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가장 정직한 정치 교과서 서해클래식 5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신재일 옮김 / 서해문집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위인들의 행적에 대한 지식보다 더 귀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제 지식은 최근에 발생한 사건들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고대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얻은 것들입니다. 저는 이것들을 아주 조심스럽게 심사숙고하며 검토해 왔습니다. 이제 그 내용을 이 자그마한 책자에 간략하게 담아 전하께 바칩니다.
...
저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신의 주제를 묘사하고 꾸미기 위해 사용하는 세련된 미사여구, 과장된 단어나 고상한 표현법, 또는 외관상 아름다움을 위한 심심풀이 기교 따위로 이 책을 꾸미지 않았습니다. 이 책이 조금이라도 영예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이 책의 독창성과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의 중요성이 인정 받는 것이며, 그것은 제 바람이기도 합니다." (헌사 중에서)


"프랑스인은 정치를 모른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마키아벨리. 제조업과 상업을 바탕으로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금융업이 꽃피웠던 피렌체의 내치와 외치 업무를 관장하며 18년간 막강한 권력을 소유했던 마키아벨리는 메디치가의 군주정의 복귀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반역의 죄명으로 옥고까지 치룬후, 시골에서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한 그가 다시금 정치적 재기를 꿈꾸며 자신의 18년 공직 생활을 바탕으로 조국 피렌체의 부국강병을 꿈꾸며 탄생시킨 역작이 '군주론'이다.

군주론과 마키아벨리는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요, 작가이지만 창피하게도 고등학교 때 제목과 저자만을 외웠던 기억외에 실제 읽어보지는 못했었던 수많은 고전중의 하나였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강력한 군주정이야말로 국가를 통합시키고 주변국으로부터 자주성을 치켜낼 수 있음을 역설하고 그러한 군주국을 통치하기 위한 방법을 사례를 들어 나열하고 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 자신은 이미 권력에서 밀려남으로 이러한 역작 조차도 책상물림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고 조국 피렌체, 나아가 이탈리아의 진정한 부국강병에 이바지하는데도 실패하였다.

마키아벨리가 주창한 군주는 한마디로 '교활하기가 여우같으며, 강력한 사자와 같은 힘'을 가진 냉혹하고 철저하게 계산적이면서도 잔혹스러운 괴물과 같은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하긴 최근 개봉한 '괴물'이라는 영화도 '권력'을 형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괴물'을 등장시키고 있으니 과연 권력을 가진 자는 괴물과 같은 자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이 일면 신의를 기반으로한 우리의 전통적 국가관으로는 용납하기 힘든 주장이지만, 유약한 군주로는 자주성을 획득하기 어려웠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필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비견 르네상스를 꽃피우기 시작한 근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에 있어서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게다가 남북 대치 상태에서 핵개발,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 등으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함과 동시에 같은 민족이기에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외교 상황과 IMF를 겪으면서 진행된 경제적 자주성 침해로 인한 해외 자본의 잠식, 유가 폭등과 국가 경제 운영 미숙으로 말미암은 경기침체 등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마키아벨리가 주창한 강력한 군주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이미 독재자로 치부했던 박정희 대통령을 재평가하고자 하는 시도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그러한 요구가 차기 대통령 선거의 주요한 쟁점이 되리라는 것도 예상되고 있다.

군주론은 나같은 평범한 이학도에게는 유명하지만 낯설은 고전이지만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교양서이므로 자세한 내용을 들먹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을 소개함으로 군주론이 결코 정치에만 국한된 책이 아님을 역설하고 싶다.

"나는 운명을 무시무시한 강에 비유한다. (중략) 어떤 방법으로든 그것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강이 범람하기 전 인간은 제방과 둑을 쌓아 미리 예방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 (중략) 운명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운명은 자신에 대항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곳에서 위력을 떨치며, 자신에 대항해 아무런 제방이나 둑이 건설되어 있지 않은 곳을 공격하기 마련이다. (후략)"

"어떤 사람이 신중하고 참을성 있게 행동하고, 상황과 환경이 자신의 방식과 어울리는 방향으로 변하면 그는 분명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상황과 환경이 다시 변한다면 불행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유는 그가 자신의 방식을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이다.(중략) 그러므로 신중한 사람이 신속하게 행동할 필요가 생길 경우,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국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상황과 환경에 맞게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는 언제나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다."

정말 오늘날 IMF 이후 어려운 경제 가운데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걸맞은 명언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정말 힘되고 마음에 들었던, 아마도 마키아벨리 스스로에게도 힘이 되었음직한 구절을 옮김으로 마칠까한다. 사족이지만 이 글의 겉모습으로 성차별 운운하는 말장난은 없었으면 한다. 그건 훌륭한 고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환경은 변하는데 인간은 유연하게 행동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방식이 환경에 맞으면 성공하고, 맞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나는 신중한 것보다는 과감한 것이 더 낫다고 확실히 믿는다. 운명은 여성이기 때문에 군주가 여성을 지배하고자 한다면, 거칠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신중한 남자보다는 과감한 남자에게 굴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운명은 여성이기 때문에 항상 젊은 남성에게 끌리게 되어 있다. 젊은 남성들은 신중하지 않고 공격적이어서 운명을 대담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방전후사의 인식 1
송건호 외 / 한길사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방전후사의 인식1'은 5개의 장으로 나누어 12편의 논문을 통해 해방을 맞이한 우리 민족이 풀어내지 못한 문제점을 꼬집고 되돌아보기 위한 문제를 재기하고 있다.

첫번째로 해방을 맞이한 우리 민족 지도부의 대응과 미군정의 초기 대응과 미.소간의 이해 관계에 의한 분단의 고정화를 다루면서 민중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해방이 우리 민족 지도부의 준비 미숙과 정세 파악의 한계로 말미암아 주체성을 상실하고 미군정의 주도하에 우리 민족의 기대와 희망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 점과, 미군정의 몰이해로 말미암은 일제 잔존 세력의 재등장으로 친일 청산이라는 식민 역사의 정리 작업이 불가능해지게 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오늘날 정치사에서의 몇차례에 걸친 일제 청산에 대한 시도를 주도한 정치가들의 시각에 대한 이론적 밑바탕이며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미군정에 대한 시각도 해방군으로서의 미국의 역할이라는 부분보다는 일본에 대한 정세 판단 미비로 인해 전개되는 소련과의 이데올로기적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불가피하게 한국 분단을 묵인할 수 밖에 없었던 분단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하지만 일제하의 우리 민족의 현실이 비록 외세의 도움이 없이는 독립의 실현이 불가능하였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민족의 자주성은 민족 스스로가 지켜낼 때에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해방의 주체 세력은 미국이나 소련이 아닌 우리 민족이 되어야 했으나 미국에 의해 해방이 된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여 볼 때 우리 정부가 아닌 미국 정부로서 당연시 미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한국의 정세가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통해서도 미국과 소련의 한국에 대한 처리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미국은 국제적인 협의를 통해 한국의 신생 독립국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시도한 반면, 소련은 진주와 동시에 공산화의 단계를 밟아 나가면서 김일성을 내세워 공산당의 집권 시나리오를 진행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미국이 한국의 해방직후 지도부를 인정함에 있어서 시행착오로 인해 지연됨으로써 북한의 정권 수립을 방조한 책임이 없지는 않지만, 이 역시 우리 민족의 자주성이 결여된 해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무리가 있지 않은 가하는 생각이다.

두번째는 반민특위로 대변되는 친일 청산의 와해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 역시 앞서 미군정의 해방 직후 통치 방침과 관련되어 미국의 한반도 정세와 미군정의 초기 행정 구조의 확립을 위한 일제 행정 기관의 재활용으로 인한 친일 세력의 재성장으로 말미암아 힘을 얻은 친일 세력의 정치 세력화를 주 요인으로 꼽았다. 그리고 일제 당시 친일 군상의 실태를 예로 들어 친일 세력의 청산이 단순히 일제에 적을 둔 기득권에 대한 대항이 아니라 일제 식민 정책의 선봉으로 민족의 식민화에 앞장 선 잘못된 과오를 가려서 깨끗하게 정리함으로 해방을 맞이한 새로운 출발을 하자라는 부연적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며, 과거의 친일 청산의 미완으로 인해 오늘날 일본과의 외교에 국내 정치인들의 상충된 이해 관계가 과거에 얽매이는 듯하여 안타깝다. 하지만 친일 청산은 어디까지나 민족사의 올바른 정리라는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해방후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 와서 새삼 억압과 피억압의 이해에 얽힌 보복적 한풀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세대는 친일 가해자와 피해자, 이해 당사자가 아닌 후손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피지배하의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한다는 것이 또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당시 친일 행적의 올바른 역사적 기술만으로도 당사자에 대한 역사적 심판은 족하리라 보며, 독립 역사에 대한 인식의 재 조명과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친일에 의한 수탈이 확인된 재산의 제 자리 찾기 정도에서 마무리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수탈 부분은 사유재산 보호가 보장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이 단계에서 용서와 화해가 친일 청산이후의 역사적 기록으로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번째로 독립의 주체 세력으로 대표되는 김구, 이승만, 여운형의 국제 정세 인식과 행보 등을 다루고 있는데 김구 선생은 의기를 높이 사나 당시 국제 정세의 판단 미비로 인한 아쉬움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국을 등에 업고 자신의 정치적 야심만을 앞세워 친일 세력과도 손을 잡았으며 결정적으로 분단을 조장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너무 편향적인 평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거북함이 느껴지며 이부분에 대한 내 생각은 다른 시각의 자료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여운형 선생에 대한 평가가 두드러지는데 '해방전후사의 인식'에서 제시하는 지도자 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승만 전 대통령과는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나 역시 어렴풋하게 여운형이라는 인물은 공산주의자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역사에 대한 내 자신의 몰인식이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1945'라는 TV드라마에서도 이와 같은 시각이 다뤄지고 있어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쉽게도 현재는 6.25발발 상황이 다뤄지고 있어서 여운형 선생에 대한 드라마적 인식을 더보지 못한다. 하지만 해방전후사의 인식에 기초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드라마다.

네번째로 다루고 있는 것은 농지 개혁인데 해방전후사에서 왜 하필 농지 개혁이 이렇듯 한 장을 장식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잠시 스쳐간 장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네 전통적인 민족사는 농업을 기반으로 하였기에 땅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침탈이 곧 일제하의 대표적인 우리민족의 수탈사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역시 왠지 모르게 북한의 농지 개혁을 일례로 들며 - 물론 비민주적인 부분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 농지 개혁에 대한 배경부터 의의까지 자세히 살펴보는 밑바닥에는 유물사관에 기초한 이해가 있지 않나 싶다. 난 아직 경제학에는 깊은 이해를 갖고 있지 않은 관계로 이런 논점은 경제학의 기초라도 이해를 하고 난 후 다시 살펴볼 부분인 것 같아 더이상 사고의 진행은 어렵다. 이부분에서 경제학 원론과 자본론 등 경제서를 참고해서 다시 한번 살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통해 바라본 해방 직후의 인식에서는 의식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주체인 문화인들의 문제 의식을 다루고 있으며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보수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좌파적인 시각이 두드러진다면 문학을 통한 인식이야 말로 밑바닥에 깔린 의식의 색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역시 분배와 집중이 큰 이슈로 등장하는 오늘날의 현실로 보았을 때 우파냐 좌파냐하는 편가르기 시각 자체가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보여줘야할 시선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우파냐 좌파냐가 아니라 이 민족과 국가, 그리고 국민 개개인의 번영과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는 사상과 이념이 필요하다는 말로 '해방전후사의 인식1'에 대한 서평을 마칠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