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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세계사 2 : 동남아시아 - 동방의 천년 문명이 열린다 ㅣ 가로세로 세계사 2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남아시아'라는 지역을 떠올려보면 드는 생각은 앙코르와트의 유적이나 요즘 부쩍 자주 볼 수 있는 베트남 쌀국수, 아니면 많은 관광객들이 가는 곳(외국으로 졸업여행가는 친구들은 거의 동남아로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정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동남아시아 국가의 역사에 대해 짧게나마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베트남, 타이, 캄보디아,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동티모르,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의 11개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때문인지 일단 책은 단순한 나열식의 서술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지역의 역사가 대개 비슷비슷해서 그런지 읽다보면 A국의 역사가 B국의 역사같고, B국의 역사는 C국의 역사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됐다. 몇몇 특색있는 역사를 가진 국가(예를 들어,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카톨릭 교도가 80%가 넘는 국가고, 이들의 독립은 민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배계층의 자존심과 이익을 위해였다.)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식민지 지배, 민족주의 운동, 독립, 민주주의 혼란기, 쿠데타 군부통치, 민주화'의 비슷한 길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분리-독립한 브루나이와 동티모르, 그리고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외국의 침략세력(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에스파냐)에 고통을 받았다. 이후 2차대전이 발발하고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에서 전 지역이 일본에게 점령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이 항복한 이후에는 이들 지역은 서구식 민주주의의 유입으로 인해 혼란을 겪기도 한다. 즉, 이들 지역의 국가가 밟은 노선은 우리가 밟은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침략, 동족간의 전쟁, 외세에 의한 분단, 민주주의의 유입, 경제적인 발전. 이런 요소들은 우리와 동남아 모두 아픔을 딛고 일어선 역사라 할 수 있다.
우리와의 많은 공통점을 가진 국가들이라 관심이 갔고, 또 그들이 겪은 일들에 대해 공감할 수도 있었고 그들과 한 편이 되서 응원의 박수도 보낼 수 있었지만 왠지 그들의 역사를 너무 수박겉핥기식으로 바라본 게 아닌가하는 느낌도 없지않았다. 총 11개 국을 다루고 있지만 각 국에 할당된 페이지는 끽해야 20페이지 남짓이다. 그래서인지 각 국의 역사도 시작부터 거슬러올라간 것이 아니라 '이런 이런 왕조를 거쳤다.'식의 간략한 서술만 하고 간략하게 언급만하고 지나가고 주가 되는 것은 식민지 침략부터다. 이 때문에 그 민족과 국가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점들을 놓치고 있는 점들도 많은 것 같고, 다소 반복되는 서사로 독자에게 지루함을 안겨줄 여지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민지 국가가 아닌 피식민지 국가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동남아시아의 역사는 너무도 가볍고, 깊이가 없어보였다.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기에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목적이라면 괜찮겠지만 이 책 한 권만으로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한다는 건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많은 동남아史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는 되어줬지만 아쉬움이 많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