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알록달록 화려한 그림과 꿈같은 이야기가 가득한 동화책들 한 가운데 활짝 웃는 청소부 아저씨의 얼굴. '행복한 청소부'는 눈길을 끄는 책은 아니지만, '마음을 끄는' 이야기입니다.

보잘것 없다고 느낄수도 있는 자신의 일에 긍지와 즐거움을 느끼고 노력을 마지 않는 아저씨의 진지함에서, 도덕 시간에 언제나 배우면서도 알쏭달쏭하던 '자아실현'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에게(어쩌면 나에게도)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행복한 동화책'입니다. 덤으로, 아직은 생소한 음악가와 작가들에 대한 호기심도 생기고, '지식'이라는 것에 대해 욕심도 조금은 생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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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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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뭔가 다르다...?' 라고 느끼기는 했지만, 이제까지의 작품들과 정확히 뭐가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권말의 오오가 가즈마사의 글 중에 정확한 표현이 있더군요. '질감과 소재' 특히, '질감'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이제까지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너무도 매끈한 질감이라고나 할까요. 세련되게 잘 빠졌지만, 그러기에 심심할 정도입니다.

특히 앞의 네 작품(쿠시로에 내린 UFO, 다리미가 있는 풍경,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태국에서 일어난 일)은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멋진 단편들이지만 너무 완숙하게 마무리되어서 그만의 개성이 느껴지지가 않아요.(무척이나 까다롭게 구는군요.^^ 하지만, 그만큼 하루키를 좋아하거든요.)

그렇지만 '개구리군, 도쿄를 구하다'는 그런 심심함을 한 번에 뒤엎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자신을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글이라고 해석하면... 너무 도덕교과서같은가요? 여하간 캐릭터, 구성, 결말 모두 마음에 드는 근사한 단편입니다.

마지막 '벌꿀 파이'도 잔잔하면서도 아주 마음에 들구요. 무엇보다도, 여섯 편 모두 멋진 장편소설을 향해 열려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장편이라...생각만해도 흐뭇하군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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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1
스즈키 유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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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설마, 아직까지는 세상이 그렇게 막가지는 않는다. 뚱뚱한 여자라고 해서 그 정도로는... 커피숍에서는 구석 자리를 안내받고, 서비스로 나오는 케익을 못 받아도 불평도 못하고...하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그런 의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예의상' 그렇지 않은 척 하고 있을 뿐인지도. 나의 경우에도, 자신은 외모로 평가받고 싶어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을 은연중에 외모로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칸나가 쿡쿡 찌르는 외모 지상주의에는 움찔움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에피소드로 일관하는 스토리는 엉성하고 흐름도 자연스럽지 않아서 별로 재미가 없었다. 한국만화가 수준이 더 높은 것 같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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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쫓는 모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씹으면 씹을수록 제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읽을 때는 신비롭고 독특한 분위기에 취하고, 두번째 읽을 때는 줄거리가 이해되고 재미있는 문장이 눈에 들어오면서 예상 외의 아기자기한 맛에 신나고, 세번째 읽을 때는 쉽게 생각에 잠겨 나름대로의 해석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양을 쫓는 모험을 읽으면서는 첫째 항목의 재미는 별로 못 봤습니다. 상실의 시대, 댄스댄스댄스, 태엽감는 새,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등 쟁쟁한 전작들을 이미 다 읽은 후여서인지 별다른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거든요. 제 짧은 머리로는 줄거리 자체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구요.

하지만 두번째 읽은 지금 되새김질을 해보니 줄거리만 따지면 하루키 소설 중 가장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번 더 읽으면 제게 어떤 해석을 안겨줄지...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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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4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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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한창 고민이 많고 더불어 생각도 커지던 그런시기였다.(뭐, 그때는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빈약한 학교 도서관을 뒤져서 그나마 이게 났겠군...하며 아무 생각없이 집어든 이 책을 읽고 나는 머리 속에서 폭탄이 하나 터진 듯한 충격과 혼란에 빠져들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가톨릭 신자였던 나는 흔히들 그렇듯이 미사는 밥 먹듯이 빼먹어도 하느님의 존재는 아빠의 존재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터였다.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논리라는 무기로 철저히 침공당한 그 심정이라니...몇 날 며칠을 끙끙 앓으면서 고민했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고 논설문이라면 치를 떠는 내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려고 장시간 애쓴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원대한 시발점과는 달리 고민의 끝은 '언어도 인간이 만든 것이라 신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는 작은 그릇이다' 뭐 그런 종류의 어설픈 자기합리화였지만, 그 답을 내놓고 스스로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이문열이 던지는 화두에서는 언제나 궤변의 냄새가 풍기지만 그 근원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허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의미에서 존경스러운 작가지만, 좋아할 수는 없다. 사람의 아들...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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