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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양장 한정판)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철학 입문서라기보다는 철학 실용서를 표방하고 있다. 무언가 엄청난 내공이 필요할 것 같은 '철학'을 무려(!) '실용'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처음 서문을 읽었을 때는 역시 전형적인 일본적 발상이라는 가벼운 느낌이 들어 왠지내용에 신뢰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찜찜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본문을 읽어보니 그런 우려를 일소할만큼 잘 짜여져 있어서 과연 대중에게 어필할만한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부에서는 철학을 학습하는 방법론에 대한 철학 전공자인 저자 나름의 관점을 제시하였고, 본격적으로 2부에서는 4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기업과 사회를 중심으로 실용적 주제를 정해 대중적으로 알려진 철학자와 사상가의 주장을 연결하여 알기 쉽게 풀어내고 일상에 적용시켜보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나같이 철학자, 혹은 사상가의 이름이나 대표적 저서 정도에만 익숙한 독자에게는 요점만 간추려 핵심만 전달되는 구성이 마치 쪽집게 과외를 받는 것처럼 쉽게 이해되어 나중에라도 인용된 책을 따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정도로 공감이 되고 좋았다. 그리고 글 사이사이에 권위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일본 사회에 대한 자기비판이 기저에 깔려 있음이 보이는데, 이는 비단 일본 사회뿐만 아니라 봉건적 전통주의에 뿌리를 둔 우리사회 역시 비슷한 입장이라 대부분은 공감할 수 있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철학 입문 서적이라기 보다는 일상 사회생활에 적용해볼만한 실용적 사상들을 묶어놓은 비즈니스 서적이라고 생각된다. 분류도 '철학'이라기 보다는 '비즈니스.경영'이나 '처세'가 더 맞을 것 같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어떻게 분류해 놓았나 살펴보니 '교양 철학'(알라딘), '철학/사상'(예스24), '교양 철학'(교보문고)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긴 '비즈니스 경영'이나 '처세'로 분류되어 있다면 오히려 책의 내용이 너무 가벼울 것이라는 선입관이 들어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저자도 철학 전공자이니 최근 각광을 받는 인문학에 기대는 편이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으리라.
인문학, 특히 철학같이 대중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야 말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에 의해 인덱싱된 실용 서적은 이러한 분야에 대한 좋은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