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의 추억
아서 골든 지음, 임정희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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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이든, 게이샤든 화류계의 이야기라면 은밀한 관음증이 도진다. 무언가 농밀한 사랑과 색다른 삶이 있을것이라는 은근한 기대라고나 할까. 꽤 오래 전에 텔레비젼 다큐멘터리로 잠깐 엿본 게이샤들의 삶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선뜻 집어들 수 있었다.

내게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단순히 게이샤라는 한정된 틀 안에서의 이야기 뿐 아니라, 그 인간 군상들을 통해 일본의 문화와 민족성같은 근본적인 것까지도 반추했다고나 할까. 작은 여자 아이가 주목 받는 게이샤로 자라나고, 전성기와 사랑을 겪고 늙어가기까지의 얘기는 '여제'같은 만화를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성취감과 흥분을 전해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기모노. 게이샤의 추억에 나오는 갖가지 기모노에 대한 묘사는 문득문득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다. 우리 한복에 대해서도 누군가가 이런 멋진 묘사를 해주면 좋을텐데!

그저 하얗게 분칠을 한 창녀 정도로 왜곡되게 인식해왔던 '게이샤'라는 존재들이 우리 나라의 기생들 못지 않게 일본의 문화의 한 부분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자존심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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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37
윌리엄 제랄드 골딩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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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속 인물 중의 하나인 테드(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스티븐 킹)가 그의 어린 친구 바비에게 '문장도 좋고 이야기도 좋은 얼마 안 되는 책 중의 하나'라고 파리대왕을 소개했지요. 도대체 얼마나 훌륭한 책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바비는 20페이지도 지나기 전에 이 책에 완전히 몰입해버렸다고 했는데요, 저는...한 50페이지 쯤은 걸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50페이지 이후에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성악설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 피와 살육에 미쳐가는 아이들... 랠프는 지도자, 잭은 그에 도전하는 찬탈자, 새끼돼지 피기는 실천이 없는 지성, 사이먼은 순교자를 상징한다고 들었는데, 그 상징들을 대입해보면 정말 대단한 암시를 던져주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아이들은 해군에게 발견되는데요, 테드는 바비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그 해군(어른)들은 누가 구해주지?' 글쎄요... 제 생각엔, 어른들을 누가 구해주느냐를 걱정하기 이전에, 해군 함정에 발견되어 문명세계로 가게된 것 만으로 아이들이 '구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가 더 고민됩니다. 어려워요...몇 번 다시 읽어야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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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철학자들
신현림 옮김, 시드니 미셀 사진 / 문학세계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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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도 당연히 '사업'이고, 서점 또한 당연히 '상업'이다. 하지만 나는 책에서 돈냄새가 나거나, 상업 논리가 보이는 것은 딱 질색이다. 블루데이 북이 출간되어 히트작이 되자 발빠르게 나온 '아기 철학자들'. 구성도 거의 비슷하고 둘 다 신현림이 번역을 했지만, 어! 출판사와 원작자는 다르다. 흠...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일단 내 마음에 그런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한 후라서인지, 귀여운 아기들의 다양한 표정은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사진에 붙은 코멘트들도 '블루데이 북'에서와 같이 '딱이야!'하는 유쾌한 기분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어딘지 억지로 짜맞춘 느낌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사진을 찍으면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느낌을 잡느라고 포스트잇을 무수히 붙였다고 하는데... 남의 소중한 작품을 이유없이 폄하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우선 시기가 나빴고, 노력이 아주 요만큼 부족한 책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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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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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H2...아주 은근한 마력을 가진 만화입니다. 그림도, 줄거리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데도 읽고 있노라면 도저히 손에서 놓을수가 없지요. 많은 분들이 단연 손꼽는 매력은 미묘한 심리 묘사일겁니다. 짧은 시선 하나, 컷 하나로 주인공들의 마음을 슬쩍 엿보여주는 그만의 표현은 다른 만화에서는 보기 힘들지요.

그림도 아주 멋져요. 언뜻 보기에는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야구를 하는 인물들의 동선을 보면 인체를 열심히 연구하지 않고서는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문외한이라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매력 때문인지 나온 지 오래 되었음에도 꾸준한 지지를 받고, 매니아 층도 일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작품입니다. H2,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만화입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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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고로야, 고마워
오타니 준코 지음, 오타니 에이지 사진, 구혜영 옮김 / 오늘의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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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통해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수필집인줄 알았다. 그러다가 서점에서 눈이 슬프고도 예쁜 아기원숭이가 귀여워서 펼쳐들고는 선 채로 끝까지 읽고 말았다. 글을 꼼꼼히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진만 찬찬히 들여다보아도 다이고로가 얼마나 마음이 건강한 원숭이었는지, 가족들의(특히 엄마가) 다이고로에 대한 사랑이 어느정도였는지 다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앞, 뒤 다리가 모두 없는 원숭이... 다이고로가 마침내 당당하고 바른 자세로 서 있는 모습에서는 당연하게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가 떠올랐다. 단순히 사지가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둘의 눈빛에는 사랑받고 자랐다는 편안한 자신감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가 보였다. '장애 원숭이'였기 때문에 '장애인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책이 쓰여졌다고는 하지만, 비장애인들에게도 많은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주는 좋은 책이다. 조만간 꼭 구입해서 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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