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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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77선'을 선정했을 때 눈여겨본 책인데 1년이 지난 올해가 되서야 읽었다. 책을 펴자마자 말 위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의 독특한 저자 사진이 보이더니, 책 내용도 여느 역사책과는 달리 신선하게 다가왔다.

  임금의 사생활에 대한 내용에서부터 지금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남성이 육아휴직이 조선시대에 있었다는 점, 임진왜란 때 있었던 흑인 용병에 대한 이야기, UFO로 추정되는 괴상한 물체의 목격담 등등 판에 박힌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최근에 역사 추적(역사 스페셜) 같은 프로그램에 급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고 있는데, 이 책도 그런 대중적인 역사 프로그램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았다. 역사란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대중의 편견을 깨기 위해,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인물'들에 대해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런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나열이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특히 일본에서 선물로 받은 코끼리에 얽힌 사연은 웃으면 안 될 상황인데도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저자가 무예24기의 시범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그런지 특히 무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어 있었다는 것. 다른 소재에 비해 무예가 자주 많이 다뤄진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다행히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혹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무예에 대한 이야기만 따로 묶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하나, 너무 대중적인 것을 추구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깊이감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이들이 보기엔 너무 가볍고, 역사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읽으면 역사에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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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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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사실 제목이 <나는 남편과의 결혼을 후회한다>였더라도 이렇게 잘 팔렸을까라고 생각하며 ‘뭐 그저그런 심리서겠지’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재미있다고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선배의 말에 혹해서 결국 낚인 셈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느 한국 남자들이 그렇듯이 저자는 김혜수같이 가슴 큰 여자와 망사 스타킹(구멍이 클 수록 고맙덴다), 친구들과 골프를 치며 음담패설을 하기 좋아하는 철없는 40대 중년 남성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이야기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남자들에 대해, 그리고 남녀를 뛰어넘어 행복한 삶을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그런 면에서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남성들이 끝까지 읽으면 '에이, 결혼을 후회한다는 얘기는 별로 없잖아'라고 아쉬워할지 모르겠지만, 나같이 미혼의 20대 여성은 남성의 심리에 대해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이 책의 내용만으로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것은 금물이겠지만.)

  사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행복한 가정, 행복한 인생, 행복한 직장. 이런 것들을 위해 저자는 '재미'를 찾으라고 말한다. 그냥 해야 하니까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재미를 찾는다면 행동은 저절로 일어난다고 말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만 믿고 죽어라 참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즐기며 매진하는 것이 결국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런 저런 여건을 핑계로 '나중'으로 미루다가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행동한 뒤 후회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더 좋다고 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백열등 조명과 하얀 침대 시트에 관련된 이야기가 워낙 강해서 그런지 뒤로 갈수록 약간 미지근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친구 누구 무슨 회사 임원 누구 등 자신의 인맥을 자랑하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아 들었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친분이 있어도 실명을 밝히고 지극히 사적인 얘기를 이렇게 막 써도 정말 괜찮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뭐 이래저래 아쉬움은 있었지만,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게 읽었다. 무료한 삶을 일탈하고픈 중년 남성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자신의 삶의 자세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침에 아줌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토크쇼처럼 적당히 자극적이고 적당히 감동(?)도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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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0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상했던 대로의 책이네요^^ 하지만 읽고 싶어져요

이매지 2009-08-05 13:41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는데 생각보다 가볍더라구요 ㅎㅎ

카스피 2009-08-05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중년 아저씨들이 읽을만한 책이라....뭐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라나요 ㅎㅎㅎㅎ

이매지 2009-08-05 18:28   좋아요 0 | URL
사실 뭐 "제대로 놀자!"는 메시지 외에는 큰 메시지는 없는데,
저자와 지인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왜 아침마당 같은 프로는 남는 게 없어도 왠지 보게 되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전.

가넷 2009-08-16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머리 뽀글한 아저씨가 저자인가 보네요.ㅋㅋ;;; 별 관심은 없는 책인데... 서평단 도서로 보신거예요?

이매지 2009-08-16 20:12   좋아요 0 | URL
네. 그 머리 뽀글한 아저씨가 저자예요 ㅎㅎ 서평단은 아니고 팀장님께 빌려서 봤어요 ㅎㅎㅎ
 
옛 소설에 빠지다 - 금오신화에서 호질까지 맛있게 읽기
조혜란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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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수의 출판사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고 있다. '세계'문학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 안에 한국문학은 마치 구색이라도 맞추듯 <홍길동전>과 <구운몽>정도 들어가 있을 뿐, 일반 대중이 우리 고전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배우는 고전 이외에는 우리 고전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 고전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워한 저자가 그동안 고전소설을 읽으며 느낀 것들을 마치 수다를 떨 듯이 풀어놓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사랑 이야기에서부터 역사를 공부하면서 빼놓을 수 없을 전쟁 이야기, 우리 고전에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판타지, 마지막으로 허균과 박지원의 작품까지 총 열세 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고전소설이 결코 지루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김영철전>이나 <강도몽유록>처럼 국문학을 전공했던 나도 미처 접해보지 못했던 고전소설들도 있는가하면 <박씨전>이나 <호질>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봤을 고전소설까지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게다가 각 편이 끝난 뒤에는 같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도 소개하고 있어서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정말 다양한 작품들을 맛보기로나마 접할 수 있었다. 

  저자가 선정한 옛 소설들이 저마다 매력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챕터인 '사랑, 사랑이로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공자왈 맹자왈 유교경전에 목을 매는 고리타분한 모습이 아니라 때로는 사랑에 아파하고, 때로는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 심지어는 목숨까지 거는 모습 등이 시공을 초월해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소설>이 인상적이었다. 관찰사댁 도련님과 관기의 사랑. 아들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어했던 아버지의 배려를 "그까짓 기생 하나 때문에 상사병이라도 나겠습니까? 어차피 한양으로 데리고 가도 그 아이는 헌신짝이 될 겁니다"라고 호기롭게 물리치는 도련님. 하지만 정작 이별을 하자 미칠 듯한 그리움에 결국 관기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고생고생해서 재회한다는 이야기는 철 없던 주인공이 사랑을 통해 성숙해가는 과정을 강렬하게 보여줬다. 

  여기서 대략적인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있었지만 그 작품의 맛을 오롯이 즐기기엔 부족했기에 이왕이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고전들을 오롯이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고전소설들을 일반 대중이 손쉽게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일부 유명한 옛 소설 몇 편을 제외하곤 대중을 위해 쉽게 풀려진 책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문학전집이 몇 백권씩 나오는 것처럼, 아니 그 반만이라도 한국고전을 대중에게 소개한다면 우리 문화가 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고교평설에 연재된 글을 모은 만큼 중, 고등학생도 무난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저런 아쉬움도 있지만 어쨌거나 옛 소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엔 이만한 책이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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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7-1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국문학을 전공하셨네요.전공살려 출판사에 들어가셨네요.
고전 소설들의 경우 고등학생들의 입시용으로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사실 잘 보지 못하죠.근데 이렇게 한권으로 나오면 쉽게 손이 갈수 있을것 같네요.^^

이매지 2009-07-14 09:40   좋아요 0 | URL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더라구요.
요새 고전문학 시리즈를 하고 있어서 부쩍 이쪽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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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인문학하면 어렵고 고리타분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견에 더해 소위 돈 안되는 학문이라는 점까지 더해져 인문학은 대학에서도 퇴출되는 비극을 겪고 있다.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는 인문학. 하지만 누가 인문학에 관심이 있을까 싶을 때 인문학에 대한 썰을 풀어가며 인기를 모은 블로거가 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 로쟈(이현우)다.


  인문학적 지식에 대한 갈증은 있었지만 나 또한 인문학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에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라딘에 둥지를 틀면서 로쟈님의 글들을 읽게 됐고 어쩌면 인문학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더 부드러운 학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뜻 나서서 친해지기엔 왠지 모를 포스가 느껴져 항상 멀리서 그의 글을 야금야금 읽으며 지젝을 비롯해 데리다, 벤야민 등의 거장들의 단면을 읽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내 스스로 만난 건 지젝 밖에 없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책은 서재에 올렸던 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로쟈의 문학 노트, 로쟈의 예술 리뷰, 로쟈의 철학 페이퍼, 로쟈의 지젝 읽기, 로쟈의 번역비평 등 총 다섯 개의 서재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그동안 서재에 올렸던 글을 손본 것들이다.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은 글, 너무 말랑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글'을 모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나처럼 인문학 초짜가 읽어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간간이 어려운 구절이 있기도 했지만 몇 번 곱씹다보면 이해가 되는 정도라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생 초짜라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적인 독자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약간 빡빡한 느낌이 들어서 한 번에 한 챕터 이상 읽기는 힘들었지만, 굳이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마음가는대로 한 챕터씩 읽으며 느긋하게 완독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블로거 로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하는 책. 한 번 더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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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7-05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1 아들은 수행평가로 일주일에 한권씩 인문학 독후감을 쓰게 하더군요.
아주 괜찮은 선생님이구나 싶어 감사하고 있지요.
이 책도 사야지, 하면서도 워낙 밀린 책이 많아서 올라온 리뷰만 보고 있어요.^^

이매지 2009-07-05 09:38   좋아요 0 | URL
일주일에 한 권씩 인문학 독후감이라니 정말 괜찮은 선생님이네요!
저도 그런 선생님을 만났다면 인문학적 마인드가 좀더 갖춰졌을텐데...
이 책 고1에겐 약간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기본이 있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다이조부 2009-10-0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저는 상당히 어렵던데....

발문을 쓴 양반이 대학선생인데도 그 사람도 어렵게 느껴진다는 말에 위안을 삼았죠 ㅎ

이매지 2009-10-05 23:56   좋아요 0 | URL
인문학 생초짜보다는 어느 정도 관심이 생긴 분들에게 적당하죠^^;

다이조부 2009-10-06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과를 2년 다녔는데도 어려운거 보니 학교 다닐때 열심히 공부 안했네요. ㅎㅎ

이매지 2009-10-07 13:17   좋아요 0 | URL
앗. 매버릭꾸랑님 철학과 나오셨군요 ㅎㅎ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 광해군일기 - 경험의 함정에 빠진 군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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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광해군'이라면 중립외교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뭔가 실리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랬기에 나라를 말아먹은 뒤 광해군이 세울 조선이라는 나라가 더 기대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광해군일기>를 읽어가며 '결국엔 그놈이 그놈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참 아쉬웠다.

  책의 초반에 그려진 세자 시절의 광해군의 모습만 보면 훌륭한 왕이 될만한 자질과 경험은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의 침략에 비겁하게 혼자 살겠다고 도망간 선조보다 사실상 적지나 다름없는 지역에서 7개월이 넘게 분조(나뉜 조정) 활동을 하며 민심을 휘어잡는 광해군의 모습은 세자로서, 아니 한 명의 왕으로서 더할나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선조의 질투는 결국 광해군을 10년을 울분과 두려움 속에서 보내게 한다. 이를 잘 이겨내고 개혁을 했으면 좋았으련만. 광해군은 망나니 같이 행동하던 형 임해군과 이복동생인 영창대군까지 없애고, 잇단 옥사를 일으키는 등 점점 예전의 광해군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미신을 크게 믿어 연달아 궁궐을 지어 국가의 재정을 바닥나게 하고, 백성들을 토목공사에 시달리게 만드는 등 점점 광해군은 총명했던 세자의 모습에서 멀어져 결국 반정으로 쫓겨나기에 이른다. 

  작가도 후기에서 '정세를 바로 볼 줄 아는 혜안과 옳다고 믿는 바를 끝까지 밀어붙일 줄 아는 추진력을 겸비했음에도 광해군이 실패했던 것도 바로 경험 때문이다. 경험을 활용하지 못하고 경험에 사로잡혀버렸기 때문이다. 광해군 자신뿐 아니라 조선과 조선 백성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라고 말했듯이 전쟁이라는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광해군은 조선의 건강성을 흔드는 갖가지 폐단을 시정할 수 있었다. 물론, 방납의 폐단으로 백성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대동법을 일부 지역에서나마 시행시킨 점이나 '오직 성리학'을 외치는 이들과는 달리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모습 등의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북방에 대한 대비책은 근본적이지 못했고, 신분질서의 폐해도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게다가 대동법의 일부 지역 시행 외에는 민생안정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되려 무리한 궁궐 공사로 민생을 피폐하게 할 뿐이었다. 시대적인 조건과 자신의 능력을 모두 갖추었지만 아버지 선조의 그늘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한 것은 결국 그의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능양군에게 왕위를 뺏긴 것은 너무나 가장 안타까웠다.

  인조는 썩 좋아하는 왕이 아니라 12권을 읽기가 살짝 꺼려지는데, 그래도 박시백이 풀어가는 <조선왕조실록>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구시렁거리며 결국 읽게 될 것 같다. 언제 읽어도 펴는 순간 빠져드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덕분에 역사가 좀더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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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4-2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는 광해군이 시대적인 조건을 지지리도 못타고 났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걸요. 출발부터 불안정한 왕권, 바로 머리앞에서 왕위를 위협하는 서인들. 그것도 적통대군이란 정통성을 무기로.. (조선시대에 가장 큰 무기죠) 제 개인적으로는 그가 미치지 않은것만도 참 힘들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이매지 2009-04-26 00:20   좋아요 0 | URL
사실 연산군처럼 미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하죠. 1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쭉 기도 못 펴고 살았고 왕위에 올라서도 끊임없이 시달렸으니. 그놈의 적통대군은 정말 여러 왕을 망치는듯.

초기에 보여줬던 그런 결단력을 조금만 더 보여줬더라면 인조라는 찌질한 왕은 없었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결국 변화의 끈을 놓친 것 같아서 여러모로 아쉬웠어요.

미미달 2009-04-29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 시리즈를 11권째! 대단하세요!! 오랜만이네요. ㅋㅋㅋㅋㅋ

이매지 2009-04-29 22:48   좋아요 0 | URL
지금 13권까지 나와있어요 ㅎㅎ
완결되면 읽었어야했나 살짝 후회 ㅎ

살수검객 2009-04-30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덕에 재밌는 책을 야금야금 보고 있네요...전 지금 2권 빌렸는데..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기분 나쁘지 않은듯..님의 리뷰는 너무나 끌려요..^^

이매지 2009-04-30 14:21   좋아요 0 | URL
워낙 유명한 책인걸요 :)
리뷰는 그냥 내용을 정리한 것 같아서 좀 찝찝했는데,
그래도 좋게 봐주시니 감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