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너 1
김윤희 지음 / 청림출판 / 199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실화다, 아니다...무수한 입소문을 몰고 다니던 '잃어버린 너'. 이 책을 접하면, 책상 밑에 숨겨서 읽다가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선생님께 들키던(그래도 이유야 어찌됐던 울고 있는 아이를 그렇게 막 혼낼만한 선생님들은 없었다) 고등학교 때가 떠오른다. 그 때는 책은 재미만 있으면(그것이 웃음이든, 사랑이든, 눈물이든) 그냥 좋았었다. 작가주의니 소재주의니, 문학성이니 정신의 부재니 하는 머리 아픈 고민에는 아직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때. 가끔은,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어진다. 링겔병을 깨뜨려 자살을 기도하던 충식과, 그의 장례식에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가던 윤희를 당시에도 다 이해할 것 같았는데, 돌이켜보니 그냥 우스운 감상이었을 뿐... 지금은 도리어 그 심정이 들여다보이지를 않는다. 그런 슬픈 사랑... 세상에 하나쯤은 있기를. 하지만 그 주인이 절대 나이진 않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년의 사랑 -상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양귀자는 대단한 작가이다. 환생, 어긋나는 사랑, 아이를 남긴 죽음... 80년대 순정만화에서도 통할까말까한 단순하고 유치한 소재를 한 편의 훌륭한 사랑이야기로 승화시켰다. 주인공 성하상은 다른 사랑이야기 어디에서나 본 것 같으면서도 차별화가 되는 묘한 캐릭터이다. 말 그대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치는 캐릭터는 로맨스에 단골로 등장하지만, 자연과 신비주의가 어울어진 풀냄새가 날 듯한 분위기는 상당히 신선하다. '아유 유치해.'말하면서도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이 없었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유치하다고 말할만한 여유도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메마르고 타산적인 사랑이 일상화된 요즘, 읽을 때마다 뿌듯한 대리만족과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품격있는 로맨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니발 1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창해 / 1999년 9월
평점 :
절판


출간되자마자 이 책을 접했기 때문에, 뒤이어지는 무수한 혹평들을 객관적으로 대할 수가 없었다. 내가 쓴 소설이 폄하되는 것만 같은 불쾌감은, 한니발을 빨리 읽었다는 이유만이 원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잘만 읽었구만...왜?!'하는 오기.^^물론 양들의 침묵보다는 신선함이 떨어진다. 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초적인 공포나, 식인을 하는데도 한층 더 깊은 매력을 풍기는 렉터 박사는 속편의 한계를 어느정도 덮어주는 데 크게 일조했다. 나도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스릴러물들의 식상한 결론을 뒤엎으려는 시도는 높이 평가해도 좋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윌러 지음 / 시공사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를 먼저 봤다......시시했다. 그저 그런 멜로 영화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었다......책은 좀 났군, 싶었다. 쬐금 울고 쬐금 감동했다. 결혼을 했다. 영화를 다시 봤다......펑펑 울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너무 늙었다는 것만 빼고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책도 다시 봤다......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후비고 들어왔다. 그들의 아프고도 완전한 사랑에 무한 공감을 느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의 몇 안되는 장점 중의 하나는 예전과는 또 다른 감성 영역이 생긴다는 것.어렸을 때는 '아줌마'가 되면 머리 속에 살림과 돈, 자녀같은 생각 주머니가 커지면서 예술이나 문화를 느끼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쪼그라드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아줌마가 되어보니, 머리 속은 그렇게 유한한 공간이 아니다. 결혼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도 따로 존재할 수 있다. 물론 미혼이면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감동받은 사람도 많고, 기혼이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결혼이라는 경계선을 넘고 나서 이 한 작품에 대한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다.

플라토닉, 아가페, 에로스...그런 구분 말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에도 수많은 종류의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프란체스카가 가정과 남편을 아끼는 것도, 로버트에게 품은 감정도 모두 '사랑'이다. 어느 것이 진짜이고 아니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그렇게 종류가 다른 사랑들이 한 사람의 마음 안에 공존할 수도 있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해서 불행하지 않았다. 아니, 이루지 못했다는 표현 자체가 틀렸다. 그들이 며칠간 나눈 사랑은 그 자체로 완결된, 이루어진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가슴에 품음으로써 프란체스카는 한결 성숙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될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생활 속에서 엷어져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리포터7 2006-02-2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막 20대에 들어서면서 이책을 읽었드랬죠.지금은 서른이 넘었지만 사랑이야기하면 메디슨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나곤 한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며칠간의 두근거리는 열정에 여름밤을 잠못이루기도 했읍죠...어쩜 청춘남녀의 사랑이 아니라도 이리 멋질수가 있는지... 글구 영화가 나왔을때 환호했답니다. 두주인공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였기때문에 말이죠.두사람의 연기에 저도 숨이 가빠오는 듯 했답니다. 메릴스트립이었던가 그여배우가 원피스를 입고 부엌문에서서 목을 스다듬으며 열에 들뜨던 그모습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책을 영화한 것중에는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저에게는 말이죠.
얼마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2가 책으로 나왔드랬죠.전작만 못했었죠..
진/우맘님 리뷰들을 보고 앞으로 도서관에서 빌려볼 책들을 골라볼 작정입니다. 전 귀가 얇아서 누군가 막 칭찬을 해놓으면 마구마구 읽고픈 생각이 들거든요. 감사해요
 
람세스 1 - 빛의 아들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식상하지만, '재미와 감동을 겸비한 책!'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많은 분량임에도 숨돌릴 틈 없는 흥분을 선사하기 때문. 화려한 시대 이집트와, 그에 부합하는 향기롭고도 당당한 왕 람세스를 더이상 멋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 책에 한 번 몰입하면 영화를 보는 듯, 아니 영화 안에서 돌아다니는 듯 생생한 '이집트'를 느낄수가 있다. 부디 철저한 고증을 거쳤기를... 그가 주입시킨 이집트의 인상이 너무도 강렬해서 더 이상 어떤 책이나 영화를 보아도 그 이미지가 깨어질 것 같지 않다. 크리스티앙 자크가 다시 한 번 펜을 들어서 이집트의 다른 왕들도 현세에 되살려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