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작은 늪
스티븐 킹 / 글밭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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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양이 윈스턴 처칠'이라는 제목으로도 국내에 나와 있는 스티븐 킹의 책이다. 정말 공포를 위해 써 낸 공포 소설.

'묻은 이가 되살아 나는 옛 인디언의 매장지'라는 소재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전혀 죽을 것 같지 않던 사람이 죽으면서 어디로 뻗어나갈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전개는 더욱 충격적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거나 180도의 반전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게 옥죄어 오는 느낌과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독자를 괴롭힐 것이다.

자칫 삼류 공포소설로 전락할 수 있는 이야기를 스티븐 킹 특유의 상상력으로 품격있게 마무리 했다. 다른 작품에 비해 특별히 좋다고 평할 수는 없지만, '역시 스티븐 킹'이라는 느낌은 충분히 전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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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시네마
유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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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머니'하면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어머니를 제쳐두고 따뜻한 모성, 고향같은 존재, 뭐 그런 느낌을 떠올린다. 언젠가 국내 소설 '마요네즈'를 읽으면서는 그런 어머니를 모두 뒤엎는 이미지의 어머니를 보며 당황스러웠다.

'가족'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이다. 포근한 사랑의 구성원들, 언제나 나의 우방인 사람들...그런 긍정적인 이미지가 줄줄이 꼬리를 물기 십상이다. 그런데 가족시네마는 그런 집단무의식에 일침을 가한다.

주인공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뒤틀려있는 군상이다. 사치를 좋아하는 허영덩어리 엄마는 모성보다는 여자로서의 본성이 더 강한 사람이고, 무능하고 엉뚱한 아버지 역시 사랑표현에 서툴러서 가장으로도 아빠로도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한 때는 꿈나무였던 남동생도 어느새 땔나무(?)로 전락한 신세이고...게다가 뾰족뾰족 온 몸에 가시를 세우고 있는 듯한 주인공도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인물이다.

이들 모두가 모여있는 장면은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아무리 버무려도 어울릴 수 없는 재료들처럼 어색하고 삐그덕 거리는 사람들. 사실, 별 다른 정리(?) 없이 스르륵 끝나버리는 결말부를 읽고는 도대체 주제가 뭔지, 어떻게 느껴야하는지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유미리는 굳이 가족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비틀어진 모습의 가족이라는 건 망가져가는 현대의 가족을 보여주기만 할 뿐 아니라 더 확대해서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도 비추고 있는게 아닐까.

어려운 작가다, 유미리는. 하지만 감성으로 읽어야함에도 자꾸 이성적인 분석의 잣대를 들이밀게되는 괴리감 역시도 유미리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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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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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책을 말하다의 녹화 현장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직접 만났다. 책 표지에서 볼 때는 기이한 광기가 맴도는 천재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본 베르베르는 너무도 천진한 소년 같은 이미지였다. 자신이 어떤 의도로 무엇을 쓰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으며, 어떤 질문에도 솔직하고 진지하게 답하는 태도를 보고 한 층 더 호감을 갖게 되었다.

'뇌'는 어려운 소재에 비해서는 너무도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그렇게 글씨가 크지도, 줄간이 넓지도 않은데 어느새 두 권이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버지들의 아버지'가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들의...에서는 마지막 결말이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뇌'의 결말, '최후의 비밀'은 그 명칭에 걸맞지 않게 좀 시시했다. 이지도르와 뤼크레드의 모험도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이 들고...

하지만 지적인 추리와 모험이라는 베르베르 특유의 분위기는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작품만 따지자면 별은 세 개 정도...하지만 작가의 매력과 옮긴이의 정성 때문에 별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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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나르 베르베르 는 사서 읽어도 후회 없을 몇 안되는 작가인듯...작가가 신간 내면 무조건 사는 사람은 몇 안되거든요,전.
 
등대지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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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가시고기가 병든 아들을 위한 부성애였다면, 이번 등대지기는 병든 노모를 위한 아들의 마음이다. 아니, 어쩌면 마음이 병든 아들을 위한 노모의 모성애일지도 모르겠다. 부성애든 모성애든 둘 다, 기본적인 감동은 확실히 보장되어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 못하다는 느낌이다.

가시고기에서는 백혈병을 앓는 아이의 생생한 느낌, 부자간의 교감이 확실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등대지기는 그런 교감보다는 극적으로 끌어가기 위한 상황이 먼저 다가왔다. 형에게 가려 자라는 주인공의 성장배경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감춰지지가 않았고, 결국 동생에게 치매 노모를 떠넘기고 이민을 가버리는 형의 행태에는 심한 분노가 치밀어 이후의 전개에도 눈을 돌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금간 등대 유리, 너무도 확실한 복선으로 예견된 결말... 보고 싶지 않은 결말에 차츰차츰 다가가야하는 후반부는 슬픔과 더불어 얼마간의 짜증도 함께 했다. 다음은 또 어떤 소재일지. 조창인 특유의 최루 소설이라면, 이번엔 다시 다른 감정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눈물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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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꽃 1
김민기 지음 / 은행나무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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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성이라는 것은 참 제멋대로이다. 이보다 훨씬 유치한 만화는 재밌다며 읽으면서도 이런 사랑을 다룬 소설에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좀 구시대적인 것이 사실이다. 작은 마을에 이사온 청초한 소녀와 반항끼 있는 매력적인 소년, 수재인 준수한 소년...그런 구성은 7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계속 우려낸 소재 아닌가? 그러면서도 전반적인 느낌은 '순정'보다는 '신파'에 가깝다. 갑자기 끼어드는 깡패들, 사채업자들도 그렇고... 주인공들에게 시련이 연이어 덮치는 것을 견디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되풀이되는 사건들과 대사들은 전부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듯한 것들.

익숙하기에 쉽게 읽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감히 작품성을 논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이 책을 읽기보다는 하이틴 로맨스를 읽는 쪽이 훨씬 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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