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렉, 몽마르트르의 빨간 풍차 다빈치 art 18
앙리 페뤼쇼 지음, 강경 옮김 / 다빈치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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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화가들의 책을 거의 다 읽었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리다 칼로는 별개로 두고) '로트렉, 몽마르뜨의 빨간 풍차'를 제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화가의 삶이 더욱 특별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뭉크와 모딜리아니의 삶도 못지 않게 기구하고 특별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유독 로트렉의 책이 재미있었던 것은, 책의 작가가 화가의 삶을 좀 더 소설적으로 그려내려고 애쓴 결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포스터와 석판화 부분에서 거둔 소소한 성공과 유머러스한(대부분 블랙유머에 가깝지만^^)그의 성격 때문에 좌절 일색의 음울한 분위기가 아닌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것도 일조했겠죠.

참으로 다양한 작품세계를 가진 사람이더군요. 그의 포스터야 워낙 개성이 뛰어나니 척 보면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겠지만, 그 밖의 유화들은 흡사한 가운데도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 다른 화가들의 유화작품과 섞어 놓으면 로트렉!하고 콕 집어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용수나 가수를 그린 초상화보다도 주변 사람들이나 창녀들을 그린 유화가 저는 더 마음에 들더군요. 아직 미술에 깊은 조예를 갖고 있지 못한터라 심하게 왜곡되고 일그러진 초상보다는 좀 더 정상에 가까운(?) 그림들의 눈빛에서 많은 느낌을 얻거든요. 제일 마음에 와닿은 그림은 술집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초상이었습니다.

'참 내, 저기 지나는 저 사람들은 뭐가 그리 좋다고 히히덕 거리는 걸까? 이 더러운 인생이 그렇게도 즐거운가?' 하는 독백이 작품을 본 그 순간 떠올랐습니다. 그림과 feel이 통했다고나 할까요...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얼마전 신문에 스타들의 평균수명은 일반인보다 월등히 짧다고 나왔더군요. 요절하기에 더욱 깊이 각인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단시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불태웠기 때문에 빨리 죽음이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군요. 화가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생명을 실은, 시간 에너지를 불태운 작품들이 명작이 되고, 그래서 위대한 화가들이 그렇게 일찍 떠나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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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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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TV에서 권해주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종류의 교양서는 세간에 회자되기가 힘들어 많은 이들이 접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부모 세대는 외국 시인의 어려운 시를 폼나게 외우는 것을 높이 쳐주었고, 우리 세대는 교과서에 나온 시 이외에는 시라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대학교육까지 마친 나조차도 신경림에 의해 소개된 시인 중 딱 '절반'이 생소하다는 사실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기 보다는 시간 날때마다 관심이 있던 시인부터 설렁설렁 읽어나갔다. 그저 동요가사로나 알고 있던 '감자꽃'이란 시를 발견하는 것 같은 소소한 재미도 있었지만, 사실은 전반적으로 지루했다. 그래서 더욱 TV에 소개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었을 것이라는 것이 부끄럽지만 솔직한 감상인것이다.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실리면 좋겠다...싶으면서도 조금만 더 재미있었으면, 이래서야 또 하나의 교과서가 아닌가 하는 모순이 정리되지 않은 감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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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1
하경 글, 김명자 그림 / 코믹스투데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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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의 CAN을 먼저 만나고 나서 Mitsukazu Mihara의 DOLL을 만났다. 순간, 비슷한 소재때문에 한 작품이 다른 작품을 표절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다시 한 번 읽고 난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많이 엷어졌다.

인간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형이라는 기본 소재 이외에는 작품의 분위기나 전개가 차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AN은 SF적인 색채가 짙다. 로봇이 식물과 인간의 성질이 뒤섞인 것으로, 캔에 입을 맞추면 타액을 통해 주인을 기억한다는 설정은 매우 독창적이다. 1권에는 없지만, 녹애철병 다음 편에서 인류가 산아제한을 결정하고 몰래 낳아 버려진 아이들이 장기매매자들에 의해 사냥된다는 설정은 뒷골을 섬뜩하게 만든다.

기본기가 옅보이는 동적인 그림과 특별한 분위기...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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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l 1
미츠카즈 미하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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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소재와 그에 걸맞게 독특한 그림이다. 인간이 희망하는대로 만들어진 인간을 위한 인형... 문득 영화 AI에서 던져진 묵직한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로봇이 감정을 갖게 되면...인간은 어떻게 책임을 져야할 것인가? DOLL에 등장하는 인형-사실은 로봇에 가깝겠다. 아니, 어쩌면 사람에-들은 기본적으로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무너진 집을 떠받치며 주인을 지키는 인형, 고통을 느끼도록 개조되어 울부짖는 인형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정'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개념인지의 경계조차 모호해진다.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들었다. 인간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형을 만들었다. 인간의 욕망에 부응하도록 만들어지고, 그 욕망때문에 망가져가는 인형들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책임져 주어야 할 것인가?

선정적인 장면들도 나오지만, 그때문에 작품이 주는 묵직한 화두가 희석되는 것 같지는 않다. 오랜만에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만화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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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강호 1
양재현 지음, 전극진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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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큼직한 화면 구성에 대사 몇 마디 없는 무협만화는 잘 안본다. 뭐, 꼭 여자라서라든가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다. 결정적인 이유는...돈이 아까워서.TT 만화책 사보자고 목울대 아프게 부르짖는 작가님들이 보면 경을 칠 소리지만, 한 권 읽는데 10분도 안 걸리는 무협만화는...시간제 아니고 권당 빌려보면 돈이 엄청 깨진다.

그런데 열혈강호는 다르다. 쬐그만게 되게 알차다. 게다가 식상하게 싸움만 하지 않는다. 사랑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지나가는 듯 하던 조역 하나도 사연 없고 눈물 없는 사람이 없다. 그 방대한 줄거리는 글쓴이와 그린이가 효율적으로 분담을 해서 작업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몇 년 전에 읽은 내용이 아련해서 방학동안 1권부터 27권까지 주욱 쌓아놓고 킥킥거리며 보았다. 덕분에 한 2박 3일은 즐거웠던 것 같다. 만화책에 빠져 보낸 하루가 허무하지 않고 행복하게 기억되는 만화...열혈강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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