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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ㅣ 필립 K. 딕 걸작선 12
필립 K.딕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3년 9월
평점 :
'블레이드 러너'는 극장판을 DVD로 구매해서 봤었고, 후속작 '블레이드 러너 2049'도 IPTV로 봤던터라 이 영화의 원작을 진작부터 읽어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원작은 영화와는 상당히 달랐다. 종교적인 요소가 가미-아니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가 제작되었으니 영화에서 제거되었다고 해야 맞을까?-된 거의 다른 내용이었다. 영화는 쇠락해가는 인류 문명의 모습을 낡고 스모그와 먼지에 덮인 문명의 자취 속 잔해의 모습과 다음 세대를 잉태할 능력을 상실하여 성적 욕구만 남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면 소설은 새로운 세대를 잉태할 능력을 상실한 인류가 자기 도피적이며 고행적인 요소가 강한 가상현실을 매개로 한 종교에 매달려 그 속에서 타인과의 유대감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어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적인 면이 강했다. 하긴 폴라북스에서 출간한 필립 K. 딕의 장편소설들 모두 현실과 꿈, 가상의 경계가 모호하고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영화는 원작을 거의 따르지 않아 변형적 각색을 하여 모티브만 따와서 다른 작품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심지어 영화를 감독했던 리들리 스콧은 원작을 읽지 않았다고 하며, 원작자 딕 역시 본인의 소설이 영화화 되는 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기사를 통해 알게되어 초반에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각색된 시나리오에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소설은 화성 식민지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불법적으로 지구로 도망 온 앤디(안드로이드)의 퇴출을 담당하는 경찰 소속 현상금 사냥꾼인 주인공이 최신형 기종인 넥서스-6 기종의 앤디 6기를 퇴출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주인공은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에게 인간적 동질감을 느끼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개별자로서는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이지만 연민이나 공감의 감정이 결여되어 인간과 구별이 될 수 밖에 없고 본질적인 인간은 될 수 없다는 결말을 통해 작가가 갖는 인간에 대한 마지막 자존심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최근에도 A.I.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작고한 스티븐 호킹 박사나 팀 버너스 리, 엘론 머스크, 빌 게이츠와 같은 분들이 갖는 우려는 연민과 공감이라는 걸 모르는 논리적 지성체의 탄생에 대한 필립 K. 딕의 생각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된다.
주인공은 키우던 양이 죽자 남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대체물인 '전기양'을 키운다. 소설 속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피와 살로 이뤄진 진짜 반려동물을 갖는 것이며 동물에게 애정을 쏟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다른 존재에 공감할 수 있는 '인간'임을 자각한다. 그에 반해 안드로이드는 흉내는 낼지언정 타자에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안드로이드는 양의 꿈을 모방할 수 있지만 결코 피와 살로 이뤄지고 애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양을 꿈꿀 수는 없는 것이다.
원작소설을 읽었으니, '블레이드 러너'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다시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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