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탄광촌. 광부들이 파업상태인 마을의 분위기는 그저 어둡기만 하다. 그 곳에 살고 있는 빌리 엘리어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사용한 권투 글러브를 끼고 체육관에 다니고 있지만 권투에는 영 소질이 없어보인다. 그러던 중 체육관 한 쪽에 발레교실 수업이 진행되고, 빌리는 호기심에 발레 수업을 듣게 되고 점점 발레에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의 발레선생님인 월킨슨 부인은 그를 런던 로열발레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오디션을 보려고 하나 여러가지 사정상 그의 꿈은 좌절될 위기에 처하는데...
사실 까놓고 얘기하면 이런 영화는 널리고 널렸다. 불행한 환경에서 우연히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찾게 된 아이. 그 아이가 꿈을 이루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라면 지원해줘야한다고 생각을 바꾸고 결국 성공에 이르는 아이의 모습. 각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조금씩 다르고, 또 이야기도 약간의 변형이 가해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구성이 뻔할 것임을 알면서도 이런 영화를 보게 되는 건 인간적인 감동과 자신의 잊혀진 꿈에 대한 희망의 가능성을 볼 수 있기때문이 아닐까.
빌리는 아버지에게 발레를 한다고 했다가 호모가 되고 싶은거냐며 혼이 난다. 하지만 빌리에게는 그를 지원해주는 선생님이 있고, 친구가 있다. 그들이 빌리의 꿈이 무너지지 않게 주춧돌을 놓아줬다면 영화 후반 부에 빌리의 재능을 엿본 아버지가 배신자라는 호칭을 듣게 될지언정 빌리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탄광으로 복귀하려고 하는 것은 주춧돌 위에 건물을 짓기 시작한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자신은 그렇게 힘들게 살고 손가락질을 당하더라도 아들만은 다른 모습으로 크게 해주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이랄까. 겉으로 보기엔 강한 모습이었던 아빠는 그렇게 빌리를 통해 숨겨진 부정(父精)을 보여주고 자신도 빌리를 통해 잊고 지낸 감정을 되찾게 된다.
이런 주변 사람의 도움도 도움이겠지만 정작 본인인 빌리는 어린 나이지만 춤을 출 때만큼은 자신이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느낌, 그 자유로움 때문에 아버지와 형의 반대에도 춤을 그만두지 않는다. 겉보기엔 나약해보이는 소년이지만 그는 춤에 대한 애정으로 그 끈을 놓지 않고, 결국엔 발레 공연에서 주목받는 자리에까지 이르게 된다.
영화는 단순히 희망이 없어보이는 탄광 속에서 피어난 빌리의 모습만을 주목하고 있지 않다. 빌리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뒤에서 남몰래 괴로운 눈물을 흘려야만 했던 아버지의 모습, 에서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죽은 엄마가 남긴 편지에 쓰여진 "네가 자랑스럽다"는 말. 그 말은 영화를 본 모두가 빌리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남다른 구성도 없고, 잔잔한 구성에 다소 암울하게 느껴지는 배경이지만 영화의 여운은 노을빛처럼 내 가슴을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