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문학동네)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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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발굴단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단순하게 기록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추려낸 부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특히 그가 재계의 늑대들을 혐오하는 이유가 급진적인 좌익사상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미카엘은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은 아니었어도 정치적 '이즘'은 극도로 불신했다. p.81

그는 동료 기자들을 경멸했고, 그 경멸은 인간의 기본적 윤리만큼이나 명백한 진실들에 기반했다. 그가 보기에 등식은 간단했다. 터무니없는 투기로 수백만 크로나를 날린 은행 이사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된다. 사욕을 채우려고 유령회사를 만든 CEO는 감옥에 가야 한다. 마당에 공용 화장실을 놓고 비좁은 원룸을 학생들에게 임대하면서 세금까지 떼먹으려고 월세 영수증을 발행해주지 않는 악덕 집주인은 죄인 공시대에 매달아놔야 한다.  p.82

"내 생에 이십오 년, 혹은 삼십 년은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하랄드 같은 인간들을 용서하며 보냈네. 그러고 나서 깨달았지. 혈연이 사랑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하랄드 같은 인간을 변호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도." p. 163

"난 노예를 고용한게 아니네." p.166

"세상에는 이런 자들이 깔렸지. 나도 숱하게 겪었다네. 충고 하자면, 이런 자들이 떠들 땐 그냥 내버려두게. 잘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빚을 갚아주면 되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날뛰며 공격할 때는 참아야 하네" p. 188


"사는 동안 내겐 수많은 적이 있었지. 그 속에서 한 가지 배운 게 있어. 패배가 확실하면 싸우지 마라. 하지만 나를 모욕한 자는 절대 그냥 보내지 마라. 묵묵히 기다리다가 힘이 생기면 반격하라. 더이상 반격할 필요가 없어졌다 할지라도." p.188

지금껏 누구도 그녀에게 의견을 물은 적이 없었다 p. 193


빌어먹을 놈아! 열 살 때부터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했어! p.198

"싸우자는 게 아니에요. 항상 그런 개자식들에게 어떻게라도 정상을 참작해주려 애쓰는 꼴들이 한심할 따름이죠" p.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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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눈이 왔다. 

흡연자 직원들이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이, 

나도 좀 쉴 겸 눈 사람 하나를 몰래 만들었다.

 

 

수학을 싫어하는 해로운 '문돌이'도 머리를 싸매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가 있다. 빈약한 통장 잔고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할 때, 요즘 같은 마무리의 계절이 1년 치 성찰을 강요할 때가 그렇다. 나는 경제관념이 투철한 김생민 씨처럼 꼼꼼한 계산과 '스튜핏! 그뤠잇!'의 상벌체계를 갖추진 않았더라도, 기초산수로 잘 궁리하면서 나름의 재무계획을 짜곤 한다. 돈이 없으면 원래 머리라도 잘 굴려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알뜰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전해 내려오는 삶의 비법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나의 경험과 주변의 삶에 관한 관찰을 종합한, 심리묘사가 주를 이루는 '극사실주의 팩션(Faction)'이다. 이 의식의 흐름이 청춘이 당면한 삶을 이해하는 데 조금의 도움이 되길 바란다.

 


대학가는 물가가 싸다. 더 멀리 나가지 않기로 한다. 넉넉잡아 칠천 원짜리 밥을 하루 두 끼만 먹는다. 이젠 10대가 아니니, 하루 세끼 다 챙겨 먹으면 살이 찐다. 아침에 한잔, 점심 먹고 한잔. 천 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하루 두 잔 사 먹는다. 쿠폰은 반드시 받기로 한다. 나 하루 만 육천 원씩, 달에 48만 원을 먹어 치우는구나. 등록금은 짬짬이 공부해서 장학금으로 퉁치기로 한다. 거주지는 임대료가 무료인(그러나 마음의 빚과 눈치가 복리로 쌓이는) 부모님의 집을 이용하기로 하자. 여기에 휴대전화 요금이 달에 6만 원. 교통비가 10만 원. 옷은 가성비 좋은 스파 브랜드의 기본템 위주로, 한 달에 위아래 합쳐 한 벌씩만 3만원. 아니 살아 숨 쉬는 의식주 비용만 벌써 67만 원이 필요하다.

 


까짓것 벌어보기로 한다. 팔다리 멀쩡하고 젊으니까, 시간이 남아봐야 놀기밖에 더 하겠나. 아직 뭘 해야 할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른다. 어차피 흘러갈 시간, 돈으로 바꿔놓는 게 최선이겠지. 이미 부모님에겐 신세를 지고 있지만, 협상력을 발휘해 내친김에 부모님께 교통비와 전화 요금만 대신 내달라고 부탁한다. 그럼 51만 원. 다행히 내년도 최저시급이 많이 올랐다. 7,530. 그 정도면 주말을 투자해 충당할 수 있다. ·일 하루 9시간씩 일하면, 54만 원. 3만 원이나 남는다. 이 돈이면 울적할 때 치킨 한 마리, 매달 미용실에서 컷트 한번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알바 소개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깐다. 학교 커뮤니티에 구인란을 뒤적거린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괜찮은 게 없다. 이 돈 주고 그렇게나 부려먹겠다고? 그럴 거면 정직원을 채용해야지, 무슨 알바를 쓰나. 6개월 1년씩 일하는 게 직원이지 아르바이트인가? 이것저것 재고 따지니까 할 일이 별로 없다. 다들 양심 불량이다. . 아니다. 나 말고도 일할 사람 많구나. 갑자기 자기 주제를 단번에 깨닫는다. 울며 겨자 먹기로 몇 군데 면접을 본다. 겨우 얻은 알바, 사람 불편하게 만들고 잘릴지도 모르니 주휴수당 그런 거는 머릿속에서 잊기로 한다. 이 정도는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배웠다. 어떠한 난관도 청춘의 긍정은 이겨낼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착각하지 말자. 나는 직장인이 아니다. 학생이다. 학생의 본업은 공부다. 아르바이트는 생활비 때문에 하는 것이다. 남는 시간에 공부해야 한다. 이왕이면 남들보다 잘 해야 한다. 좋은 직장과 풍족한 미래를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금을 융통해야 한다. 학원비부터 토익시험 응시비가 도통 비싼 게 아니다. 뭐 토플은 30만 원이나 한다고? 최대한 소비를 줄인다. 시간은 고정되어 있으니, 더 일에 체력과 시간을 빼앗길 수 없다. 부모님께 한 번 더 굽혀본다. 마법의 '엄마 카드', 그 화수분 같은 힘을 한 번만 더 믿어보기로 한다. 그 대신 친구나 선후배 관계 따위, 다 유지비만 잡아먹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이다. 안 만들고 돈을 아낀다.

 


외롭다. 벚꽃이 피고 바다가 어른거리며 단풍이 들고 눈이 온다. 춘하추동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괴로운 계절이다. 그렇게 피했는데도 사람인 이상 사랑에 빠지고야 만다면 어떡할까. 부모님께 계속 손 벌리는 것도 찜찜한데, 그 돈으로 연애까지 하다니. 불효가 막심하다. 커피값이고 밥값이고 예산이 1.5배가 뛰어버린다. 사랑하는 사이에 분위기도 내고 좀 해야 하니까. 누가 사랑에 마음이 전부라고 했는가. 구애에서부터 사랑은 매번 증명하는 것이다. 기념일이 다가온다. 선물을 사야 한다. 진도는 브레이크를 모르고 앞서간다. 놀이공원이나 모텔이라도 갈 적엔 큰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심지어 콘돔마저 비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좋은데 별수 있을까.

 


몽상을 멈추고 주판을 다시 굴려본다. 아무래도 연애를 하려면 유지비 견적이 나오질 않는다. 견적이 안 나오면 구애도 하지 않는다. 그게 비용이 저렴하다. 우리에겐 위험을 감수할 돈이 없으니까. 구조적 실업이 있듯, 구조적 독신이 있는 것이다. 숨 쉬는 비용으로 70에 육박하는 돈을 쓰고, 연애를 시작하면 돈 백이 필요하다. 공부하고 일하고 놀고 미래를 준비하면서, 그것까지 어떻게 감당하랴. 20대는 그렇게 혼자 살아간다. 정치의식이 없고, 패기가 없으며, 사회성이 부족한 20대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아르바이트를 빼먹으면서 데모할 청년은 더는 이 땅에 살지 않는다. 밥을 굶으면서 사당오락의 신화를 써 내려갈 혈기도 이제는 옛일이다. 나름대로 젊은 세대는 사력을 다해 버티고 있다. 버티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다. 더 이상 위대한 헌신과 고상한 동기를 요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온갖 담론으로 분칠해도, 청춘의 맨 얼굴은 아마 이것과 가까울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별 수 없다. 청춘의 대표를 자처하며, 또 좌파 이데올로기적 충동에서 시작한 정의감이 충만한 글이 아니었다. 그냥 나는 돈이 급하다. 그런데 오마이 뉴스에서 원고료 5만 원 출금 제한을 걸어 놨다. ‘빨리 몇 개 더 써서 반드시 고료를 타내고야 말 것이다!’ 라고 다짐하던 찰나, 기사채택에서 까였다. 아씨.. 마지막 문장은 삭제하는 편이 좋았나?



-2017.12.05 

@PrismMaker

※본 에세이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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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아버지와 사촌동생. 

할아버지께서는 평생 고기를 낚으셨다. 

가만히 꼬마 동생이 서툴게 낚시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계신다.

할아버지게서는 어떠한 원칙으로 평생을 살아가셨을까?

20년전 품안에 있던 손자는 비로소 그것이 궁금해졌다.






1. 증상


 


만사가 귀찮다. 겨울이면 늘 이렇다. 사회적으로 늘 하이텐션의 핏대를 자랑하는 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저혈압의 모계유전을 따랐다. 혈압이 낮으니 피가 늦게 돈다. 잠이 깨는 아침에 특히 피가 덜 돈다. 의식과 육신의 기상 시간이 늘 다르다. 항상 몸이 지각한다. 피가 몸에 도는 속도가 느리니, 덩달아 몸도 늦게 데워진다. 루피는 기어 세컨드 쓰면 금방 피가 끓던데,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추위를 많이 타고, 피가 모자라는 발끝은 특히 차다. 정신은 뜨거운 심장을 가졌는데, 생물학적으로 냉혈한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늘 정신이 탁하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자발적으로 예열되지 않는 몸뚱이를 덥히기 위해선, 온수 샤워를 해야 한다. 샤워기는 수압이 셀수록, 물은 약간 뜨거운 게 좋다. 더러움과 피로가 씻기며 활력이 돋는 느낌이다. 겨울이 싫다. 신체 리듬과 생활패턴이 다 야행성에 맞춰져 있다. 축구도 공부도 글도 다 한밤중에 잘 된다. 아니 아예 집중이라는 것은 밤에만 된다. 낮엔 피로와 싸우고 산만함과 싸워야 한다. 오늘도 낮 시간을 버렸다. 따지고 보면 난 20대의 대부분을 이렇게 살아왔다. 누가 시킨 것도 처벌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이렇게 살아왔다. ‘아침형 인간좋다는 부추김에, 그렇게 살고자 노력했지만, 저혈압의 굴레를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에라 그냥 되는대로 살기로 했다.

 




2. 진단

 


세상에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다. 수십 년을 살아온 한 인격체의 해묵은 습속을 어떻게 일격에 개조할 수 있을까. 만난 지 10분 만에 하나님의 뜻을 설파하고 주입하려는 뭇 기독교인들의 전도가 대부분 성과가 없듯, 생각은 개종하거나 회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살아온 수십 년의 사고방식은 단숨에 혁명적으로 바꿀 수 없다. 이것을 인정해야 하는 데, 그때의 나는 이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여전히 잘되지 않고 어렵기만 하다. 살붙이고 산 내 어머니도, 내 동생도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게. 원래 세상의 이치고 인간의 한계인 것이다. 나조차 나를 바꾸지 못하니까.

 


생각이라는 것은 천천히 스며들고 물들어 가는 것이다.’ 내 색깔을 유지하며 옆에서 바르게 사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그 이상은 오지랖이다. 한두 번의 대화나 논쟁으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그 사람 주변에 유의미한, 그러면서도 본인과 다른 선택지로 버텨주는 것이 역시 최선이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 자기만의 경험에 완전히 해방되어 자유로운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불교에서도 그것은 열반이나 해탈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보통 사람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인 것이다. 나는 잠정적으로결론을 내렸다.

 

 




3. 처방

 


영원히 비범한 사람도, 영원히 평범한 사람도 없다. 내가 한번 이겼으면, 언젠간 나는 한 번 질 것이다. 여러 차원에서 이기고 지고를 주고받는 것이 동등한 관계다. 항상 이기거나 항상 지는 관계라면, 필시 그것은 장기 말을 부리는 사람 같은 지배-복종을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고민은 동등한 관계에 지속성에 관한 물음이다. 또한, 어떻게 사람을, 또 나 자신을 대할지에 관한 원칙이기도 하다. 솔직히 나도 글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이렇게 자문자답을 길게 하는 것도 어쩌면 재능이고 어쩌면 병리 현상이 아닐까.

 

여하튼 한 분야에서 조금 두각을 드러냈을 때, 그래서 몇몇 호의와 칭찬이 너무 쉽게 얻어질 때, 사람은 쉬이 교만해지고 자기객관화와 자기교정 능력은 둔해진다. 자신의 비범함에 취해 평범한 다수를 부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비범함과 평범함은 사실 태양이 비추는 순간의 각도 차이다. 그것을 영원이라 착각하는 것에서 나는 인간관계의 비극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되니까 너도 할 수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 데따위는 상담이 아니고 공감도 아니고 조언도 아니다. 그냥 자기 자랑이다. 잘 되면 자기 덕이고, 못되면 나는 되던데.’ 하고 끝나는 그런 조언은 악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힘든 사람, 남은 자존감까지 갈취해서 자기를 높이려는 얄팍한 기만에 불과하다. 사람의 마음에는 글로 미뤄 알 수 없는 수많은 속사정이 녹아있다. 거짓공감으론 마음을 살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돌팔이를 만난다면, 나는 내 인생을 묻지 않기로 한다.

 

유능하다는 이미지를 갖는 사람은 보통 게을러지는 경우가 잦다. ‘나는 너희가 하지 못하는 큰 기획을 했으니 디테일은 알아서 하라.’는 하나 마나한 말이다. 악마와 천사는 모두 디테일에 숨어있는 걸 어쩌겠나. 그 용의 눈알을 찍는 마지막 붓은 디테일인 걸. 디테일은 성실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게으른 자가 경쟁에 임할 경우는 적에게 제거되지만, 협력에 임할 경우는 동료에게 쫓겨난다는 것을 명심하기로 한다. 선민의식은 늘 나를 좀 먹는다.

 

오늘의 긴급함을 위해 미래를 약속하는 버릇, ‘~된다면 ~를 주겠다.’ 따위의 영어식 조건절을 입버릇처럼 하는 사람을 피하기로 한다. 공수표를 남발하다 보면 인간관계에도 파산이 있다. 사람이 사람을 떠나는 것은 그 사람이 힘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치게 만들어 서다. 만일, 그 사람을 믿고 싶거든 말이 아니라 행동의 교환을 살피도록 한다. ‘행동의 등가만이 관계에 지속성을 부여한다. 동등한 행동을 책임질 수 없다면 부추기지도 말아야 한다.


스물일곱이 되기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대학 시절 처음 스물일곱의 학교 선배를 봤을 때, ‘뭔 저런 아저씨가 있어?’ 하고 놀랬더랬다. 그러던 내가 그 나이에 들어섰다. 나는 그때 보다 확실히 피가 식었다. 점점 자기 분수를 알고 그 선을 넘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꽤나 큰 미덕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자기 분수의 무거움, 책임감의 압박. 뜨거운 심장을 가진 생물학적 냉혈한은 오늘도 1인분을 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1인분하기가 이렇게나 어려운지를 체감하고 있다. 글의 절반만이라도 살아보고 싶다고 시린 발의 사내가 밤기운을 받아 나에게 편지를 쓴다. 나이 먹기 싫다. 굿밤.

 

 

-2017.12.02 

@PrismMaker 

 

 ※ 본 에세이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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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dla2189 2017-12-02 2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멋진 사진. 멋진 글. 멋진 삶.

프리즘메이커 2017-12-03 19:23   좋아요 1 | URL
밍 ㅠㅠ

2017-12-03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3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03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년이 스물여덟이라면.. 아직은 괜찮습니다.. ㅎㅎㅎ

프리즘메이커 2017-12-03 19:2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스물일곱인데 글을 잘못 썼습니다 ㅠㅠ ㅋㅋ
 
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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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단순하게 기록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추려낸 부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상대 학생은 장래가 창창한 젊은이입니다. 물론, 따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히 말해 애정싸움이지요. 그런 일 때문에 두 젊은이의 장래를 망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따님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힐지도 모릅니다." p.31

누군가에게 지시받은 대사를 그냥 읊어대는 듯한 어투였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것은 분노라기보다는 짙은 피로였다.  p.32

"자신의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겠지. 애석하게도 말이야. 고작 자신의 반경 1미터 정도만 생각하고 태평하게 살다가 죽으면 행복할 텐데 말이야." p.85

"그냥 숫자만 채우려 하면 안 돼. 상상을 하면서 움직여. 우리는 인간이지 기계가 아냐!" p.111

"우리는 시험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는 단 하나만의 이유로 쭉정이 취급을 당해요. 우리가 어떤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거죠. 간단히 시험을 쳐서 그 결과로 인간을 분류하고 레테르를 붙이고 알기 쉽게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하려는 게 기분 나빠요." pp.117-118

저기에 맞으면 어떻게 될까?

아냐, 생각을 하지 말자. 맞으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자.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긴장을 풀고, 눈앞의 사태를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p.147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공포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p.154


"폭력에는 정의도 없고 악도 없는 거야. 폭력은 그냥 폭력일 뿐이야. 그리고 사람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되돌아온 폭력을 다시 되돌려주려고 폭력을 휘둘러. 그런 반복이야. 그러므로 폭력의 사슬에 휘말려 들고 싶지 않다면, 가능한 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이긴 다음, 폭력세계에서 산뜻하게 도망치는 거야. 그리고……." p.159


그리고 불안이나 고뇌가 없는 인간은 노력하지 않는 인간일 뿐이야. 정말 강해지고 싶으면 고독이나 불안, 고뇌를 물리치는 방법을 상상하고, 배워보는 거야. 자기 힘으로. "높은 곳에 는 타인의 힘으로 올라가서는 안된다. 남의 등에 머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

"누구?"

"니체."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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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개정판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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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발굴단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단순하게 기록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추려낸 부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들이 '화학적 거세'를 선호하는 이유


  • 성범죄의 원인이 성별 권력 관계의 불균형 때문이지, 남성 호르몬 과다로 인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p.125

  • 거의 모든 통계조사에서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 처벌을 주장하는 입장은 여성보다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남성 문화는 왜 이토록 성범죄가 아니라 성범죄'자'를 혐오할까. "나는 아니다."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p.127




성폭력 가해자의 인권?


  • 물론, 성폭력 가해자에게도 인권은 있다. 그러나 '가해자의 인권'은, 성폭력 가해 용의자가 수사 과정에서 고문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피해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의 권력은 아니다. p.158

  • 성폭력 가해자의 인권은 사법권을 가진 국가를 상대로 용의자와 재소자의 권리 차원에서 주장되어야 하는 것이지, 피해 여성을 상대로 경합하거나 주장될 수는 없는 것이다. p.159



무엇이 인간의 권리인가?


  • 여성은 '공적 영역'으로 진출했지만, 남성은 그만큼 '사적 영역'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남성 중심의 같음을 의미하는 '양성 평등' 이념은, 여성들에게 임금 노동과 가사 노동의 두 영역에서 이중 노동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p.179



권력은 듣는 자에게 있다



  • '당사자'의 목소리를 절대화하려는 일부 여성주의자 그리고 나 자신의 모습에서, 나는 1980년대 중산층 출신 운동 진영의 '민중 판타지'를 떠올렸다. '어디에도 없는' 민중의 목소리를 자기 주장의 근거로 내세움으로써(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 그 자신은 '민중'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 말하기의 위치를 선점하고 관념적인 정치적 올바름을 경쟁하며 관계를 파괴하는 경우가 숱했다. p.212

  • '약자의 큰소리(tyranny of minority)'는 불행과 고통이 심각할수록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착각을 주기 쉽다. 가부장제 사회가 억압적일 수록, 내부에서 형성된 정치적 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격렬하고 억압적이다. p.212
 
  • 여성주의 사유 방법의 출발은 "그들이 말하게 하라." 였다. p.213


성폭력, 인신매매로서 성매매


  • 만일 남성 사회의 주장대로 성매매가 평등한 교환이라면, 왜 유독 파는 여성만이 그토록 혐오의 대상이 되며, 성을 파는 여성에 대한 비하가 여성 집단 전체에 대한 비하와 통제로 연결되는지 설명할 수 없다. p.227

  • 성매매는 강간할 권리를 사는 것에 다름아니다. p.227

  •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은 '창녀가 아니라 포주다. (…) 성매매는 여성이 남성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남성에게 파는 것이다. pp.227-228


군사주의와 성별화된 시민권


  • 즉, 여성과 장애인은 '특권층'이어서 병역의 의무가 면제된 것이 아니라, '2등 시민'이므로 군 가산제라는 권리도, 병역이라는 의무도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의무나 권리는 국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므로, 국민 되기에 적합하지 않은 , 국민의 기준에 미달하는 2등시민에게는 의무도 권리도 없다. 여성은 병역의 의무가 면제된 것이 아니라 배제된 것이다. p.248



오래된 논쟁, 폭력의 '이유'


  • 폭력은 이유가 없다. 권력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폭력에 이유가 있다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있을 뿐이다. 사회운동은 그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파악해 그것을 '제거;하고 제약하는 것이다. p.274

  • '묻지마 폭력'의 이유는 단지 피해자가 '거기 있었다'는 것이다. p.275




남성 실업과 폭력의 산업화


  • 남성은 저소득층일수록 다른 계급의 남성은 물론 같은 계급의 여성보다 일자리가 불안하다. 또한 다른 인종의 남성과도 경쟁해야 한다. p.275


변태하기 위하여


  • 성과 사랑은 가장 늦게 진보하는 인간의 존재 양식이다. 뒤집어 말하면, 변화했을 경우 지금 여성들의 출산 파업처럼, 한 사회의 토대를 뒤흔드는 가장 급진적인 영역이 된다.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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