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1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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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작품을 책보다는 케이블 TV의 만화로 먼저 만났어요.(나중에는 정규 방송에서도 하는 것 같더군요) 참 특이하다고 느꼈습니다. 화면이 빠르고 꽉 짜여진 기존의 만화들하고는 180도 틀리더라구요. 중간중간 한 박자를 쉬어가는 나레이션과 스케치, 가느다란 느낌의 맑은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여점에서 이 제목을 본 순간 얼른 빼들었지요.

물론 만화가 먼저고 나중에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거겠죠? 그렇다면, 정말 원작에 충실한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만화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화면으로 절묘하게 옮겼으니까요. 순간순간 당면하는 등장인물들의 독백은, 보는 이의 가슴에 묘한 공명을 일으킵니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들을 바라보다보면 어느 새 17살의 마음으로 돌아간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구요.(에~ 참고로 저는 26살입니다.^^;;;)

순수하고 예쁘며, 또 용감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은, 배경이 일본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제가 보낸 학창시절, 그리고 지금의 청소년들이 치르고 있는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왠지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맑고 예쁜 이야기들이 힘든 현실에서 잠시 떠나는 Magic Key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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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 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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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때, 몸만 지치는 것은 아니죠. 어쩌면 지금 우리는 몸보다 마음이 더 피곤한지도 모릅니다. 호텔 아프리카를 보고 있으면 아주 파랗고 맑은 물이 떠오릅니다. 한 권 한 권 읽고 있노라면 그 물이 바싹 타버린 가슴을 천천히 적시고 찰랑찰랑 차 오르는 것이 느껴지지요.

박희정의 그림은 참 감각적이예요. 'cool'이란 단어가 이렇게나 어울리는 작가는 처음입니다. 게다가 기교나 겉멋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기본도 충실한 것 같아요. 순정만화에서 할머니나 아기를 그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만화광이라면 다 알겁니다. 그런데 제대로 그릴 뿐 아니라 그 나름의 느낌과 아름다움까지 뽑아 내는 걸요. 어린 엘비스와 할머니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배어나옵니다.

엘비스, 줄라이, 아델라이드, 지요, 트란, 이지 그 밖에 많은 등장인물들. 그들은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과 진지하게 마주보는 사람들입니다. 보는 사람을 감화시킬 정도로요. 저도 만화는 주로 대여점에서 빌려보지만, 이 만화는 정말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5권 밖에 안 된다는 거라구요. 10권이나 20권이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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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 난장 1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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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주영이란 작가를 잘 모른다.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거나, 읽고도 기억에 와 닿을만큼 인상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그를 '훌륭한 작가'라고 연신 치켜세웠고, 밑바닥 삶을 풀어놓았다기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책을 집었다. 하지만, 나는 3권짜리 이 책을 반을 채 못 읽었다.

밑바닥 인생을 질펀하게 풀어놓겠다 해놓고, 어깨에서 힘을 빼지 않으면 어쩌자는 것일까. 잘 이해되지 않는 난해한 어휘들은 문장의 중간중간에서 톡톡 불거져 글 읽기를 방해했다. 어렵게 쓰지 않으면 소설이 아닌걸까. 게다가 소설 전반에서 느껴지는 투철한 마초정신(?)이 여자인 내 심기를 거슬렸다. 물론 밑바닥 삶에서의 여자의 역할, 남자의 위세가 어제 오늘 일일까마는 그 주인공들이 아닌 작가 자체가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밑바닥을 재현해 보고자 했지만 작가는 자신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리지 못한 듯 하다. 어딘지 삐걱이는 이 느낌...편견일지 모르니, 조금 진정하고(?) 다시 읽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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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원태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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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된 지 7~8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이 책이 읽히고 팔린다는 것이 너무도 반갑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 시가 아닌 1회용 낙서로 폄하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몇 년을 두고 사람들의 마음을 간지럽힌다면 낙서라고 쳐도 대단한 낙서지요.

스무 살을 앞두거나, 치르거나, 되돌아보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시라고 생각합니다. 난해한 말로 이마에 주름을 만들지도 않고, 어이 없는 표현으로 창의성을 뻐기지도 않는 이 시들은 방대한 협연보다 피아노 소품이 빛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이후에 나온 그 어떤 시집보다도 이 시를 윗길에 둡니다. 노련하지 않은 참신함, 다듬지 않은 순수함이 원태연 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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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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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대로변에 구두 한 짝이 떨어져 뒹굴고 있는 모습은, 누구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 언제나 그게 왜 거기에 있는지, 사연이 궁금해진다. 델마와 루이스처럼 오픈카를 타고 일탈 여행을 떠나면서 흥에 겨워 운동화를 벗고 만세를 부르다가 떨어뜨린 구두? 어젯밤, 남자친구의 외도를 목격한 아가씨가 해명하려고 따라오는 그에게 '가버려! 필요 없어!' 하고 던진 구두? 공상은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백일몽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런 모티브에 대해 유쾌한 상상을 펼칠 수가 없게 되었다. 어떤 공상이든 그 끝은 어둡고 음산한 공포로 물들고 말았다. 일상에 흔히 섞여있는 평범한 것들에서 끌어낸 공포. 그것보다 더한 공포가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되는 공포는 피가 튀기고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꺅꺅거리는 것과는 질이 틀리다. 좀 더 서서히 독자를 옥죄인다.

읽는 순간 당신도 엘레베이터가 두려워지고, 캄캄한 해변가가 더이상 낭만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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