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
서갑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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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스컴에서 하도 연일 난리를 치기에 도서대여점(사고 싶지는 않았다^^)에서 '예약'까지 해놓고^^;; 어렵게 빌려다가 읽었다. 뭐가 어쨌다는거지? 이 책을 읽기 얼마전에 나는 김지룡의 책을 읽었었고, 무라카미 류의 '토파즈'를 읽었었다. '야하다'라니...할말이 없다. 은근히 화가 치밀 지경이었다. '김지룡은 남자니까 되고, 서갑숙은 여자니까 안된다는거냐?'하는 대책 없는 흑백논리까지 치밀었다.

그들(불특정 다수의 집단임다^^;)이 용납하지 못했던것은, 성묘사의 수위가 아니라 이것이 한 여자의, 그것도 얼마전까지 텔레비젼 드라마에서 보던 여자의 논픽션이라는 사실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마쵸정신이다. 서갑숙이 책을 냈다는 사실에는 특별히 찬성하는 편은 아니다. (아니, 애시당초 내가 찬성하고 반대할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책이 법정에 올라가고, 여성지가 앞다투어 취재경쟁을 벌이고, 명기를 만들어준다는 그 물건이 재깍 상품화되어 여기저기 광고가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 전개에는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렇게 광분하는 나도, 궁금하답시고 기를 쓰고 구해 읽었으니...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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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1 - 반지 원정대(상)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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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말로 읽어봐야겠다라는 마음이 든 것은 영화를 본 후였습니다. 좋은 점이 많은 영화였지만, 제가 정말 매료된 것은 그 안에 표현된 '세계'였습니다. 그 이전에도 이후도, 어떤 사람도 표현한 적이 없는 새로운 세계. 호빗들의 마을, 무시무시한 모르도르, 리벤델과 숲의 마님... 화면 가득 펼쳐지는 신비로운 정경에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영화에서 표현 되지 못한 이면도 알고 싶다고 생각이 되지요.

우선 1, 2권 '반지 원정대'까지 읽었는데요...글쎄요, 만감이 교차하네요. 기존에는 대부분 책을 읽고 영화를 경험했는데, 이번에는 순서가 바뀌어서인가...굳이 비교하자면, 제 취향으로는 영화가 더 났습니다. 특히 재미면에서는요. '너를 파헤쳐보리라!'는 식의 굳은 결심을 하고 덤벼서인지 문장에 쉽게 몰입할 수가 없더라구요. 영화라는 본판의 외전을 읽듯이, 공부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기분을 들게 한데는 톨킨의 특이한 작법도 일조를 했지요. 완벽하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겠다는 원대한 포부때문인지, 구석구석 세밀하게 기술된 많은 종족들의 역사와 풍경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세계사 책같은 딱딱함이 배어있었습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상상을 펼쳐보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세계를 펼치는데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인물들의 매력이나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은 조금 소홀하게 다루어졌구요. 적어도 반지 원정대원들의 외모나 내력 정도는 약간씩 다루어줘도 좋지 않았을까요. 영화가 정답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레골라스가 금발 미남인지, 김리의 수염이 어떤 색깔인지, 요만큼도 짐작할 수 없었을 겁니다. 골룸이나 오크같은 괴물들의 모습도 말이죠.

우리나라 환타지들에서 맛볼수 있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기대하신다면, 반지의 제왕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군요. 하지만, 환타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그 어떤 이유도 댈 것 없이 필독 도서 1순위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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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내 뱃속에서 사계절 저학년문고 22
권오삼 지음, 사석원 그림 / 사계절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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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의 시작하는 글부터도 참 재미있다. 재미 없는 시가 나오면 장애물경기를 하듯이 폴짝 건너뛰라 하질 않나, 그래도 재미없으면 내다 버리라 하질 않나...ㅎㅎㅎ 내 어릴적을 돌아봐도, 책이라 하면 남에게 뒤지지 않을만큼 읽었음에도 기억나는 동화는 많은데 기억나는 '동시'는 없다. 아니, 동시라는 것을 읽어본 기억도 별로 없다. 작가가 말한대로 재미가 없거나, 무슨말인지 모르게 어렵게 썼기 때문이리라. 오죽하면 2학년들어 처음 쓴 동시에 '창 밖을 보며 님을 기다리네~ 어쩌구'하고 유행가 가사를 베꼈을까.

그런데 이 책에 담긴 시들은 참 재미있다. 살아있다. 작가는 아직 동심을 기억하고 있나보다. 꼭 아이들이나 해낼 듯한 발상에 '재미와 운율'이라는 기교를 살짝 첨부했다. 가끔은 빙그레, 또 가끔은 깔깔깔 웃게 만든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아이가 있다면, 한 번쯤 읽혀봐야할 좋은 시집이다. 엄마랑 함께 들여다보며 키득거리다 보면, 아까 야단맞고 뿌루퉁하던 마음은 금새 달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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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雅歌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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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다운 책이고, 또 이문열이기에 가능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선택'의 페미니즘 논란에 맞불이라도 지르는 듯 용감 무쌍 펴낸 '아가'. 젊은 나로서는 어느 마을에나 하나쯤 있었을 법한 '당편이'라는 존재가 낯설다. 하지만 이문열은 그 캐릭터에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수긍할만한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 사투리, 그 외모, 그 에피소드에 고개를 끄덕이다보면 '당편이 법석'이니 하는 말들이 마치 우리 옛 속담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사기꾼에게 속아서 치부를 들킨 기분이랄까. '선택'을 읽으며 느꼈던 은근한 반감이 아직 채 삭아들지를 않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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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 팝
무라카미 류 지음, 김지룡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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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로 치면 '소품집'이라고나할까, 무라카미 류의 책 중에는 유례없이 가볍게 읽어낸 책이다. '토파즈'를 읽고 심하게 충격을 받았었기 때문에 토파즈의 속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심하게 겁을(?) 먹었는데, 의외로 부드러운 전개에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책의 내용보다 책 자체가 주는 느낌이 더 좋았다. 설명하기 어려운 빛깔의 표지라든가, 책의 부피(이상하다, 난 하드커버인데다가 얇은 책은 싫어하는데) 그리고 뒤 표지에 실린 헌사들. (잘 기억나진 않는데^^;) X의 한 멤버가 '내 팬들 중에 히로미와 같은 소녀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녀를 위해 계속 노래하겠다'라는 내용의 헌사를 써 놓았는데, 책을 덮고 나니 그 말이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았다.

읽고 나서는, 다른이들의 평들과는 달리 원조교제에 대한 심각성이라든가, 요즘 아이들의 정신구조에 대한 생각은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예민하고 깨지기 쉬운 한 소녀의 마음 속을 여행하고 나온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토파즈가 어떤 빛깔의 보석일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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