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찬란한 바다
스즈키 코지 지음 / 씨엔씨미디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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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즈키 코지는 언제나 나를 흥분하게 했다. 링 모든 시리즈, 낙원, 어두컴컴한 물 밑에서를 읽으면서 어느새 나는 그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치고 있었다.

햇빛 찬란한 바다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즈키 코지 특유의 역동적인 힘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다른 작품과 유사한 느낌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빈번하다. 사유리의 병력을 찾아 헤매는 부분은 링에서와 흡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다케시의 항해와 표류 장면은 낙원의 2장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스즈키 코지의 입문서로는 참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링> 이외의 작품들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은 '햇빛 찬란한 바다'로 그를 맛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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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파즈
무라카미 류 지음, 김지룡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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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역겨웠고 매우 충격적이었다. 제목에서 받는 이미지와 내용이 이렇게 어긋나본 것은 처음이었다.(하지만 나중에 그것보다 더 어긋나는 책을 만났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ㅎ,ㅎ,ㅎ)

도대체 어떻게 이런 책이 심의를 통과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장정일과 서갑숙이 법정에 선 것이 무색했다.) 하지만 그냥 성적인 흥분이나 환상을 제공하려고 쓴 글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보는 사람을 괴롭고 슬프게 했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이 글의 주인공들은 모두 '추녀'이다. 게다가 SM play를 전문으로 하는 창녀라는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들이다. 창녀 - SM - 추녀 뭔가 어긋나고 이그러진 것이 분명한 출발이다. 그런 시작점에서 연이어지는 과정 또한 범상치가 않다. 마치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적나라한 광경과, 그에 버금가게 뚜렷이 보이는 그녀들의 속내. 고개를 돌리고, 보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었다. 그것도 단숨에.

책을 덮은 후의 비참한 기분은 그녀들에 대한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단순한 내가, 어느 결에 일본 사회, 더 나아가 거대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넘본 것이다.

류는 묘한 소설가다. 그를 작가가 아닌 단순한 엔터테이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엔터테이너라면 왜 쉽고 편안한 길을 버려두고 이런 방법을 택할까? 외면하고 싶은 책을 끝까지 접지 못하게 하는 힘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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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차 타기
스티븐 킹 지음, 최수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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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것은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를 읽고 스티븐 킹에 대한 재평가를 하고 난 후 였다. 게다가 연일 e-book으로서의 기록적인 판매고가 매스컴을 휘저으면서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만 갔다. 직장 비치용으로 도서를 추천받을 때, 나는 자신만만 이 책을 권했다. ......후회막급.

물 탄 맥주처럼 닝닝하고 싱겁기 짝이 없다. 예전에 스티븐 킹의 단편 공포 소설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정서가 달라서일까. 이야기 속의 운전사보다는 전설의 고향의 내다리 내놔라 귀신이 훨씬 무섭다!!!

게다가 빈약한 분량이라니... 아직도 난 스티븐 킹의 열렬한 팬이지만, 이 책을 구입하여 소장하는 것은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이 정도 분량의 e-book이 두 세편 모여 '스티븐 킹 e-book 특별 출간!'으로 발간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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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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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엄청난 양의 리뷰가 등록되어 있군요. 찬찬히 읽어보려면 한나절은 걸리겠는데요. '상실의 시대'의 최고 매력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100명이 읽으면 100명 모두의 느낌과 해석이 제각각이라는 점 말이예요. 하루키를 말하면 흔히들 '허무' 한 마디를 생각하곤 하는데, 글쎄요, 100인 100색의 허무라면 흔하고 쉬운 것은 아니죠.

상실의 시대는 10년 가까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책보다는 주인공인 와타나베입니다. 부끄럽지만, 이상형이라고나 할까요. 머리 속에 뭉게뭉게 피어나서는 입 밖으로는 나올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잠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나를 집적대는 말... 그리하여 결국은 욕구불만의 근원이 되는 그런 대화들을, 그라면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봄철의 새끼곰 만큼', '전 세계의 나무들이 쓰러질만큼' 그를 좋아하고, 그의 세계인 상실의 시대를 사랑하고, 하루키를 흠모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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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2005-04-1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진우맘님 서재 첨 들어와보는데 넘 좋은데요^^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 art 003 다빈치 art 18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신성림 옮김 / 다빈치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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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엔 문외한인 내가 프리다 칼로를 처음 접한 건 미술 심리치료를 배우면서 였다. 드러난 심장과 핏줄, 자궁, 해골, 넘치는 피... 그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다면 분명히 이 그림을 불쾌하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당한 교통사고와 극심한 고통, 그리고 불임을 이야기 들었고, 그림이 그녀의 진통제이자 치료제였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와 그녀의 삶, 그림 모두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그림도 그 때 처음 보았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자신의 이마 사이에 그려 놓았겠냐고...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았고, 디에고 리베라는 엉뚱하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꼭 같이 닮아 있었다!!!

책의 서문을 대신하는 '디트로이트를 떠나며'라는 디에고의 글은 매우 인상적이다. 프리다의 고통과 불행이 모두 그의 불찰인듯 싶어 은근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나는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생리적으로 그림을 생산하는 사람이다'라는 그의 오만이 화해의 제스쳐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화집을 살 만한 여력이 없던 나에게, 이 아름다운 책의 발간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녀와 그를 계기로, 미술이라는 분야에 한 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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