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클레어 지퍼트.조디 리 그림,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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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내용보다 먼저 칭찬하고 싶은 것은 이 책 자체입니다. 특이하게도 커버가 탄력이 있어요. 튼튼하면서도 펼칠때마다 휘청, 흔들리는 커버는 기존의 양장본에서 느껴지는 딱딱함이나 진부함을 함께 흔드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장점으로 앤의 칭찬이 끝나지는 않죠. 표지와 속지에 들어 있는 그림들은 어찌나 예쁜지. 불만이 하나 있다면, 등장인물들이 좀 나이들어보이게 그려졌다는 점...하지만 그림 속에 펼쳐진 애이번리를 들여다보면 책을 읽고도 영화를 보는 듯이 상상력을 한껏 펼칠 수 있습니다. 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상상력말이죠.

작품 전면에서 펼쳐지는 앤의 수다는 읽고 있는 이를 어느순간 지긋이 미소짓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물론, 그 매력 때문에 이 빼빼마른 고아 소녀가 이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겠죠. 어린 시절 만화는 꼭 앞머리 몇 편만 보고는 성장한 앤의 이야기를 놓쳐서 아쉬워하고는 했는데, 대학에 가고 애이번리의 선생님이 된 앤을 보니 마치 저도 함께 이 고아를 기른 듯한 뿌듯함이 가슴을 채웁니다.

쥬니어용이라지만, 성인이 보기에 편집이나 내용이 유치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오랜만에 소장하게된 '참 아름다운 책'이라 마음이 아주 뿌듯해질 정도인걸요.

PS 속편 '에이번리의 앤'도 기대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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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 제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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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린은 국내 여성 작가 중 제일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녀의 장편 소설 중에는 '내 생애...'와 '난 유리배...'에 이어 세 번째로 접하게된 작품이었다. 내가 전경린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련되고 예리한 표현, 때로 날카롭게 펼쳐지는 감수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그 감수성의 날이 좀 무뎌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나, 서현, 태인, 정수... 현실의 잣대로 재면 제각각의 인물들인데 어찌된일인지 넷의 색깔은 모두 흡사해서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작품은 일관성을 잃지 않으며 유유히 흘러가지만 같은 이유로 소설이 주는 재미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기가 힘들었다. 작품성을 배재하더라도 단순, 명료, 확고한 결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많은 가능성을 내포한 흐릿한 마무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운동권 세대의 후일담'이란 소재라면 역시 공지영이 한 수 위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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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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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를 읽는 동안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의 천재성에 대해 놀라움을 넘어선 두려움을 느껴야했다. 한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무거운 주제에, 이토록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토록 흥미있는 소설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아니, 타나토노트는 소설이라 칭하기에는 아까운 하나의 '세계'이다.

사후세계로의 비행이라...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헛된 공상이라고 비웃을것이다. 하지만, 몇 백년 전의 사람들에게 동물의 몸은 세포라는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면 곧이 믿었을까? 과학이라는 편협한 시각으로는 먼 앞일, 아니 한치앞의 일도 내다보기 힘든것이다.

토막난 짧은 이야기들을 짜집으며 이어지는 특이한 구성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자칫 현학적이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엮어내는데 크게 일조하였다. 읽으면서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언제나 자각하고 있었다고 믿었건만 책을 덮고 현실의 나로 돌아오고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한결 가뿐해진 것을 발견하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교주로 하고 타나토노트를 성서로 해서 종교집단을 만든다해도 신도가 꽤 모이지 않을까? 귀 얇은 나도 얼결에 가입할지도 몰라...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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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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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은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내 생각에 재미는-그 어떤 종류의 재미이든-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읽는 중간중간 허를 찌르는 준호의 솔직담백함에 큭큭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작품 속의 주인공이 살아있다. 준호의 행적을 따라훑고 있노라면 마치 내 남동생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현실감과 생동감이 느껴진다. 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미묘한 길목에 선 아이들. 그 또래의 아이들은 누구나 이렇게 매력적인 섬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일까? '희망'의 진우연과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콜필드에 이어 만나게 된 준호는 앞선 두 사람에 뒤지지 않는 근사한 매력을 발산하는 인물이다.

마실 때는 톡 쏘는 맛이 있고 마시고난 후에는 입안이 개운해지는 콜라. 동정 없는 세상은 그 콜라같은 소설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고 머리가 개운해진다. 영양가는 별로 없을 지 모르지만^^ 그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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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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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는 데 두 시간이 채 안 걸렸다. 하지만 감동은 어느덧 마음 깊이 스며, 몇 배의 시간동안 유지되었다. 가난의 아픔을 선정적으로 부각시키지 않고도 그 속내를 어느덧 넘어다보게 만드는 담백함은 이 작품 최고의 미덕이다. 힘겨운 삶의 초상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는데도 고통보다는 희망을 발견하게 만드는 차분한 이야기이기에 쉽게 읽고 쉽게 느꼈던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형제자매가 별로 없는 가정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라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는 마음이 커질 기회를 갖기가 힘들다. 그런 아이들에게도 꼭 권해주고 싶은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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