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골동양과자점 1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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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을 내 생애 최고의 만화 베스트 10 안에 임명합니다아~ (베스트 10이 뭐뭐냐고 꼬치꼬치 묻지 마시길 -.-) 동성애 꽃미남이 등장하는 만화를 '야오이'라고 하더군요. 예전에 어딘가에서 그 어원을 열심히 설명해 주었는데, 다 까먹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일본어의 어감이 그렇듯이 이 표현도 왠지 질 낮은 욕같은 느낌을 주는군요. 그래서 <서양골>(이라고 만화가게 아줌마가 그러던데요^^)은 그렇게 말하기가 꺼려져요.

<서양골동양과자점>이 베스트 10 안에 뽑힌(?) 몇 가지 이유......첫째) 열심히 공부한 흔적이 보이는 만화라는 점. 제빵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검증된 것인지 판단할 길이 없지만, 여하간 뒤에 붙은 참고문헌만 봐도 기가 질리더군요. 타치바나가 부케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장면 한 군데만 해도, 관련된 자료를 꽤 찾아봤을 거란 추측이 돼요.  둘째) 매우 독특한 컷 구성. 아직까지 기억나는 컷, 타치바나가 오노를 심하게 거절한 장면을 회상하는 4권 중 세로로 4분할된 타치바나의 옆모습. 잠시 눈을 감았다 뜨는 그 장면, 독특한 세로 4분할 안에 얼마나 절제된 감정이 듬뿍 담겨 있던지... 뇌리에 콱, 박혔답니다. 셋째) 역시...꽃미남.^^ 만화의 재미 중 꽃미남 구경을 빼놓을 수 있나요! 첫인상은 '수수하다'였는데 갈수록 몰입하게 되는 것은, 그저 화려한 그림에 의존하지 않고 주인공들의 매력적인 성격을 센스 있게 표현해 내려고 애썼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에...전 왠지, 오노에게 끌리는군요.^^(나...남잔가?)  넷째) 첫째, 둘째, 셋째 이유댈 것 없이, 재미있었기 때문!!!

케잌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던 관계로(제가 먹어본 케잌 중 제일 고급을 꼽아보라면...뭐, 파리바게뜨의 고구마 케잌 정도.^^;;;) 별로 괴롭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책에 나온 케잌 중 한 두개라도 먹어볼 수 있다면...정말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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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구르르르~~ 2004-03-0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 초밥왕부터 중화일미까지.. 나의 상상력을 한껏 자랑하는 요리만화는 항상 즐거워. 나도 읽어봐야지. ^^ 그리구 '맛있는 관계' 라구 읽어봤어? 제목은 야리꾸리 하지만 (나만 느끼는 건가?,,;;) 항상 읽으면서 배가 고프게 되는 그런 만화야.

sooninara 2004-03-11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만화가 끝이 조금 아쉽지않나요? 한,두권은 더 있었으면 좋았을것 같습니다.
질질 끄는 만화보다는 좋지만...그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다이어트하실분에게는 치명적인 만화죠^^ 이런 앤틱한 케잌점이 있으면 꼭 가보고 싶어요

가을희망 2004-03-19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노~ 꽤 매력적인 케릭터지요.. 마무리는 무언가 조금 아쉬운......
ㄱ그치만 거기 나오는 표현만으로도 왠지 빨리 과자점을 찾아가야 될거 같은..
그런 만화죠.. 아.... 옆제과점에라도 가서 조각케익이라도 먹어야 겠네요.. 웅~

다연엉가 2004-03-2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제가 좋아하는 만화이지요. 야오이물 중에서도 내용이 없는 그저 단순물(?)이 많은 데 이작품은 정말.....
그리고 얼음요괴 이야기도 괜찮았네요.

waho 2004-04-27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 책은 대여점에 없는 건지...

진/우맘 2004-04-2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인기 많아서 왠만하면 있을텐데. 꼭 보세요, 꼭이요!^^
 
동행
폴 오스터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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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 개뼈 선생, 혹은 스파르타쿠스라 불리고 싶어하는 스파키, 본즈. 행복한 개로서의 여생과 팀벅투 사이에서 벌인 일생일대의 게임은 어찌되었는지. 하긴, 성공해도 실패해도 나쁠 것 없는 느슨한 게임이긴 했지만. 단순한 나는, 그래도 미스터 본즈가 깨끗한 잔디밭에서 행복한 스파키로 좀 더 살다가 고속도로가 아닌 개집에서 팀벅투로의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폴 오스터의 거침없는 펜은, 매혹적인 인간 군상에 이어 결국 고매한 인성(혹은 견성)을 가진 개, 본즈를 낳았다. 아비가 훌륭하니 당연히 멋질 수 밖에 없는 캐릭터지만, 여하간 여러모로 본즈는 이전의 인간 주인공보다 높은 자리에 올려줘야 한다. 그 산만하고 파행적인 주인 윌리 옆에서도 침착한 품성을 잃지 않고 충성스런 애정으로 결국 팀벅투 입성을 이뤄낸 점...견공이지만 존경스럽지 않은가? 그렇다면 혹시, 이 책의 교훈은 개들이여, 주인을 사랑하여 영생을 얻자? ^^;;;

달의 궁전 - 폐허의 도시 - 빵굽는 타자기를 거쳐 동행까지. 폴 오스터는, 정말이지 붙잡기 힘든 작가다. 사랑하고 싶은데, 좀처럼 곁을 내어주질 않는다. 달의 궁전에서의 첫경험이 너무도 강렬해서 였을까, 그 이후의 작품들은 모두 각양각색의 줄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덮고 나면 '폴 오스터'라는 이름만이 남았다. 달의 궁전...지루했던 전반부를 뒤엎고 격렬히 치닫던,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정녕, 더이상은, 달의 궁전에서와 같은 희열을 느껴볼 수 없는 것인가?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이미 작가의 마력에 너무 깊이 젖어버렸다. 한 권, 또 한 권...'이번에는, 혹시 이번에는?'하며 끝을 보더라도, 뭐, 딱히 손해나는 여정은 아닐것이다. 본즈에게 개로의 여생, 혹은 팀벅투...둘 다 그닥 나쁘지 않았던 것처럼. <달의 궁전>을 뛰어 넘는 희열과 켜켜이 쌓여 숙성된 이름, '폴 오스터'...어느쪽이라도 내게 손해는 아닐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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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7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폴 오스터 책은 모두 좋아요. 작가만 보고 도 그냥 사서 읽죠. 다 읽다보면 식상한 느낌도 있지만...

진/우맘 2004-04-2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요. 게다가 열린책들의 양장 시리즈는, 다 멋져서...사도 아깝지가 않답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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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인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거나, 신문에 대문짝만한 광고가 나거나, 어떤 문장부호가 제목인 TV프로그램에서 추천하는 책은 피해가려는 책 고르기 기준이 생겼다. 생각해 보건데, 이것은 요새 만연한 '책 읽기 운동' 붐과 맞물려 생긴 성향 같다. 그 자체는 참으로 지향할 만한 훌륭한 현상이나, 책읽기 운동 시류에 편승한 베스트셀러를 읽고 있으면, 괜히 '1년에 책 한 권도 변변히 읽지 않는 한국인'의 범주 안에 덩달아 포함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지는 것이다.^^;;

하긴, 더 큰 이유는 위에 열거한 요건에 해당되는 대부분의 책이 내 취향과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우리나라 독서 문화는, 책을 읽으면 뭔가를 꼭! 배워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물들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는 애매모호한 기준의 교양, 돈 버는 법, 아이 키우는 법, 하다 못해 인생 사는 법이라도 꼭꼭 가르치려 든다. 책 읽는 최고의 이유는 '재미!'이고, 제일 싫은 책은 '내게 뭔가를 주입하려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나와는 사이가 나쁠 수 밖에.

각설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은 내 보관함이나 장바구니에서 멀찍히 떨어져 있었다. 머리 복잡한 어느 날, 도서관 서가에 딱히 읽고 싶은 책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빌려든 것 뿐이었다. 그런데...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은, 나의 한심한 편견 때문에 이 책과의 만남이 늦어진 것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주인공들이다. 진정한 사랑을 아는 할머니 보니 비, 자연을 이해하며 또한 자연의 일부인 할아버지 웨일즈, 수령을 알 수 없는 고목같은 윌로 존과 따뜻하고 현명한 와인씨...그들이 작은 나무를 대하는 모습에서, 나는 '배려'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새로이 배웠다.

그리고 그런 인물과 어우러지는 자연의 모습은 읽는이를 끊임없이 미소짓게 한다. 즐거운 여우몰이와 버찌를 과식해서 기절한 작은 새의 얘기를 읽고 어찌 웃지 않을 것인가!

그렇게 책 속의 사람들, 책 속의 생활에 정신없이 몰입해 있었기에 작은 나무의 고아원 생활에는 가슴이 터질 듯이 아팠다. 되찾은 행복 뒤에 연이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에 얼마나 울었던지. 원래 책을 보고 잘 우는 나이지만, 이렇게 야밤에 꺼이꺼이 운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작은 나무의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그 날들을 넘어다 보는 시간동안 더없이 행복했다. 책과 함께 하는 동안만큼은 흉흉한 현실에 자꾸 추워지던 내 영혼도 잠시 따뜻이 덥혀졌다. 그래, 진정한 베스트셀러의 자리는 이런 책이 차지해야 할 것이다. 배울 사람은 배우고, 쉴 사람은 쉬어 갈 넉넉한 여지를 품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같은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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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oKid 2004-03-2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는 동안에는 충만되고 따뜻한 느낌에 좋은 책을 읽었다면 책장을 덮지만....
어디서 읽은 것같은 그런 느낌을 좀 받아서요...줄거리나 인물들이나....흡사 초원의 집류의 시대적 분위기때문인지도 모르지만요....아니면, 책을 좀 표면적으로 읽어서일까요?(제가 좀 그런 편이거든요..)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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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잔잔하던 내 머릿속에 큼직한 돌 하나를 던져 넣었다.

남자와 여자를 바꿔본다면? 책을 있게 한 이 발상, 기발하긴 하지만 그다지 신선하다 할 수는 없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두 번은 떠올려 보는 생각이니까. 그러나 그 발상을 여성 운동의 관점에서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책의 전반부는 읽어 내기가 순조롭지 않았다. 완전히 대치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익숙치 않아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수 많은 창의성의 집합체이기에 다소 산만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적으로 작가의 탓은 아닐터. 오히려 이야기꾼으로서의 작가에게는 높은 점수를 매길만하다. 특히 말미에 삽입된 페트로니우스의 소설 <민주주의의 아들>에서 작가는 멋진 기지를 발휘한다. 무겁게 가라앉아 가던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유쾌하게 만들었을 뿐더러, 그즈음엔 <이갈리아의 딸들>에 푹 젖어 현실을 잊어가던 독자들에게 작품의 주제, 그 무거운 화두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었다. 단 두 페이지의 가상 소설로 그런 대단한 효과를 거두다니...!

글을 읽는 중간 중간 발견한 작은 장치들도 쏠쏠한 재미를 더해주었다. 이갈리아의 유명한 심리학자는 지그마 플로이드. 아마도 여자이겠지? 그들이 즐기는 술은 블러디 모리스, ㅋㅋㅋ 모리스는 필경 역사 속의 사악한 '남왕'일 것이다. 게다가! 이갈리아의 라푼젤은 머리카락이 아닌 턱수염을 길러 연인을 탑 위로 끌어올린다! 턱수염이 아프지 않았을까? 책은 이 외에도 수많은 블랙유머로 넘쳐난다. 몇 번은 내가 유럽문화권의 독자가 아닌 것에 안타까워 해야 했다. 원서를, 그리고 그 문화의 배경을 이해하고 있다면 <이갈리아의 딸들>을 더욱 즐길 수 있었을텐데...

<이갈리아의 딸들>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탄생궁전에서'였다. 탄생궁전에서 벌어지는 출산의식을 관전한 후 나는, 감지하고 있지도 못하던 나의 고정관념과 마주 서게 되었다. 그렇다, 언제부터 출산이 병이고 고통이었는가? 출산의 진통을 '독특하고도 황홀한 경험'이라고 하는 브램 장관이 작가의 무리한 억지는 아니다. 분명 현실에서도 '소프롤로지 출산'이라는 것이 있다. 임신과 출산을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여 통증을 최소화하는 출산법이다. 안타까운 현실에서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거의 득도에 가까운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임신기간의 유급휴가와 출산 후의 유급휴가가 기다리고 있다면? 그들의 입덧을 위해 남편이 바싹바싹 마를 정도로 뛰어다닌다면? 출산이 병원이 아니라 탄생궁전에서 이루어진다면? 수 많은 하객들에게 둘러싸여, 사제와 성가대가 부르는 탄생캐롤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이루어 진다면? 과연 무통 분만 해보자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명상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은 다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일단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생각할 것은 많이 있었다. 맨움의 종속과 관련된 것은 특히 많아서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끔 생각 없이 수용하기만 했던것들의 현실을 볼 때는 완전히 어리석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처럼. 244p 중--- 나 역시 그랬다. 막상 생각을 시작하자 '꺼리'가 너무 많았다. 혼자 생각했다면 아마 금방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갈리아의 딸들>과 함께 했기에 여성의 직업, 결혼, 임신, 출산, 피임, 섹스, 심지어 마르크시즘과 여성운동의 관계까지, 수 많은 영역들을 모두 한 번쯤은 고민해볼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이 소설을 영화로 보고 싶다. 이 땅의 맨움들이 보드라운 턱수염과 뚱뚱한 몸을 가지려 애쓰고, 작은 페니스를 망사 페호로 얽어맨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비웃고 싶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이갈리아의 딸들>을 경험한 후 내 고정관념의 얇은 외벽 하나가 깨져버린 것 같다. 그래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모든 사실에 조금은 화가 났나 보다. 물렁한 나를 자극해 시니컬하게 만들었으니, 이 책에 '목적'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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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그림책 - 그림책을 선택하는 바른 지혜 행복한 육아 15
마쯔이 다다시 / 샘터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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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아이의 그림책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읽어주자는 결심 아래, 관련한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와 그림책>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 하게 되는 것이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네요.

저도 그림책을 통해 아이가 숫자나 한글을 깨우치기를, 과학상식을 터득하기를 바랬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바램은 오직 하나, <아이와 나의 즐거움>을 위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00나라> 방문 한글학습을 이 달을 마지막으로 해서 끊었습니다. 물론 이젠 떠듬떠듬 한글을 읽게 되었다는 얄팍한 계산이 깔리긴 했지만 그림책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없었다면 결정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아이가 얼른 한글을 읽게 되어 지능과 창의력을 쑥쑥 키워준다는 갖가지 전집을 곁에 두고 한 권 한 권 읽어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전집에 대한 유혹도 깨끗이 털어냈습니다. 욕심나는 단행본을 구입하기도 벅차고,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도 한 번이라도 더 읽어주고 반납해야 되는걸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집은 무릎에 앉히고 한 권 한 권 읽어주기가 벅차지 않겠습니까?

이런 저의 변화에는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 <어린이와 그림책>을 통해 거듭거듭 주입된 마쓰이 다다시님의 주장이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림책은 즐거움을 위한 책이다', '그림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듣는 책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세 권을 통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반복되는데도 지겹지 않은 것은 왜일까요? 경험에서 우러나서 진심으로 당부하는 저자와 그런 저자를 존경하는 엮은이의 정성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언급한 세 권의 책이 모두 가치가 있지만 중복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중 한 권을 고르라면 <어린이와 그림책>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최근에 새로 나온터라 소개된 그림책의 도판도 깔끔하고 수월하게 읽힙니다.

중간에 소개된 어떤 학생의 편지처럼, 우리 아이도 나중에 서점에서 우연히 한 권의 낯익은 그림책을 집어 들고 그 책을 읽어주던 엄마의 목소리와 체취, 당시의 느낌에 흠뻑 빠지게 된다면... 그래서 그 기분좋은 느낌이 어쩌면 팍팍할 생활에 조그만 힘이 된다면... 더 이상 어떤 효과를 바라겠습니까? 그렇지요?

아이의 그림책이 꽂혀 있는 서가에 나란히 두어야할 책입니다. 간간히 다시 읽어보면서 초심을 되살려야 하니까요. 아니, 다시 읽어보지 않고 표지만 보더라도 책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귀찮고 힘들다고 밀어내는 것을 멈칫하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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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oKid 2004-03-22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주문한 책인데...얼른 읽어보구싶네요. 지금 아마 수원에서 분당으로 오고있지않을까?
아이들때문에 내리 사흘을 잘 못잤더니.. 이렇게 컴을 켜놓고 잠시 저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책고르기... 아직도 울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둔한 엄마에게 많은 도움이 되엇으면 좋겠네요. 다 읽고 다시 이야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