그렇구요. 그 좋은 시간의 언어가 영어로 바뀐다는 것...그것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네요.

그 교육효과가 당장에 나타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나중에 언제라도 bear라는 단어를 배울 때 머리 속에 에릭칼의 그림과 함께 갈색의 곰이 떠오른다면, 더불어 엄마와 함께 한 좋은 시간의 기억이 떠오른다면, 아이는 영어를 한결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다양한 그림책의 컬러 삽화가 눈을 즐겁게 해서 쓱쓱 잘 넘어가는 책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록의 연령별 영어 그림책의 소개에 책 표지와 좀 더 자세한 소개가 있었다면...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책 고르기에 좀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책을 덮으며 제가 구입하려고 꼽아둔 것은 'snow', 'bugs! bugs! bugs!', 'olivia' 등 입니다. 이 책들과 함께할 시간이, 벌써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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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메라 & 사진 수정 편집 확실히 배우기 - 할수있다!
조현재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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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당한 기계치라 대부분의 기계를 두려워(?) 하지요. 그런데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예쁜 내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강력한 동기가 용감하게 디카에 덤비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설명서를 열심히 읽어도 막상 아이 사진 찍을 때는 언제 플래시 맞추고, 모드 맞출 짬이 있습니까? 무작정 찍었지요. 그러고는 화면으로 보니 실내라 그런지 컴컴...한게 기대 이하더군요. 누가 포토샵으로 수정하면 된다기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도서관에서 포토샵 책을 빌렸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이건 아니다...'싶더라구요. 포토샵이 사진 편집에 용이한 건 사실이지만, 그 주요 기능이 디자인인지라 포토샵 책으로는 제가 원하는 사진 편집의 기본 기술을 쉽게 터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디카 카페에 들어가 추천받은 책이 이것이었죠. 사실, 고민은 좀 했습니다. 책 값이 만만치 않잖아요. 하지만 이구동성 제 값을 한다기에, 게다가 1만원 인화권도 준다기에 구입했지요. 결과요? 만족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봤냐구요? 아니죠~ 애엄마가 그럴 시간이 어디있겠어요.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필요한 부분만 쏘옥 쏙 뽑이 읽고는 쓰윽 쓱 따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이 어둡다? 사진 밝기 조정하는 페이지를 찾아 펴면 되지요. 뽀샤시한 사진을 원한다? 뽀샤시하게 만드는 법을 따라 하면 됩니다. 물론, 포토샵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터라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시행착오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못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책의 오류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은 제 잘못일 것 같네요.

책은 크게 사진 찍는 법과 찍은 사진 수정 법으로 나눠 지는데요, 제 디카는 자동이라 찍는 법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수동 카메라 위주로 설명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슬쩍슬쩍 넘겨 보고는 고수들의 대화 내용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권말에 요약정리나 디카 구입법, 100문 100답 등도 상황에 따라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디카 왕 초보부터 수동카메라를 장만하고 세상을 다 찍겠다 포부를 품은 예비고수까지, 누구나 잘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참, 인화권으로 인화도 해봤는데요, 꽤 많은 사진을 멋지게 뽑을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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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이 사는 나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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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데, 그리고 아이의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유머'라는 요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유머'와 '해학' 중에 어떤 표현이 더 깊이있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이것은 우문입니다. 두 단어는 뜻이 같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우리말이라서인지 '해학'이라는 단어에 더 정이 느껴지는군요. 그리고 그 말만 듣고도 여러 가지 정경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펼쳐집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펼쳐지는 것은 신명나는 탈춤입니다. 우리 문화 중 '해학', 즉 유머의 정수라고 할 수 있잖아요.

저는 엉뚱하게도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탈춤을 연상했습니다. 동그란 얼굴들에 험상궂은 이빨을 갖고 있지만, 사실 눈동자는 빙글빙글 웃고 있는 괴물들의 모습, 마치 우리네 탈 같지 않습니까? 그 괴물들이 맥스와 함께 벌이는 장난, 모험도 마치 한 편의 블랙코메디, 우리네 탈 춤 한마당 같습니다.

이런 중첩적인 감정 표현은 어른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지요. 무섭게 보이지만 사실은 무섭지 않다는 것... 괴물이지만 사실은 재미있는 친구들이라는 것... 이런 설정, 이런 감정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키겠습니까?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이런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는 분명 '괴물들은 무서운 눈알을 뒤룩대고, 무서운 이빨을 부드득 갈고...'하며 읽고 있는데 그림을 보던 아이는 어느새 '엄마, 난 이거(얘)하고, 이거하고, 이게 좋아. 엄마는 어느게 맘에 들어?'하고 묻고 있습니다. 모리스 샌닥의 그림에서, 눈동자 속의 표정을 읽어낸 것이지요. 그림책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일 일것입니다. 얼마나 그림에 공을 들인 것일까요. 그리고, 그림에 살짝 어깃장을 놓는 듯 하면서도 매끄럽게 읽히는 문장들도 보통 공들인 결과가 아닐 것입니다.

현실세계에서는 작던 화면이, 맥스가 상상에 빠져들수록 점점 커지고, 결국은 화면 두 바닥을 가득 채우지요. 그 두어 장에는 글이 없습니다. 맥스과 괴물들과 어울리는 그 장면에서 저는 말을 만들어 읽거나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어느 오지의 원주민들이 밤에 화톳불을 피워 놓고 축제를 할 때 나는 북소리 있잖아요? '둥둥둥둥 둥둥둥, 둥둥둥둥 둥둥둥'하는 북소리를 내지요. 어느새 저도 그림책에 몰입되었던지, 처음 읽는 순간부터 망설임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런 소리가 흘러 나오더라구요. 요즘은 북소리가 느낌에 따라 커지거나, 빨라지기도 하고 아이는 한 술 더 떠서 중간중간 인디언인냥 '오오오오~'하고 입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지친 맥스가 현실세계로 돌아오고, 마침내 방 안에 만족스러운 얼굴로 서 있는 맥스... 그리고 다음 장 빈 여백의 한 줄. '저녁밥은 아직 따뜻했습니다...' 그 한 줄을 읽을 때의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정말 힘든 모험을 떠났다 온 듯 약간은 지치고 더불어 안락한... 그 느낌! 사실, 아이는 이 마지막 장에 별 감정을 싣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이 나오면 벌써 다음 그림책을 찾아 눈을 굴리지요. 하지만, 저는 뭐니뭐니해도 마지막 한 줄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어쩌면, 아이보다는 제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더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네요.

모리스 샌닥, '그림책계의 피카소'라지요? 기발한 발상과 고정관념을 깨는 표현때문에 그렇게 불리나 본데요, 기발함이야말로 아이들의 특성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꼬마 친구들이 이 책을 그렇게 좋아하나 봅니다. 적당한 크기와 보송보송한 표지, 무광의 부드러운 크림색 속지까지, 모두모두 제 마음에 쏙 드는 그림책입니다. 괴물이 나온다고 해서 구입을 망설이셨던 엄마들은 걱정 마시고 펼쳐보세요. 크고 동그란 괴물들의 눈동자에서, 저처럼 해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긋이 배어 나오는 미소 한자락 쯤은 발견할 수 있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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