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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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닝햄, 너무도 유명한 이름이지만 전 개인적으로 그의 그림책 세계를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예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림도 그렇고, 쉽고 단순한 듯 하면서도 심오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글도 그렇고... 그래서 <지각대장 존>도 유심히 살펴보질 않았습니다. 이번에 아이와 함께 보게 된 이유도, 사실은 도서관에서 대출할 것이 마땅치 않아서 였습니다.

그런데 왠걸, <지각대장 존>,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책이네요. 반복의 재미를 살리려고 일부러 길게 지은 듯한 존의 이름(몇 번이나 읽어줬는데 아직도 외우질 못해요^^)부터, 가볍지 않은 주제를 은근히 일깨우면서도 코믹한 상황 연출까지...아이와 엄마에게 각자 다른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독특한 책입니다.

천장에 고릴라와 매달린 선생님을 보고도 '우리 교실 천장에 고릴라 같은 건 살지 않아요, 선생님.'하는 존의 모습에서, 저는 통쾌함과 동시에 서늘한 한기마져 느껴지더군요. 상상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심결에 짓밟는 어른들 때문에 변해가는 존, 혹시 나도 은연중에 선생님 같은 말과 행동을 내뱉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였습니다

하지만, 엄마 머리속의 이런 복잡한 감상과는 상관 없이 딸아이는 까득거리며 좋아합니다. '천장에 고릴라가 진짜 있는데, 그지?' 상황 그대로의 반전과 유머만을 즐기고 있는 거죠.(아니, 그건 모르겠습니다. 이 꼬마 아가씨의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지 알게 뭐예요. 섣불리 넘겨짚지 말자!)

요즘 들어 질리지도 않는지 매일매일 책꽂이에서 뽑아 오는 책입니다. 대출기간이 끝나가는데, 어쩌면 사 주어야할 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유명한 데엔 이유가 있나봅니다. 이젠 존 버닝햄의 다른 작품들에도 조금은 더 애정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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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숨바꼭질 내 친구는 그림책
하야시 아키코 그림, 수에요시 아키코 글, 고광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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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넘겨본 순간, 마리 홀 에츠의 <숲 속에서>가 떠올랐습니다. '이거...표절 아닌가?' 하지만 아이와 함께 숲속 숨바꼭질을 마친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기분이 드네요. <숲 속의 숨바꼭질>에 홀딱 반해서, '표절은 무슨, 아이디어를 빌려왔을 수도 있고...아닐 수도 있지.'하고 무작정 편을 들어주고 싶어졌어요. 읽어 주기 전에는 내용이 좀 길지 않나 싶었는데, 아이가 책에 너무 몰입을 잘 해서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습니다.

오빠와 달리기 시합을 하던 민희가 울타리 밑 구멍으로 기어들어 간 순간, 평소엔 모르던 깊은 숲 속으로 접어들게 되지요. 거기에서 숨바꼭질 요정을 만나게 됩니다. 민희는 술래가 되어 여러 동물들을 찾아 내고, 이번엔 숨바꼭질 요정과 함께 꼭꼭 숨었는데...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파트 단지네요.

아이가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과정이 매끄럽고 재미있게 잘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멋진 것은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이죠. 온통 노랗게 물든 아름다운 숲 속 정경도, 나뭇가지 팔다리를 하고 나뭇잎 모자를 쓴 숨바꼭질 요정도 새롭고 아름답습니다. 그 환상적인 숲에 동물들을 어찌나 교묘히 잘 숨겨 놓았는지, 지금껏 스포츠 신문에서 보던 숨은 그림 찾기와는 차원이 다르네요.

딸아이도 처음에는 잘 못 찾겠다고 투정이더니, 옆에서 살짝 힌트를 주며 북돋아 주니 뚫어져라 화면을 보며 집중하더군요. 요 며칠은 매번 읽어달라며 이 책을 들고 옵니다. 어제는 '엄마, 나도 여기 가서 숨바꼭질 하고 싶다.'하더군요. '엄마도~' 정말, 딸아이와 은행잎 소복한 아름다운 숲에 가서 숨바꼭질을 할 수 있다면...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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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항아리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6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2
정병락 글, 박완숙 그림 / 보림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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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고 따분해지기 쉬운 전통 문화를 다양한 시선에서 재미있게 펴 낸 '솔거나라' 시리즈는 아무리 칭찬해도 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옥석은 있겠죠. 그리고, 제가 볼 때 <숨쉬는 항아리>는 돌보단 빛 고운 옥에 더 가깝겠네요.

후한 평가를 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그림의 공이 큽니다. 우리의 전통 옹기를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고, 그 위에 귀여운 표정들을 입혔습니다. 정보의 전달과 친근감이라는, 어찌 보면 양 극단에 있는 두 토끼를 가뿐하게 잡아냈네요. 주인공 항아리의 표정이 참 귀여워요.

<숨쉬는 항아리>에서는 전통 옹기가 만들어지고, 메주가 담겨 된장과 간장이 되는 과정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려집니다. 물론 옹기의 제조 과정이나 메주가 된장이 되는 과정에서 설명할 내용이 더욱 많겠지만, 제 딸아이(4살)의 입장에서 보면 자질구레한 설명이 없는 편이 더욱 효과적이었습니다. 그저 이런 그릇이 있구나...우리 흙으로 만든 그릇은 숨을 쉬는구나...하고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요. 혹시 더 커서 다른 궁금증이 생기면, 그 때는 다른 책이나 매체를 통해 자세히 설명해주면 되겠지요.

아이에게 처음 책을 읽어 주면서 반응을 보면 앞으로 이 책을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를 자연히 알게 됩니다. 책 읽는 도중에 딴 짓을 하거나 다른 책을 들고 오면 연령이나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달라고 하면 그 후로도 계속 좋아하지요. <숨쉬는 항아리>는 한 번 반 읽었으니, 별 세 개 정도? 그런데,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그림책은 대부분 싫어하는 아이의 취향을 고려하면, 대 히트에 가깝다 봐도 되겠네요.

간결한 내용에 들춰보기가 가능하니 유아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겠고, 우리 전통 옹기에 대한 정보 전달을 생각하면 초등 저학년까지도 권해줄만 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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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꼬불꼬불 옛이야기 2
서정오 지음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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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꺼내 펴 든 순간,
'......!'
너우 예쁜 그림에, 잠시 숨쉬는 것도 잊었답니다. 눈이 편해지고 마음도 환해지는 연두색 가득한 화면에, 색연필의 터치가 그대로 살아 있는 그림. 우리 옛 이야기 그림책에서는 흔히 보지 못한 독특한 그림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림 속의 엄마, 아이, 할아버지 모두가 자그마하고 정겨운 우리 얼굴 그대로이거든요. 임금님 귀는...얘기에 엄마와 아이가 왜 나오냐구요? 국어시간에 배웠던 액자구조 있잖아요. 그런 구성이거든요.

이거 하고 놀자~ 저거 하고 놀자 아이가 조르지만, 아기 동생이 있는 엄마는 계속 바쁩니다. 결국 아이는 토라져서 커튼 뒤에 숨어 버리지요. 그런 아이에게 엄마는 빨래를 널며 옛이야기를 한 자락 해줍니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도중에도 아이는 화면을 넘나들며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입니다.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그림이지요. 글도 그림도 요즘 우리집 풍경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더군요. 동생 본 지 얼마 안 되는 딸아이도 느꼈나봐요.

'엄마, 나도 화나면 커튼 뒤에 숨는데, 그지? 엄마, 이 아가 우리 연우랑 똑같다. 그지?'
연신 그지? 그지? 하며 신나합니다.

옛 이야기 구성지게 풀어내기로 유명한 서정오님의 입담은 이 책에서도 여전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한 이야기를 입말체로 정겹게 써서 그림에 잘 녹아든답니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 이은 두번째 고개도 이렇게 마음에 드니...다음 고개가 어서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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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황금빛 유혹 다빈치 art 9
신성림 지음 / 다빈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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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의 '키스'를 봤을 땐 그저 '너무 예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유디트'를 보고는 '너무 멋지다'고 감탄했구요. 책을 덮은 지금은...도대체, 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림은 사랑하는 만큼 알고 싶어지고, 아는 만큼 더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작가나 배우도 그렇지만 화가만큼 인생역정이 돋보이는 사람들도 드물구요. 그래서 읽기 전에는 클림트의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대는 들어가는 말 첫 줄부터 깨지더군요. 화가치고는 드물게 밋밋한(?) 인생을 산 사람이라나요?

--- ' 나에 대해 뭔가 알고 싶다면-물론 화가로서의 나 말이다- 내 그림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서 그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면 될 것이다.' 그의 말대로 그의 인생에는 엿볼 만한 것이 없다. 반 고흐가 극적인 인생 때문에 그의 그림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화가라면, 클림트는 반대의 경우가 될 것이다. 그의 그림들이 이 남자, 구스타프 클림트에 대한 관심을 부른다.' 들어가는 말 중 ---

그의 말이 맞았습니다. 화가로서의 그를 알려면 그림을 보면 되지요. 하지만 사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는 그를 알려고 별달리 노력한 바가 없습니다. 책 속 가득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들에 빠져서 화가의 인생도, 심지어 작가의 글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거든요.

이 책 직전에 마침 에곤 실레를 읽은 지라(뭘 알고 그런 것은 아니고...운이 좋았죠.^^) 두 사람을 비교해 보는 것도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클림트의 화집이 갖고 싶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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