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카오스 이론. 영화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이론에 대한 어떤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종종 순간적인 기억상실을 겪는 에반. 그는 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불행한 어린 시절이 흐르고 그는 멋진 대학생이 되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일기장을 소리내 읽음으로 일기장에 적힌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다시 그 때로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닥친 불행들을 하나씩 고쳐보려고 하는데, 그 때마다 뭔가 하나씩 잘못되어 가고 상황은 더 안 좋아지기만 하는데...그는 과연 자신의 삶과 친구들의 삶을 바르게 되잡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살면서 하나씩은 후회하는 일을 저지르곤 한다. 그리고 '만약 그 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 속의 에반은 사실 애초부터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그가 겪은 기억상실때문에 빠져있는 기억의 조각을 맞추려고 한 것이었지만, 정작 자신이 하는 작은 행동이 모든 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닫고 불행한 친구들의 삶을 고쳐보려한 것 뿐이다. 한 예로 에반의 행동으로 동네 음식점 서버에서, 대학 퀸카에서, 마약쟁이 창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캘리의 삶은 너무도 극단적으로 변해간다. 이를 바라보는 에반은 고쳐보려, 바로잡으려, 자꾸만 과거로 떠나게 될 뿐. 어찌보면 그 때문에 에반이 더 불쌍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숙명론적 관점,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이런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영화는 대중성도 지니고 있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미덕인 듯. 감독판과 극장판 두 가지 엔딩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감독판쪽의 엔딩이 좀 더 괜찮았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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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갑자기 또 보고 싶네요. (웃음)

이매지 2007-04-2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 때는 좀 정신없기도 했는데 재미있었어요^^ 결말도 2개라 골라보는 재미도 있었구요 ㅎ
 





  이런 종류의 영화는 크게 두 가지 구성을 갖고 있다. 하나는 애초에 범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의 행적을 따라가고 왜 그들이 범행을 저지르는지 보여주는 것, 또 하나는 범인은 사건 후반에 정체가 드러나고 자백을 통해 그가 왜 범행을 저지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영화의 경우에는 첫번째 경우인 범인의 행적을 따라가고 있다. 때문에 잔인한 범행의 장면을 보여주기도 해서 범인의 잔인성을 강조하고, 한 편으로는 범인의 왜 범행을 저지르는지를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연이은 살인사건에 붙어있는 오로라 공주의 스티커. 피해자들은 저마다 공통점은 하나도 없어보이는 사람들. 그 수법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범인인 정순정, 그녀가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딸아이의 죽음때문이라고 하지만 과연 딸아이와 죽은 사람들은 어떤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



  이 영화는 알려졌다시피 그간 배우로 활동해온 방은진의 데뷔작이다. 배우로는 경력이 오래됐지만 감독으로는 초보인 그녀. 그녀는 초보답지 않게 이야기를 나름대로 매끄럽게 끌어갔다. '모정'이라는 심리적인 요소를 가지고 '복수'를 이어가는 모습은 얼핏얼핏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금자씨>의 스토리보다는 <오로라 공주>쪽의 스토리나 개연성이 더 깔끔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감독은 나름대로 금자씨를 통해 복수를 해석하고 있지만, 방은진감독은 그저 정순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판단은 관객의 것으로 돌렸다랄까.



  스릴러가 가질 수 있는 미덕을 가지고 있지만 정순정에게 조금 더 초점을 맞춰줬더라면 좀 더 영화가 극적으로 치닫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감독의 눈으로 여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 첫 작품이지만 어눌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만으로 의미는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싱글즈>, <홍반장>,<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거치며 엄정화의 캐릭터가 너무 고정되버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녀의 캐릭터 다양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엄정화, 방은진 두 여자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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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2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좋았던 영화예요. 엄정화씨 연기는 물론이구요. ^^

이매지 2007-04-2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정화씨는 가수는 가수대로, 연기는 연기대로 어울려요. 그죠? ㅎ

프레이야 2007-04-25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너무 잔인한 장면이 많을 것 같아 미뤄뒀는데 봐야겠어요. ^^

이매지 2007-04-2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인한 장면이 좀 있긴 한데 그래도 한 번 보셔요^^
생각보다 괜찮답니다^^
 



  때를 잘못만나, 혹은 너무 큰 작품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영화들이 종종있다. 이 영화 LA 컨피덴셜도 타이타닉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타이타닉보다는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97년에 나온 이 작품에는 스타급인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고 있다. 러셀 크로우를 비롯하여 케빈 스페이시, 킴 베신저 등등. 그들의 매끈한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가 결합되어 이 영화는 긴장감있게 진행된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보면서 약 30분간은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던 것 같다. 워낙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영화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초반에는 숨고르기를 하며 때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때가 오자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낸다.



  LA의 최대 범죄 조직인 미키 코헨이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그 사이를 틈타 그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력이 등장한다. 미키 코헨의 부하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에 의해 희생된다. 이에 이어 한 카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죽은 사람들 속에는 퇴직 형사인 스탠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신참 형사인 에드는 이 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스탠스의 파트너였던 버드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 단독 수사에 나서고, 한 걸음 한 걸음 진실로 발걸음을 향한다. 



  천사의 도시라 불리는 LA.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 그리고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롤로 토마시의 정체. 전반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강요하지 않는 구성, 정교한 스토리 등이 긴장감을 유발하여 헐리우드식 느와르란 무엇인가를 보여줬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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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의 한 가정에 복작복작 시끄러운 식구들이 모여 살고 있다. 한 지붕 아래 원래 남편과 이혼하고 남편의 친구와 결혼을 해서 살고 있는 엄마를 비롯하여, 치매증상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를 유일하게 다룰 수 있는 가정부, 침대에 누워 늘 멋진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큰 딸, 서로 지지하는 당파가 다른 아버지와 아들,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다른 세 딸, 그리고 사랑에 실패했다고 자살하겠다고 가족을 찾아오는 원래 친아버지까지. 당췌 종잡을 수 없는 가족의 1년 간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제목이 주는 느낌처럼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자신에게 100프로 맞는 사람을 찾는 여자도 등장하고, 이별 후 금방이라도 자살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사람도 등장하며, 슬픔을 감추며 다시는 사랑하지 않으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뉴욕의 1년(중간에 베니스도 등장하지만)을 배경으로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아니 그보다 이 왁자지껄한 가족들이 어떤 사랑을 하게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찌보면 다소 산만해보일 수도 있고, 그저 따뜻한 사랑이야기라고만 하기에 약간 시니컬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감정을 버리고 우디알렌식 뮤지컬을 본다는 생각으로 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캐스팅도 꽤 호화로운 편이라 각 배우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듯 싶다. 드류 베리모어, 골디 혼, 에드워드 노튼, 나탈리 포트만, 줄리아 로버츠 등등. 이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만나는 건 어렵지 않겠는가? 우디알렌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이 영화만큼은 예외로 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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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7-04-2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디알렌식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한 번도 보지를 않아서 원.
에드워드 노튼이 나와서 보고 싶은 영화예요. 괜찮을 거 같네요~ ^^

이매지 2007-04-2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에드워드 노튼 좋아해요^^
우디알렌 영화는 두 편 정도 보시면
'아 이게 우디알렌 영화로구나'라고 아시게 돼요^^;
 



  슈퍼맨, 바이오맨, 후레쉬 맨, 스파이더 맨 등등 악당과 맞서 싸우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익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들어있다. 여기 또 하나의 영웅이 있으니 바로 그의 이름은 "미스터 인크레더블". 보통의 영화들이 영웅이 한창 활약하던 시기를 그리고 있다면 이 영화는 독특하게 자신의 희망과 다르게 정치가들때문에 은퇴(?)한 인크레더블이 몸을 숨기고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겉보기엔 남과 같은 삶이라 할 지라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직 영웅인 "엘라스티 걸"이 부인인지라 아이들도 심상찮은 능력들을 가지고 있고, 그 또한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사람들을 돕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능력과 신분을 숨긴채 살아가던 인크레더블에게 정체불명의 특명이 떨어지고, 그는 평범한 시민에서 멋진 영웅으로 다시 방향을 바꾸려하는데...



  언제부턴가 좀 더 세밀해지고 꼼꼼해진 3D기술 때문인지 애니메이션은 가끔 실사와 혼동되기도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도 인크레더블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간 섬의 세밀한 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랬었다. 얼핏보면 실사라고 믿길 정도로 살아있는 풀의 모습 그대로였다랄까. 물론, 주인공인 미스터 인크레더블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실사와는 전혀 동떨어진 느낌이었지만...이런 기술적인 면은 디즈니가 픽사와 손을 잡았기때문에 가능해진 일이 아닌가 싶다. 디즈니가 픽사와 계약을 맺은 것은 흥행에 대한 좋은 탈출구가 아니었나 싶다.(막말로 디즈니는 한참 망해가지 않았었나. 픽사를 만나서 다시 흥행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었던거지. 근데 이제 픽사랑 헤어져서 어쩌나)



  스토리면에 있어서 이 영화에도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립구도는 존재한다. 또한 예상할 수 있듯이 우리의 영웅은 악당을 무찌르고 다시 한 번 영웅으로 자리매김을 해낸다. 하지만 누가봐도 흥미진진한 상상력의 표현은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모두 영화에 푹 빠지게끔 도와준다. 물론, 디즈니 특유의 가족주의나 권선징악의 교훈, 미국 영화 특유의 미국영웅주의(거기에 백인에 금발은 금상첨화)은 찝찝한 감이 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던 것은 유쾌한 캐릭터들과 익살스러운 행동들때문이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스토리 자체만 보면 부족한 맛이 있는데 그런 점들을 캐릭터들의 힘으로 잘 보완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된 듯. 후속편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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