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뭉크 다빈치 art 1
에드바르드 뭉크 지음, 이충순 옮김 / 다빈치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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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죽음과 질병이 점철된 소설같은 삶을 힘겹게 살아낸 화가. 그랬기에 나는 이 책에서 그의 인생 역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일대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책을 채운 것은 그의 친필 편지와 엉뚱한 우화들이었다. 처음에는 산만한 느낌이 들고 자극적인 재미가 없어 읽어내기가 힘들었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겨나가다보니 도리어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한 구성이 그의 삶과 생각을 표면으로 이끌어내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사실에 약간의 상상력을 덧붙여 근사한 스토리를 뽑아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게 읽히겠지만, 그것이 진실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않은가. 뭉크의 그림에서 고통을 읽어내고, 눈을 돌릴 수 없는 매력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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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임철우 지음 / 살림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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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유년기를 소설로 넘어다보고 있자면 이상하게도 나의 어린시절을 돌이킬때보다 더 진한 향수가 느껴진다. 자연과 유리되고, 사람들간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예의가 되어버린 시대에 자라난 나의 유년기에는 뭔가가 결핍되어도 한참 결핍되어 있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어느 마을에나 하나씩은 있었다는 바보, 곱추와 빨래터의 질펀한 육담. 신산하면서도 왠지 모를 생동감이 느껴지는 아낙들의 삶. 신명나게 벌어지는 굿판과 떡시루 앞에서 동당거리는 아이들의 조바심. 당연하고 흔했을 그러한 이야기들이 그리운 정경처럼 펼쳐진 이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모든 사람은 본시 별이었다는 작가의 주장에 어느새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삭막한 도시에서 자라나 고향의 부재를 느끼고 있는 젊은 사람들과, 정말 그렇게 자라났건만 이제는 먼 기억 속에만 고향을 간직한 지긋하신 어른들 모두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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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문화사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은주 옮김 / 다빈치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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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문화사라... 검은 뾰족 모자를 쓰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만화 속의 마녀부터 중세 시대 어처구니 없는 누명을 쓰고 죽어간 수많은 '무늬만 마녀'까지. '마녀'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흔히 아는 것보다 더도 덜도 아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아는 것이 없었던만큼 신비롭고 궁금하기도 한 존재, '마녀'. 마녀의 문화사를 통해서 흥미로운 그들의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첫장부터 고군분투.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근거있는 설명들은 굉장히 학구적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문외한인 내가 읽어내기에는 너무 지루하고 어려웠다.
그네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마녀'가 되고, 어떤 특성이 있으며 어떠한 일들을 했는지 그런 소소한 재미를 맛보고 싶었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마녀의 생활사'였던 것이다.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를까, 나처럼 제목만 보고 혹하는 분이시라면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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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습관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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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쓴 성 이야기라 하면, 자신을 모두 까발린 선정적인 체험수기이거나 갖은 폭력과 억압속에 뒤틀린 성이 위협하는 삶을 고발하는 페미니즘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열정의 습관은 좀 다르다. 선정적이기 위해서 아무것도 까발린 것이 없고 외견상으로는 누구의 삶도 망가지지 않았다. 도리어 미홍, 인교, 가현은 현실의 여느 여자들에 비하면 더 자유롭고 편안한 부류들이다.

이야기의 주축은 미홍이 끌고 간다. 마음의 사랑과 몸의 사랑이 하나되는 희열과 진실을 발견하는 것은 그녀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공감하기가 어렵다. 과연 마흔에 가까운 여자와 남자의 성이 그렇게 현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 마음은 아직 선홍빛도는 젊음이라 해도, 과연 몇 퍼센트의 여자가 그런 환상적인 사랑을 마흔에 경험해볼 수 있을까?

도리어 나는 가현이 더 미덥다. 늘어진 뱃살과 젊음이 몇 퍼센트인가 빠져나간 가슴을 가지고 이십대 초반의 사랑이 아직도 선연한 사람에게 안길 수 없는, 그 마음에 더 수긍할 수 있었다.

여자들의 성을 이야기한다 하기에, 좀 더 높은 수위를 기대했던 것 같다. 힘과 시간이 섹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마초들이 뜨끔할만한, 여자 자신도 모르는 여자들의 몸과 성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지기를 바랬다.

하지만 전경린은 형이상학적인 수사와 문체들을 위해서 형이하학적인 육체와 현실은 그냥 덮은 듯하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수식어들로 꾸며진 오르가즘에 대한 환상들은 지나치게 눈부셔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섹스에 대한 이야기들 중 일부는 별 새로울것도 없이 기존의 남성작가들의 표현을 답습하는 듯 느껴졌다.

그녀의 매력적인 문장은 여전하다. 하지만, 내걸린 모토에 비해서는 얻는 것이 빈약한 편이다. 여자인 내가봐도 모호한 여자의 성. 이 책을 읽는 남자들은 '역시 여자의 사랑과 성은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야...'하는 애매한 확신만을 굳히게 되지 않을까.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여자들의 성은 복잡미묘하고 모호하다'는 결론은 아니었을 성 싶은데.

사실은 별 세 개가 적합한 소설이다. 마지막 별 하나는, '전경린이기에' 찍은 개인적인 호감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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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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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세하며, 신비로운 표지하며... 지적인 호기심을 상당히 자극하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전 지식 없이 대뜸 구입을 했지요. 결과적인 감상이라면... 시대적 동질감의 결여로 인한 몰이해라고나 할까요.

과대포장된 면이 없지 않은 책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주요 인물들의 개연성이나 매력도 부족하고, 줄거리도 억지스럽고, 특히 문체가...옛날 시골 극장의 변사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시도때도 없이 끼어드는 작가의 수다때문에 작품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복잡하고 신비스러운 오페라 극장 내부에 대한 설명도 명확하질 못해서 구조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고전이나 명작에 많은 감흥을 느끼시는 분들이라면 모르겠지만, 감각적인 책을 좋아하신다면 별로 추천해드리고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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