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초콜릿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75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손정원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인보우클럽 소속의 엄청난 바람둥이 유스티스 경. 그는 그에게 온 시식용 초콜릿을 아내와의 내기에서 져서 마침 초콜릿을 사려고 햇던 그레엄 벤딕스에게 준다. 그레엄 벤딕스는 아내에게 그 초콜릿을 가져다 주고 그녀는 그 초콜릿을 먹고 죽고, 그는 가까스로 살아난다. 과연 누가 초콜릿에 독을 넣었는가? 이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고, 이 때 런던 경시청의 의뢰를 받아서 범죄 연구회의 회원들이 각자 자신들의 조사를 바탕으로 사건을 각자 분석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다른 추리소설과는 달리 한 명의 탐정이 나와서 진상이 이러이러하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하루에 한 명씩 자신의 추리를 해서 발표를 하고, 나머지의 회원들은 그의 의견에 반박을 하거나, 함께 의견을 나눈다. 이 범죄 연구회의 소속된 사람들은 엄격한 기준에서 선발된 사람들로, 소설가, 변호사, 극작가, 미스터리 소설작가, 소설가, 그리고 그들에 비해서 뭔가 상대적으로 기죽는 기분이 있는 일반인이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발표는 굉장히 논리정연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감정적인 면도 있으며, 또 어떤 이는 잘못된 유추과정을 사용하기도 하는 등, 범죄 연구회의 회원들은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낸 자신의 의견을 발표한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은 밝혀진다.

 한 명의 추리가 아닌 여섯 명의 추리를 비교해가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이전에 어떤 작품에서도 즐겨본 적이 없었다. 물론, 예전에 크로프츠의 통을 읽을 때 공동 수사를 벌인 것을 읽은 적은 있긴하지만...여하튼, 살인 사건 자체는 그리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으나(트릭도 없었고, 사건 자체는 어찌보면 평범한 듯했다), 여섯 명의 범죄 연구회 회원들의 추리를 비교해가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고, 마침내 밝혀진 범인의 의외성도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의 다른 작품인 살의도 읽어봐야겠다. 살의는 도서추리의 명작으로도 제법 유명하니까...아, 그리고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책표지가 너무 유아틱하다 -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절판


이런 게 인생일까. K는 생각한다. 어차피 패는 처음에 정해지는 것이다. 내 인생의 패는 아마도 세끗쯤 되는 별볼일 없는 것이었으리라. 세끗이 광땡을 이길 가능성은 애당초 없다. 억세게 운이 좋아서 적당히 좋은 패를 가진자들이 허세에 놀라 죽어주거나 아니면 두끗이나 한끗짜리만 있는 판에 끼게 되거나. 그 둘 중의 하나뿐이다. 그래봐야 그가 긁을 수 있는 판돈이란 푼돈에 불과하다. 어서어서 판이 끝나고 새로운 패를 받는 길. 그 길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세끗이라도 좋다. 승부가 결판나는 순간까지 나는 즐길 것이다.-29쪽

어차피 그녀는 그의 삶에 틈입한 곰팡이 같은 존재였다. 건조하게 살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건물의 음습한 곳에서만 서식하는 그런 곰팡이처럼 그녀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 구석구석을 균열시켜 놓았다.-54쪽

봄에 내 의뢰인들이 많아지는 것은 지루한 겨울에 대한 반동이라기보다는 봄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봄을 두려워한다. 겨울에는 우울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봄은 우울을 더이상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자신만이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겨울에는 누구나가 갇혀 있지만 봄에는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자들만이 갇혀 있다.-57쪽

가끔 허구는 실제 사건보다 더 쉽게 이해된다. 실제 사건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구차해질 때가 많다. 그때그때 대화에 필요한 예화들은 만들어 쓰는 게 편리하다는 것을 아주 어릴 적에 배웠다. 나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을 즐긴다. 어차피 허구로 가득한 세상이다.-61쪽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유쾌하다. 그 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책을 읽어도되고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해도 재미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어떤 부채의식에도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다. 반대로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일은 불쾌하다. 그 시간은 사람을 조급하고 비굴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C는 언제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98쪽

두려움은 흔히 혐오의 외피를 쓰곤 하죠. 자전거를 배우려면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꺾어야 해요. 그리고 힘차게 페달을 밟으면 되죠.-1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96년 제 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던 작품인 이 책은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도와주는 주인공, 뭐 굳이 직업명을 붙이자면 자살보조업자쯤되는 사람과 그의 고객이었던 여자들, 그리고 그 여자들의 주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최근들어 부쩍 알려진 작가인 클림트의 유디트와 같았던 여자가 등장하고, 책의 표지는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이었고, 책의 마지막은 사르다나팔의 죽음이라는 그림으로 마무리 된다. 얼핏 이 사실만 보기에 진주귀고리소녀처럼 그림을 보고 그 주인공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인가 싶지만, 이 책은 그저 그의 개인적인 취향을 그림을 통해 보여줬을뿐, 그림을 통한 허구는 아니었다.

 이 책 속에는 자살을 권하는 사람과 그로 인해서 자살을 하고자하게 된 사람이 등장한다. 자신의 욕망에 휩싸인 사람과 자신의 욕망을 두려워하여 그것을 피하려는 사람도 등장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은 그들 자신을 파괴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살을 한다고 해도 현실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글쎄...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이라는 말처럼 죽음을 선택한다고 하여도 그리 변하는 것은 없지 않을까?

  내가 읽은 김영하의 다른 소설들보다는 좀 덜 날카롭고, 좀 덜 냉소적이긴 하지만, 이 책도 다른 책들처럼 굉장히 술술 읽혀나갔다. 김영하는 독자가 어떻게 하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가를 잘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독자가 쉽사리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군더더기가 붙어있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들을 읽어갈 때면, 그에게 점점 매료되어 감을 느낀다. 얼마전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앞으로 문단계를 이끌어갈 인물로 김훈과 더불어 뽑히기도 했던 김영하.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매료시켜줄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실 김훈보다 김영하쪽이 더 매력적이다. 적어도 내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주인공은 전직이 수학 교수로 교통사고로 인하여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병을 앓고 있으며, 그에게 있어서 모든 기억은 그가 사고를 당한 17년전으로 멈춰있다. 그런 그의 집에서 파출부로 일하게 된 '나'는 미혼모로 열살짜리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여자로 직업 소개소에서 박사를 소개받게 된다. 그에 관한 문서에는 이미 9명이나 되는 파출부들이 그를 포기했다는 도장이 찍혀있었고, 과연 어떤 사람이길래 하는 마음으로 박사에게 간 그녀는 박사에게서 황당한 질문을 받는다. "자네 신발 사이즈는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 24라고 대답을 하니 그는 "24? 정말 청결한 숫자군. 4의 계승이야." 이런 식의 대화를 한다. 보통 사람이 날씨가 어떻냐고 묻는 것과 같이 그에게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풀어가는 주제가 숫자인 것이다. 그와 함께 지내면서 더불어 그녀의 아들도 아이들은 혼자 둬서는 안된다는 박사의 말에 따라 박사의 집에서 지내면서, 나와 박사 그리고 그녀의 아들 루트(머리가 평평하다고 박사가 붙여준 이름)의 생활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이 책 속에는 책의 제목대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나온다. 소수의 개념, 완전수의 개념 등이 나오면서 잔잔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그저 수학의 개념을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사의 수학에 대한 열정과 박사를 이해하고 그에게 친구같은 존재된 가정부인 나와 그의 아들 루트의 우정이 수학과 야구라는 소재에 의해서 그려진다. 그리고 마치 영화 '메멘토'에서 주인공이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기억하기 위해서 몸에 문신을 새기는 것처럼 박사는 자신의 옷에 메모지를 붙여 놓는데, 그 메모지들 중에서 "내 기억은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라고 붙여 놓은 것에서는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기억력을 지녔지만 그가 사랑했던 수학에 관한 것은 잃지 않았던 박사. 끝내 그의 기억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그렇지만 그 사실에 슬퍼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지켜주는 가정부인 '나'와 '루트', 그리고 사고가 나기전부터 사랑했던 미망인이 있었기때문이 아니었을까? 든든한 친구들과 연인이 있어서 그는 행복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읽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구판절판


시간은 빨리 흐른다.
특히 행복한 시간은 아무도 붙잡을 새 없이 순식간에 지나간다.-0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